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이란엔 비밀... 미 군사작전 땐 펜타곤의 피자 주문 늘었다?
‘증명’할 수 없는 도시 괴담 수준이라는 비판에도
미 합참의장도 소셜미디어의 ‘펜타곤 피자 보고서’ 팔로우
어찌 보면 ‘도시 괴담’ 같은 얘기가 실제로 미 군사작전에 대해 어느 정도 예측 능력을 갖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소셜미디어에서 미 국방부 직원들의 피자 배달 주문량을 추적해 발표하는 ‘펜타곤 피자 리포트(PPR)’를 토대로 1일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군사작전의 시기와 장소를 예측하려면, 군 자산의 이동 상황에 대한 위성 사진과 통신 감청, AI 분석에 의존한다. 그러나 일반인이 뉴스 보도 이전에 그런 통찰을 얻으려면, 그냥 피자를 따라가면 된다는 것이다.
PPR은 미 국방부 건물(펜타곤)이 있는 미국 버지니아 주 알링턴 카운티 일대의 피자 가게에 대한 구글 데이터를 추적한다. 구글이 개인 휴대전화의 타임라인, 위치기록, 해당 장소 방문 이력 등을 익명으로 수집한 구글 지도 데이터를 토대로 작성된다. 예를 들어, 이 동네의 피자 주문이 많다는 것은, 펜타곤의 고위 관리들이 군사 행동 직전에 밤샘 근무를 하고 있음을 암시한다는 식이다.
실제로 이런 관찰은 현실과 맞아 떨어지기도 한다. ‘펜타곤 피자 리포트(PPR)’는 미 동부시간 6월 12일 오후 7시쯤, 펜타곤 주변 피자 가게들이 붐비고 있다는 글을 게시했다. 한 시간 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공격했다.
또 6월 21일 오후 7시 13분, PPR은 펜타곤에서 가장 가까운 파파존스 피자 가게가 “활동량 매우 높음” 인 반면에, 펜타곤 직원들이 자주 찾는 알링턴의 특정 레스토랑은 한산하다고 전했다. 그리고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 내 3개의 주요 핵 시설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작년 8월부터 이 PPR을 작성하는 이는 미국 동부 해안에 거주하는 익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워싱턴포스트는 PPR이 게재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중 하나인 블루스카이(Bluesky)의 다이렉트메시지(DM)로 그와 인터뷰했다. 그는 “피자 리포트의 정신을 흐리지 않기 위해서” 익명을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한다며, “사람들은 온종일 구글 지도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다양한 상상을 한다”고 썼다. 그는 군사적 지식은 전혀 없다고 한다.
이미 소셜미디어 X에서는 PPR를 팔로우하는 사람이 20만 명을 넘는다. 단순한 음모론자뿐 아니라, 미군 관계자, 오픈소스 정보(OSINT) 분석가, 암호화폐 트레이더, 교수, 팟캐스터, 기자, 심지어 댄 케인 미 합참의장(대장)도 팔로우한다.
물론 PPR를 ‘농담’ 또는 증명할 수 없는 ‘도시 괴담’ 수준으로 보는 견해도 많다. 미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선임 연구원이자 전(前) 미 국방부 관리였던 알렉스 플리차스는 이 신문에 “지금도 이걸 진지하게 보는 이들은 미 군사작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PPR 작성자조차도 “팔로워 대부분도, 이런 보고서가 바보 같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데, 뭔가 있을 것도 같으니까 보는 것 아닐까”라며 자신의 보고서가 지닌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부인하지 않았다.
PPR와 같은 이른바 ‘피자 지수(Pizza Index)’ 이론은 냉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소련 요원들이 미국 정부 고위층의 포장 음식 주문을 모니터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실제로 KGB가 그 방법을 의존했는지는 알 수 없다.
냉전시대 첩보 작전을 연구한 듀크 대학교의 역사학 교수 사이먼 마일스는 이 신문에 “그런 것이 없었다고 증명할 길은 없다”고 말했다. 마일스 교수는 KGB와 정보를 공유하던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Stasi)’의 기록을 본 적이 있는데, 어느 문서에도 테이크아웃(takeout)을 감시했다는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스파이들이 워싱턴 DC의 거리 움직임을 관찰한 것은 사실이다. 마일스가 본 문서들에는, KGB가 국립문서보관소(National Archives)에서 주요 문서들을 비상 벙커로 이전되는지, 백악관 주변에 평소보다 늦게까지 주차된 차량이 많은지 등을 감시한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즉 KGB는 특정 ‘징후’들을 체크리스트처럼 만들고, 이들 중 여러 개에 동시에 ‘빨간불’이 켜지면 실제로 뭔가 벌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간주했다는 것이다. 물론 피자 포장은 그 리스트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피자 인덱스’는 좀처럼 사람들의 흥미와 언론 보도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1991년 워싱턴 DC 일대에서 43개의 도미노 피자 지점을 운영하던 프랭크 믹스는 AP통신에 걸프전(‘데저트 스톰’ 작전)을 앞두고 펜타곤에 수십 판의 피자를 배달했다고 밝혔다. 믹스는 미군이 이라크를 공습하기 몇 시간 전, 백악관에도 55판의 피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1998년 12월, 믹스는 빌 클린턴 대통령 탄핵 청문회와 이라크를 겨냥한 ‘데저트 폭스’ 작전 준비 시기에도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백악관과 의회의 피자 주문 배달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1990년 8월 1일 밤, CIA는 하룻밤에 피자 21판을 주문했다. 이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기 직전이었다.
그러나 펜타곤에서 과거 근무했던 이들은 이 신문에 1980년, 1990년대와는 지금은 시대가 다르다고 말했다. 지금은 우버이츠(Uber Eats)를 비롯한 다양한 음식 배달 앱이 있어, 미 정부 관리들도 다양한 야식(夜食) 선택지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굳이 한두 군데 피자 체인점에 의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펜타곤 내부에도 피자, 샌드위치, 스시, 바비큐 등 온갖 종류의 음식점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식당은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일반 직원들을 상대로 운영된다. 밤늦게는 자판기 스시나 지하 카페테리아밖에 없다.
워싱턴포스트가 PPR과 관련해 접촉한 펜타곤 근무자들 중 누구도, 근무 중 피자를 시켜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건물 안에선 이동통신 서비스도 잘 안 터지고, 회의실이나 쓰레기통에서 피자 박스를 본 적도 없다”는 것이었다.
피자를 펜타곤으로 배달하는 게 가능하긴 할까. 펜타곤의 보안 담당국은 모든 방문자가 신원조회와 출입증 심사를 거쳐야 하며, 소지품도 물리적으로 검문된다고 밝혔다. 모든 배달은 펜타곤 북쪽에 위치한 ‘원격 배송 센터’에서 사전 검사되며, 부패 우려가 있는 것은 압수ㆍ폐기된다고 이 신문에 밝혔다.
그러나 펜타곤 직원이 인근 지하철 역에서 배달원을 만나서 받아온 음식은 반입이 가능하다. 이런 음식도 검사 절차를 밟아야 한다.
12년 동안 펜타곤에서 근무했던 전 해병대 법무관은 이 신문에 “주문한 음식을 건물 밖으로 배달시켜 받는 것은 가능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그렇게 한 적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이해는 가는 얘기다. 철야 근무하려면 피자든 중국 음식이든 뭐라도 먹어야 하니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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