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우의 크로스뷰] K-아티스트의 패스트트랙을 허하라

지난해 K팝 음반 수출 3600억원 '역대 최대'···세계는 'K' 앓이 중
「크로스뷰」는 문화 콘텐츠, 스포테인먼트, 생활경제를 가로지르며, 그 교차점에서 탄생하는 새로운 흐름과 시장의 신호를 짚어봅니다. 산업의 경계를 넘어, 변화의 구조를 읽는 시선입니다.
“매번 조마조마 한데다 되려 국내에서 역차별 받는 느낌까지 듭니다”
최근 인천광역시 영종도에 위치한 인천국제공항 내 출국장 인근 카페에서 만난 국내 한 엔터테인먼트 상장사 임원 A씨의 푸념에는 체념이 묻어났다. 비슷한 시간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3층) 입구에는 약 100여 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장사진을 쳤다. 입구를 막고 아랑곳 하지 않아 들고나는 내방객들의 눈 쌀이 매섭다.
사연은 이랬다. 해외 공연을 떠나는 아이돌그룹의 출국 시간이 알려지면서 2~3시간 전부터 공항을 찾은 소녀 팬들이 명당을 잡기 위해 분주했던 것. A씨는 “K팝과 K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K컬처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생겨난 진풍경”이라며 “혹시 사고가 생기지 않을까 매번 출입국 때마다 가슴 졸인다”고 털어놨다.
불만이 쌓이긴 인천국제공항공사도 마찬가지다. 유명 스타들의 출국 때마다 크고 작은 잡음으로 욕먹기 일쑤 인데다 수하물 처리는 물론 보안검색 지역까지 북새통을 이루는 탓에 골 머리가 아프다는 이유에서다. 다수의 인천공항 내 보안팀 관계자들은 “스타들이 입출국 할때 마다 업무량이 2배로 늘어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K팝은 최근 수년 새 우리 수출의 효자로 등극했다.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집계된 연간 음반 수출액은 2억 7025만 달러로 전년 대비 17% 이상 성장했다. 미국과 유럽의 수출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대미 수출액은 5900만 달러로 3888만 달러를 기록한 전년 대비 52%나 늘었다. K팝 종사자들을 두고 산업 역군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패스트트랙(Fast Track)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패스트트랙은 공항에서 입·출국 시 보안 검색과 수하물 처리 등 절차를 단축하거나 전용 통로를 제공하는 '우대 서비스'를 말한다. 일정 수출액 이상을 달성한 K컬처 관련 수출기업의 아티스트에 한해 전용 통로 서비스 등을 통해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에 대해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골자다.
유사한 제도도 이미 운영중이다. 복수 이상의 관광 콘텐츠 전문가들은 “산업통산자원부가 시행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업인 여행카드(ABTC)와 비슷한 운영 형태가 이상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공항 내 혼잡으로 인한 안전 문제는 물론이고 VIP 영접이나 MICE 등 특화 서비스 위상 확립 등 두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ABTC 카드의 발급 조건은 법무부훈령(제1423호)에 따라 연간 수출액 10만 달러(약 1억 4000만원) 이상으로, 일정 조건의 기업 요건과 2년간 회원국 4회 이상 방문 등 개인 요건을 모두 만족한 사람에게 발급된다. 해외투자업체와 건설수주업체, 외국인투자업체, 전시업체, 경제단체, APEC 관련 기관, 무역상사, 공무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노약자와 더불어 유명인이나 기업인 등에 대한 패스트트랙 운영이 일반화 된지 오래다. 영국 히드로공항은 VIP 서비스 구역을 통해 스타와 일반 승객의 동선을 철저히 분리하고 있다. 프랑스 샤를드골공항도 이들에 대한 별도의 출입구를 마련하거나 공항 경찰과 협력해 팬들의 접근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분리를 넘어 우대를 내세우는 공항도 즐비하다.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국제공항 등은 글로벌 MICE와 비지니스 허브로서의 위상을 고려해 사업 방문객과 MICE 참가자, 월드 스타급 유명 인사 등을 대상으로 우대 통로를 운영 중이다. 별도의 전용 자동출입국 시스템과 연계해 평균 대기 시간 5분 이내면 출입국 절차가 마무리 된다.
종합무역상사에 근무하는 B씨는 “중동 국가의 왕족이나 해외 비즈니스상 고위 인사 등을 의전 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방문할 때 마다 난감함과 당혹감을 느끼곤 한다”며 “계약 체결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VIP 고객사 회장들이 출입국시 일반 승객들과 함께 줄을 서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고 나면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노심초사”라고 전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패스트트랙 필요성을 모르는 건 아니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현재 패스트트랙은 세계 30대 주요 공항 중 인천공항만 도입하지 않고 있다”며 “공항서비스 측면에서 비즈니스 승객에게 편리한 출입국 심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유일한 공항이란 점에서 국제 경쟁력 저하가 심각히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K-컬처 산업과 관련해 “문화강국, 글로벌 소프트파워(문화적 영향력)로 글로벌 '빅5'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BTS 맴버 7명이 월드투어 공연을 위해 가슴 졸이며 인천공항에서 출국하고 나면 수 개월 후엔 전 세계 팬들 수백만 명이 한국을 찾는 후광효과를 누린다. 새 정부의 의지에 K컬처 진흥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필자소개/ 유정우
언론인 출신인 유정우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 한경텐아시아, 블로터 등을 거치며 문화 및 콘텐츠 산업과 생활경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등 분야를 취재해 왔다. 한국경제TV에서는 '마이스(MICE)광장'과 '머니앤스포츠' 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현재 대학교에 출강하며 다수의 매체에 기명 칼럼을 운영중이다.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통 3사, 2분기 실적 희비 갈린다…SKT 해킹發 영향 주목
- [단독]美 “알루미늄 원산지 표기 미흡하면 200% 관세”…수출기업 '초비상'
- 상법 개정안 법사위 심사 착수…'3%룰' 등 쟁점에 여야 평행선
- K-의료미용 상반기 훨훨…톡신·레이저기기·필러 수출 고공행진
- 상반기 낙제점 '편의점', 카테고리 확장 위해 대형 매장 출점 늘린다
- 서울 양재에 40MW 데이터센터 문 열었다…'AI 개발 지원에 중점'
- 대구TP, 제조AI센터 구축 본격 착수…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과 업무협약
- [사이언스온고지신]150년 이어온 과학·산업 언어 '측정표준'
- [李대통령 취임 한달] 키워드는 실용과 속도…인사·美 관세 등 국정평가 본격화
- [李대통령 취임 한달] “R&D 손보고 AI TF 띄우고”…국정기획위도 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