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인준은 압박, 상법은 합의 기류…野의 대여투쟁은 ‘강온전략’
인선엔 투쟁, 민생엔 유연…지지율 하락 속 ‘민심 관리’ 나선 듯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국민의힘이 여당과의 대치 국면에서 사안별로 강약을 조절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과 법사위원장 문제에 대해선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면서도, 윤석열 정부 시절 거부권을 행사했던 상법 개정안과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등 민생·경제 현안에 대해선 합의의 여지를 열어두면서다. 과거부터 강하게 반대했던 사안들에 대해 전향적 태도로 선회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일 국민의힘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저지를 위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언론 공지를 통해 김 후보자에 대한 당 현수막을 문제 삼고 고발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일부 의원들을 무고 혐의 등으로 맞고발했다고 밝혔다.
주 의원은 "(김 후보자가) 경조사·출판기념회 등을 통해 국민 몰래 총 6억원의 현금을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호도하며 적반하장격으로 국민의힘을 고발한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을 맞고발했다"고 했다.
민주당은 오는 3일 본회의를 열어 김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인 가운데 의석 수가 부족한 국민의힘으로선 이를 저지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그럼에도 연일 공세를 이어가다 고발전으로까지 번진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30일 '포기배추'를 쌓아놓고 '국민청문회'를 연 데 이어 전날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현장 의원총회를 열고 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의혹은 하나도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더 커졌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할 일은 분명하다. 총리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법사위원장 반환 문제도 국민의힘 대여투쟁의 핵심 축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나경원 의원은 법사위원장직 반환과 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국회 로텐더홀에서 6일 째 숙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나 의원은 해당 조치들이 이뤄질 때까지 규탄 농성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상법·추경은 협치 모드…국민의힘의 선택적 투쟁
이와 반대로 민생·경제 관련 현안들에 대해선 과거보다 한결 유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과 2차 추경안에 대해선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겠다는 기조로 선회하며, 앞선 대여 강경 노선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상법 개정안을 그동안 당론으로 반대해왔다. 민간 기업에 대한 과잉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송 원내대표가 기존 입장을 벗어나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자 여야 합의 처리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태다.
이날 오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진행된 상법 개정안 심사 역시 합의가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별 항목을 두고 막판 진통이 있긴 하지만, 여야 이견이 갈리던 5개 쟁점 가운데 3개 쟁점은 합의에 도달해 이른바 '3%룰'과 집중투표제에 대한 조율만 남은 상태다. 민주당 역시 상법 개정안을 오늘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만큼 야당과 최대한 합의 처리 영역을 넓혀보겠다는 입장이다.
전 국민 대상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추경에 대해서도 유사한 기류가 감지된다.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경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소비쿠폰의 소비 진작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내용상 반대 입장을 내비쳤지만, 의결에서 반대표를 던지거나 퇴장하진 않았다. 그간 '현금살포'와 '포퓰리즘' 등으로 비판 수위를 높인 것을 감안하면 조율이 원만하게 이뤄졌다는 평가다.
이를 두고 회의 불참과 퇴장 등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 프레임에 갇히는 것을 피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상법이나 추경처럼 민생에 직결되거나 투자 심리에 영향을 주는 사안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실익 없이 비판 여론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다만 인사청문 정국을 앞두고 이재명 정부의 내각 인선을 향한 비판 여론전은 더 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장관 후보자들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나열하며 "이재명 정부의 1기 내각은 국무회의가 아니라 의혹 열람표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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