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바람 타는 농촌…기회일까, 갈등의 시작일까

이시내 기자 2025. 7. 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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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본격화하면서, 태양광 발전 수익을 주민과 나누는 ‘햇빛연금’이 농촌 정책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햇빛연금’ 대표 모델인 전남 신안에서는 정책에 대한 주민 만족도가 여전히 높다. 사진은 전남 신안군 안좌면에 있는 안좌쏠라시티 태양광발전소.

이재명 정부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면서, 태양광 발전 수익을 주민과 나누는 ‘햇빛연금’이 농촌 정책의 화두로 떠올랐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이 각각 전국 1위와 3위인 전남(2024년 기준 전남연구원)에선 정책 변화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특히 ‘영농형 태양광’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요구가 제기되는 한편 난개발, 가짜농민 양산 등 우려도 나온다. 

주민이 체감한 햇빛연금…영농형 태양광도 ‘주목’=“공짜로 들어오는 돈인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이재명 대통령의 농정공약인 ‘햇빛연금’ 대표 모델인 전남 신안에서는 정책에 대한 주민 만족도가 높다. 

신안군은 2018년 10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조례’를 제정해 주민과의 수익 공유를 제도화했다. 현재 안좌도·지도·사옥도·임자도·자라도·비금도 6개 섬에 전체 753㎿(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군에 거주하는 모든 18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에 지급하는 '햇빛아동수당'까지 포함하면 수혜 대상 군민은 1만6333명으로 전체 군민의 43%에 달한다.

군 안좌면에서 벼와 마늘·양파 농사를 짓는 박주현씨(47)는 "가족 6명 모두 협동조합에 가입해 연금 혜택을 누리고 있는데 올 1분기엔 1인당 25만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받았다"며 "지역 식당이나 농자재를 구입하는 데 상품권을 사용했는데, 햇빛연금이 기본소득 역할을 하면서 지역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햇빛연금에 대한 긍정적 반응에 힘입어 신안군은 향후 해상풍력을 통한 ‘바람연금’으로 주민들의 신재생에너지 이익공유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군은 2033년까지 8.2GW(기가와트)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한다. 

군 관계자는 “관련 조례가 제정된 2018년까지만 해도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이 깊었고 민원과 행정소송이 잇따랐다”며 “하지만 햇빛연금이 지급되기 시작한 2021년부터는 지역상권이 살아나고 인구 유입이 늘어나는 등 실질적인 효과를 보면서 현재는 사업 확대를 반기는 분위기로 각 협동조합 가입률도 88∼92%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추가 소득까지 얻을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관심도 확산되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은 3∼4m 높이의 구조물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농작물 재배와 전력 생산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전남 영광군 월평마을에서는 농촌 주민들이 주도해 전국 최대 규모인 3㎿의 영농형 태양광 단지를 조성 중이다. 2022년 설립된 마을 협동조합이 사업을 운영하며, 발전 수익은 토지 소유자와 임차농, 마을 주민이 함께 나눈다. 현재 1단계 사업(1㎿)이 준공을 마쳤으며, 생산된 전기를 한국전력에 판매할 수 있도록 전력망 연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수익은 가구당 매월 약 11만8000원, 연간 142만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현재 마을 주민 26가구가 협동조합에 가입해 참여하고 있다.

강종오 월평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은 “영농형 태양광은 임차농이 기존 농지에서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고 발전 수익도 공유해 이런 거부감을 해소했다”며 “근래 다른 지역 시·군 공무원들이 문의 전화를 할 정도로 관심도가 높다”고 말했다. 

전남 영광군 월평마을에서는 농촌 주민들이 주도해 전국 최대 규모인 3㎿의 영농형 태양광 단지를 조성 중이다.

◆“규제 풀자” vs “농촌 병든다”…엇갈린 시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산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먼저 전력망 확충이다. 

태양광 발전으로 수익을 창출하려면 생산된 전기를 한국전력에 판매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수요지까지 전기를 송전할 수 있는 송·배전망 구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전력계통 설비가 부족하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2031년 말까지 전남 등 전국 205개 지점을 ‘계통관리 변전소’로 지정해 전력계통 접속을 제한하기로 했다. 송전 용량 한계로 신규 풍력·태양광 사업이 사실상 막힌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농촌 지역에 고압 송전선로를 건설해야 하는데, 주민 반발이 예상돼 수용성 확보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태양광 산업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선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강 이사장은 “현행 태양광 인·허가 절차는 복잡하기 때문에 외부의 도움 없이는 일반 농촌 주민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며 “또 현행법에서 태양광 시설이 들어간 농지는 공익직불금 대상이 아닌데, 농사를 짓는 영농형 태양광의 경우엔 직불금을 지급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2019년부터 사유지에서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를 직접 운영하는 문병완 보성농협 조합장도 “현재 농업진흥지역에선 태양광발전소 설치가 법적으로 제한되지만, 사업 주체가 일반 농민이나 마을 단위라면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이 보급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또 영농형 태양광은 일반 태양광과는 운영방식 등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춘 별도의 금융 지원제도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급한 규제 완화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농사 짓는 시늉만 하며 사실상 발전 수익에만 의존하는 ‘가짜 농민’이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격거리 규제 완화도 쟁점이다. 태양광 발전시설을 도로와 주거지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떨어뜨려 설치하도록 한 이격거리 규제는 지자체별로 100m∼1㎞까지 다양하다. 이격거리 제한으로 태양광 발전을 위한 대규모 부지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국회에선 이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여러건 발의했다. 

하지만 태양광 시설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전남 나주 세지면에서 축산업을 하는 김영희씨(71)는 “현관문에서 3∼4m 떨어진 곳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반사광 때문에 한낮에는 온도가 50℃까지 치솟아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격거리는 생명선이나 다름없는데 이걸 없애면 나 같은 피해자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신양심 영암군농민회 태양광반대공동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도 “전남 무안 태양광 발전소 근처에서 양파를 재배하던 농민이 작황 피해로 결국 폐업한 사례가 있다”며 “농가 입장에서는 이런 피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주민 참여형’을 표방했지만 정작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지역 공동체가 분열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남 완도군 약산면 관산포 간척지에서는 148㏊(45만평) 규모의 태양광 발전단지 개발 추진으로 발생한 갈등이 2020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토지 소유주들이 기존 임차농 대신 태양광 발전업체에 땅을 임대하면서 농민들이 생계 터전을 잃게 된 것이다. 

임효상 완도군 약산면 태양광반대청년투쟁위원회 사무국장은 “간척지의 80%가 현재 방치된 상태이며, 이곳에서 농사를 짓던 임차농 20~30명이 쫓겨났다”며 “외지인들이 주소만 옮겨와 협동조합에 가입한 뒤 태양광 사업 추진을 주도하면서, 정작 그 지역에 실제 살고 있는 주민들은 중요한 결정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 공도위원장은 “‘주민참여형’이라고는 하지만 실상은 발전 계획조차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 않아 현수막을 보고 뒤늦게 개발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땅 주인인 외지인들은 태양광 수익을 챙기고 임차농들은 일터를 잃어 해당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어 지역소멸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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