리장을 리장답게 만드는 호텔, 반얀트리 리장

강화송 기자 2025. 7. 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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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로 돌아와선 옷을 훌러덩 벗어 놓고 노천탕으로 향하는 게 루틴이다. 미지근한 듯 따뜻한, 그 뭉근한 온도에서 느긋이 긴장을 푼다. 몇 만보로 완성한 고성의 돌길에 혹사당한 발과 다리를 주물주물 거리다가 등을 붙이고 고개를 젖히면, 가까운 하늘에서 얼굴로 빗방울이 톡톡 떨어졌다. 리장의 우기는 통상 6월이 되고 나서야 시작이다. 리장에 도착한 지 며칠이 지났고, 여전히 비가 내렸다. 애꿎은 예보를 보아도 앞으로도 일주일은 계속 비 소식뿐이다. 며칠 전까지는 반얀트리 리장의 누각 뒤편으로 옥룡설산이 선명하게 보였단다. 아침 해를 받아 금빛으로 빛나는 일조금산도 만끽했더랬다.

옛날 그러니까 2006년, 굳이 설명을 붙이자면 매체에서는 리장을 '리이장'이라고 표기할 때다. 반얀트리 리장이 리장 최초의 5성급 호텔로 개관했을 때는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리장에 글로벌 브랜드가 처음 오픈했다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 더, 모두를 충격에 몰아넣은 것은 호텔 중앙의 인공 호수와 3층의 누각, 그리고 누각 뒤로 선명한 옥룡설산이었다. 철저하고 세밀하게 설계된 호수-누각-옥룡설산의 레이어는 인공을 뛰어넘는 것이었고, 동시에 자연도 뛰어넘는 것이었다. 먹으로 휘갈긴 수묵화처럼 은유적이기도, 점찍듯 묘사한 세밀화처럼 직유적이기도 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반얀트리 리장의 이 장면을 뛰어넘는 호텔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포인트다.

그런 이곳에서, 옥룡설산으로 완성되는 풍경을 옥룡설산 없이 본다. 하염없이 비가 내린다. 누각 뒤편 구름 어디쯤을 눈으로 한참 짚어보다가 돌아서기로 한다. 호수를 지나 객실로, 야외 노천탕과 잔디마당을 거쳐 빌라로. 입구에 옷가지를 내던진 후 아지랑이 풀풀 올라오는 노천탕으로 숨어들었다. 여전히 빗방울이 떨어지지만 거리낄 게 없는 기분이다. 산수화를 완성하는 것은 여백이니까. 누각 뒤 그 어디쯤 옥룡설산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 풍경 안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얀트리 리장에 올 이유는 충분하다며.

반얀트리 리장에서 바라본 옥룡설산

몸이 따뜻해지니 호텔 옆 속하고진의 시끌벅적한 기운이 쓸려 내려간다. 회색 담벼락, 흑색 대들보와 지붕. 빌라 전체가 농담을 달리한 먹색이다. 메타세쿼이아가 평소보다 가까운 하늘로 솟아 있고, 온갖 종류의 지저귐이 반짝인다. 반얀트리 리장에는 새가 정말 많다. 123개의 객실을 갖춘 대규모 단지를 이루고 있지만, 공간에 소란함이 없다.

반얀트리 리장은 리장 북부의 수허고진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다. 아예 고성이 품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멀리 떨어진 것도 아니다. 애매한 거리감은 사실 반얀트리 리장이 평온한 이유다. 고성에는 여행자들이 쉼 없이 쏟아지고, 상점가가 밀집해 있는 만큼 들뜨고 분주하다. 매일 저녁에는 바와 클럽에서 음악 소리도 크게 울려 퍼진다. 실제로 리장고성의 품에 들어간 모든 호텔에서는 밤마다 클럽 음악 소리가 들릴 정도다. 아무리 좋은 시설을 갖춰도, 호텔의 밤이 고요하지 않다면 달갑지 않다. 반얀트리 리장은 울타리 바깥의 사정이 침범할 수 없는 그만의 오롯한 환경을 갖췄다.

제트 풀 빌라 객실 전경

나는 반얀트리 리장에서 제트 풀 빌라(Jet Pool Villa) 타입에 머물렀다. 거실, 침실, 욕실을 3개 구역으로 나눠 일직선으로 배치했다. 나시족 전통 가옥 스타일 '삼방일조벽(三坊一照壁)'을 변형한 형태다. 본래 ㄷ자 모양으로 세 방면에 방을 놓고 남은 한쪽은 벽으로 닫는 구조인데, 여기서는 한 획의 공간을 길게 펼쳤다. 폐쇄감을 해소하고 개방감을 높인 것이다.

건물을 하나 더 지어도 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너른 잔디밭은 나시족의 3을 위한 여유다. 나시족은 3을 행운의 숫자로 여긴다. 침대 맞은편 마당에는 온수풀이 있다. 따뜻한 온도감은 고산인 리장에서 호텔의 세심함이라면, 24시간 온수를 유지해 고객이 직접 예열하거나 물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반얀트리로서의 책임감이다. 리장의 기후에 익숙하지 않은 여행자라면 반드시 체온 유지에 신경써야 한다. 추우면서도 햇빛은 따갑고, 서늘하면서 포근하기도 한 고산의 기후는 컨디션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반얀트리 리장에 머무는 동안 옥룡설산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기자로서의 욕심과 아쉬움도 잘 쉬었나 보다. 어렴풋이 구름 그 어디쯤 있었겠거니 싶은 마음이 남아서.

글·사진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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