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생지원금, 직장인이 자영업자보다 유리?…국회 싱크탱크 “상위 10% 선별기준 보완해야”
“‘형평성’ 문제…수억원 빌딩 보유한 월급쟁이가 영세한 자영업자보다 혜택 클 수도”
‘건보료’로 기준 삼는 이유는? 국민 대부분 건강보험 가입돼 있어 ‘행정 효율성’ 높아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1인당 15만원에서 최대 52만원을 받을 수 있는 '민생회복 소비쿠폰(민생회복지원금)' 사업에서 여론의 가장 뜨거운 관심은 '선별 기준'이다. 소득 상위 10% 이상인 국민(15만원 지급)과 그렇지 않은 국민에게 지급되는 금액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에도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때처럼 '건강보험료'를 주된 기준으로 상위 10%를 가려낼 전망인데, 이를 두고 국회 예산 싱크탱크의 우려와 경고가 제기됐다.
민생회복지원금은 소비 활성화를 위해 전 국민에게 1인당 15만∼52만원 상당의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소득 상위 10% 이상 국민에게는 15만원, 일반 국민에게 25만원, 한부모가정 및 차상위계층에 40만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50만원이 각각 지급된다. 농어촌 지역에는 이 금액에서 1인당 2만원을 더 주기로 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선별 기준으로 적용 예정인 건강보험료는 가입자 유형별(직장·지역), 동일유형 내 직장·가구 특성에 따라 다양한 경우의 수가 존재하며, 실질소득·자산 반영에 한계가 있으므로 국민의 '수용성 제고'를 위해 보다 설득력 있고 정교한 선별기준과 보완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이한 '상위 10%' 건보료 기준…본인부담금 직장가입자는 27만원, 지역가입자는 21만원
국회 싱크탱크는 왜 이런 지적을 제기할까. 건강보험 가입자는 현재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구분된다.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한 해 동안 받은 총급여를 근무 월수로 나눈 금액 즉 '소득지표'만으로 산정되는 반면, 지역가입자는 소득 외 재산·자동차 등 '자산을 포함해 산정'하기 때문에 소득 여건의 '동일한 반영'이 어렵다는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예산정책처는 "(이러한) 기준의 차이로 소득분위별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기준도 상이하다"며 "실제 정부에서 발표한 2025년 5월 기준 상위 10%에 해당하는 직장가입자의 기준은 본인부담금 약 27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인데 반해, 지역가입자는 약 21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즉 직장가입자의 경우 근로소득 외에 임대·이자·배당 소득이 있어도 2000만원을 초과하지 않으면 보험료에 반영되지 않는다. 반면 지역가입자는 금융소득과 임대 소득, 재산 평가점수 등이 모두 보험료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예산정책처는 "이런 차이로 인해 저소득 직장가입자는 수억 원의 빌딩을 보유하거나 추가 이자 소득이 있어도 소비쿠폰 추가 지급 대상자가 될 수 있는 반면, 지역가입자가 자영업을 하며 소규모 상가와 저가 주택을 보유한 경우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검토보고서에서 "가구소득 하위 80%가 지급대상이었던 2021년 국민지원금에서는 보유 자산 기준을 별도로 마련해 고액 자산가구를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었으나, 이번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전 국민을 지원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고액자산가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기 어려우므로 형평성 보장을 위한 별도의 대안 마련이 요구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소득 시점' 언제로 잡는지도 관건…지역가입자는 작년 소득 기준으로 산정
소득 시점을 언제로 잡는지에 따라서도 직장·지역가입자 간 건보료가 상이하게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상시 근로자가 100인 이상인 직장가입자는 가장 최근 소득이 반영되지만, 지역가입자는 2024년 소득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지난해까지 장사를 하다가 올해 폐업한 사람도 소득이 높게 책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예산정책처는 "민생경제 회복을 도모하기 위한 소비쿠폰 사업이 지원이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거나 고소득층이 오히려 더 혜택을 받는 구조가 되면 정책의 근본 취지를 저해할 수 있다"며 "정부는 상위 10% 대상을 선별할 때 건강보험료가 갖는 한계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1년 코로나19로 지원금을 지급했을 때는 고액자산가를 가려내기 위한 별도 장치가 마련됐다. 일정 수준 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하면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형평성 제고를 위해 노력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 11만858건의 이의 신청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건보료를 조정해 달라는 신청이 4만5637건으로 41.2%를 차지했다. 이러한 보조 장치도 없는 상태로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면 4년 전보다 이의신청이 급증할 것으로 예견된다.
'재난지원금' 지급 때도 이의신청 빗발쳐…10건 중 4건이 '건보료 문제'
문제는 국세청·금융기관 등이 보유한 소득·재산 정보를 연계해 세밀하게 자산을 파악하자는 구체적인 방안이 당시 거론됐음에도 논의에 그쳤다는 점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금이라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예결위는 추경안 검토보고서에서 "건강보험료 기준으로 소득 상위 10%를 선별해 차등지급하는 경우 자산 상태를 미반영하는 데 따른 차등지급의 '형평성 논란' 및 발생에 따른 효과성 분산 우려 등이 제기될 수 있으므로 관련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료가 소비쿠폰 지급 기준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행정적 편의 때문이다. 예결위는 "현재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별도 행정력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산정책처도 "고소득층일수록 실질적으로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므로 부담능력에 따른 선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전 국민 의무가입 보험으로 국민의 이해도와 자신이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쉽게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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