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후 임시거주 2년째… “비오면 가슴 철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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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오면 가슴이 철렁해요. 제대로 된 집에서 여생을 살고 싶은데 이마저도 어렵습니다."
지난달 27일 오후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마을 입구 임시조립주택에서 만난 유순악(89) 할머니는 가슴을 두드리며 이렇게 말했다.
예천지역 집중호우 발생 2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이 마을 이재민들은 여전히 임시주택 신세를 지며 호우 트라우마와 무더위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유 할머니는 "임시주택 생활이 끝나면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라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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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평 남짓 방에서 노인들 생활
폭염까지 겹쳐 선풍기로 의존
이주단지 분양·건립 중이지만
고령자 입주금·상환능력 없어
시설 사라지면 길에 나앉을 판
예천 = 글·사진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비만 오면 가슴이 철렁해요. 제대로 된 집에서 여생을 살고 싶은데 이마저도 어렵습니다.”
지난달 27일 오후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마을 입구 임시조립주택에서 만난 유순악(89) 할머니는 가슴을 두드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23년 7월 15일 230㎜의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집과 가게를 모두 잃었다. 유 할머니는 “당시 새벽 시간 이장의 다급한 목소리에 몸만 빠져나왔다”며 “바윗덩어리가 집을 덮친 모습이 자꾸 떠올라 잠을 설치고 비만 오면 걱정된다”고 말했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이날 유 할머니의 집 안은 찜통이었다. 그는 선풍기에 의존하며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았다. 약 27㎡ 규모의 방과 거실에는 냉장고, TV, 에어컨이 놓여 있었다. 그는 “지난 2월부터 이재민 조립주택 전기요금 감면 혜택이 중단된 이후 한 달 전기요금이 18만 원 나온 적이 있다”며 “덥다고 에어컨을 돌리면 냉방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바로 옆 임시주택에 사는 홍진화(89) 할머니 식탁은 약봉지로 가득했다. 그가 보여준 약봉지 하나에는 알약이 12개나 들어 있었다. 그는 “당시 산사태 충격에 신경이 약해져 병원에 다닌다”고 말했다. 홍 할머니 집 역시 산사태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예천지역 집중호우 발생 2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이 마을 이재민들은 여전히 임시주택 신세를 지며 호우 트라우마와 무더위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재민 임시주택은 총 10채로 고령의 노인 11명이 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바로 옆에 마련 중인 이주단지(약 1만3500㎡) 조성이 늦어지면서 이들의 임시주택 거주는 1년 연장됐다.
예천군은 이주 단지 토지 매입은 완료했으며 현재 부지 정지작업 중이다. 오는 11월쯤 13가구 규모로 분양하고 융자를 지원할 예정이지만 주택 피해를 본 이재민과 당시 세입자들의 입주는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들이 주택 전파·반파 등으로 받은 지원금은 최대 9000만 원에 불과해 고령의 노인으로선 융자해도 갚을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유 할머니는 “임시주택 생활이 끝나면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라며 울먹였다.
산사태로 무너진 이 마을 하천과 도로 등 복구는 이달 중순쯤 모두 마무리된다. 예천에서는 당시 집중호우에 따른 산사태 등으로 15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일부 마을은 통째로 사라졌다. 하천·도로 등 총 252건의 피해가 났으며 복구율은 이날 기준 약 93%다. 복구비는 1922억 원이다. 당시 실종된 주민 수색 중 해병대 채모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으며 이 사건을 두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수사받고 있다.
박천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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