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발생한 퇴장방지의약품 공급 중단 사태…"약가 인상 등 필요"

박미주 기자 2025. 7. 2. 16:1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생산 공급 중단 최다 사유는 '채산성 부족'…현실 반영한 약가 인정 등 지원 대책 필요
연도별 퇴장방지의약품 생산 공급 중단 보고 품목 현황/그래픽=최헌정

최근 임신부의 임신성 당뇨를 검사하는 유일한 의약품인 '글루오렌지'의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대체 의약품이 없어 의료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 의약품은 정부에서 지정한 퇴장방지의약품이지만 업체에선 채산성이 낮아 생산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퇴장방지의약품을 만드는 다른 제약사들도 비슷한 고충을 털어놓는다. 국민 건강권 강화를 위해 약가 현실화 등의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퇴장방지의약품은 환자의 치료에 필수적이지만 경제성이 없어 제약회사들이 생산이나 수입을 기피하는 약제를 말한다. 시장 논리만으로는 공급이 어려운 필수의약품을 국가가 나서서 보호하고 지속적인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제도가 도입됐다.

2일 제약업계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맥널티제약은 식약처에 글루오렌지100액을 지난 4월11일과 5월21일 공급부족의약품으로 보고했다. 글루오렌지는 포도당 내성을 측정함으로써 당뇨병과 그와 관련된 질환 상태를 진단하는 전문의약품이다. 임신부를 대상으로 포도당 100g을 투여해 임신성 당뇨에 걸렸는지 확인하는 데 사용되는 국내 유일 의약품이다.

이에 한때 의료현장에선 글루오렌지가 공급되지 않으면서 임신부와 의료진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글루오렌지 공급은 지난달 16일부터 재개됐으나 제약사 측은 채산성 부족으로 여전히 생산에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은정 맥널티제약 대표는 "글루오렌지 원료가 국내에서 생산되던 건데 안 돼서 해외에서 구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이에 따라 허가 변경도 필요해 공급이 지연됐다"며 "최근 임신부 숫자가 늘면서 소비량이 늘어 공급이 더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글루오렌지가 퇴장방지의약품이지만 채산성이 안 좋다는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퇴장방지의약품 생산 공급 중단 보고 사유/그래픽=최헌정

다른 제약사들도 퇴장방지의약품의 지속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1월 발간한 '필수의약품 안정적 공급을 위한 관리체계 연구(퇴장방지의약품제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 3월7일까지 79개 퇴장방지의약품이 생산 공급 중단 보고 품목이었다. 연도별로 생산 중단 퇴장방지의약품 수도 증가했다. 2021년 16개에서 2023년 31개로 늘었다.

이들 79개 품목의 생산 공급 중단 보고 사유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낮은 채산성(20.3%)이다. 이어 원료 공급 문제(원료 수급 불안정, 원료 가격 인상 등)이 19.0%, 생산 설비 문제 17.7%, 판매 부진 16.5%, 재평가 불가(재평가 비용 부담 등) 6.3% 등 순이었다.

전체 정제 의약품 생산 중 퇴장방지의약품 생산 비중이 60%가 넘는 부광약품은 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2022년과 2023년엔 각각 2억3100만원, 374억9700만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엔 16억1800만원으로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했지만 영업이익률은 1.0%에 그쳤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지난 5월 발간한 정책보고서에서 김진이 보령 상무는 "현재 운용 중인 퇴장방지의약품 제도의 약가 지정 기준은 수십 년 전 설정된 기준으로 내복제 525원, 외용제 2800원, 주사제 5257원에 불과하다"며 "제조원가가 이 기준선을 초과하더라도 약가 인상은 기준선까지만 가능하며 그 이상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실질적인 제조원가 보전이 불가능한 구조가 지속되고 있으며, 생산을 유지하는 기업에는 재정적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면서 "시장 상황과 제조원가 변화를 반영한 기준선의 탄력적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고, 기준선을 경직적으로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조정하거나 품목 특성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구조 개편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김주영 심평원 심사평가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도 "△퇴장방지의약품 지정 기준의 현실화 △원가산정방식의 합리적 조정 △저가 필수의약품 지원 강화 등 제도 개선과 국제적 기준, 국내 상황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다각도의 접근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