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한 컷] 백의에 백목 지팡이, 대나무 갓... 순례자 컷

이한호 2025. 7. 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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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쿠시마현 나루토시 '료젠지' 사찰은 시코쿠 88개소 순례길(오헨로)의 1번사다.

우리나라의 원효대사처럼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홍법대사'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길의 시발점이다.

얇은 띠 모양의 와게사는 과거 홍법대사가 설법할 때 착용한 법의를 간소화한 장식품이다.

홍법대사를 모시는 대사당 위에서 렌즈를 겨누면 적당한 수목 사이로 잉어연못, 이를 건너는 순례자, 배경의 다보탑이 알차게 화면을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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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쿠시마현 '료젠지' 사찰
일본 도쿠시마현 나루토시 료젠지에서 순례복을 착용하고 촬영한 사진.

일본 도쿠시마현 나루토시 ‘료젠지’ 사찰은 시코쿠 88개소 순례길(오헨로)의 1번사다. 우리나라의 원효대사처럼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홍법대사’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길의 시발점이다. 사찰을 전부 참배하고 다시 1번사로 돌아와 순례를 마치는 경우도 많다. 화려한 색의 잉어가 헤엄치는 연못과 수목 사이로 보이는 목조 건물도 아름다워 순례 ‘인증’을 남기기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1번사인 만큼 경외에서 순례복을 대여·판매하기도 하는데, 복장의 의미를 알고 사진을 남기면 더 뜻깊다. 순례복은 총 4개 물품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주 복장은 ‘하쿠이(백의)’다. 순례의 순수함을 상징하지만 보다 실용적인 의미가 있다. 길고 험한 순례길을 전부 도보로 다니던 옛 시절, 순례 중 목숨을 잃을 경우 그대로 수의로 쓰기 위해 백의를 입었다고 전해진다. 두 번째로 중요한 물품은 백목 지팡이, ‘곤고즈에(금강장)’이다. 오헨로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순례자를 지켜주는 홍법대사의 분신으로 여긴다. 이 역시 죽음과 관련된 실용적인 의미도 있는데, 순례자 무덤의 표지목으로 쓰였다고 한다.

기본 복장을 갖추면 백의 위에 ‘와게사’를 걸친다. 얇은 띠 모양의 와게사는 과거 홍법대사가 설법할 때 착용한 법의를 간소화한 장식품이다. 쪽빛, 적색, 녹색 중 마음에 드는 색상을 골라 두른다. 마지막으로 햇빛과 비로부터 순례자를 지켜줄 스게가사(대나무 갓)를 쓰면 완성이다. 갓의 전면에는 실담문자로 ‘미륵’이 적혀 있다. 반드시 모든 구성품을 챙겨 입지 않더라도 백의와 곤고즈에는 갖춰야 현지에서 순례자로 대접해준다.

순례복을 갖췄으면 료젠지의 연못 다리에 오르자. 홍법대사를 모시는 대사당 위에서 렌즈를 겨누면 적당한 수목 사이로 잉어연못, 이를 건너는 순례자, 배경의 다보탑이 알차게 화면을 구성한다. 잉어는 사람을 알아보고 금세 곁으로 모여든다. 일본 종교 유적에서 사진을 남길 때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본당 제단을 중앙에서 촬영하는 것은 예절에 어긋난다. 이는 불교 사찰도, 신토 신사도 마찬가지다. 그 외 공간에서는 마음껏 사진을 남겨도 좋다.

나루토시 료젠지에 오헨로를 마친 순례자들이 두고 간 곤고즈에가 놓여 있다.

나루토=글·사진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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