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개 NGO 성명 “미국·이스라엘 주도 가자 배급 중단하라”

최우리 기자 2025. 7. 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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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소 4곳으로 제한, 굷주린 주민 몰리자 발포
한 달여 583명 사망…“인도적 지원 아냐” 비판
지난달 5일(현지시각) 미국이 설립한 가자인도주의재단 가자 남부 라파흐 배급소 인근에서 가자 주민들이 남은 구호품을 구하러 몰려있다. 라파흐/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는 단체인 가자인도주의재단(GHF)가 가자지구 구호품 배급을 도맡은 뒤 600명 가까운 주민들이 사망하자, 세계 비정부기구(NGO) 200곳 이상이 현재 배급 체계를 중단하고 유엔 주도의 종전 체계로 복귀할 것을 요구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과 세이브더칠드런 등 200개 이상 비정부기구는 1일(현지시각) ‘가자, 기아 또는 총격, 이것은 인도적 대응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가자지구에서 진행 중인 식량 등 인도적 물품 배급 계획을 중단하고 유엔 주도의 종전 배급 체계로 복귀해야 한다고 밝혔다. 1일 오후 5시 기준(미국 동부 표준시) 202개 단체가 서명했다.

이들 단체들은 “이스라엘의 배급 제도가 시작된 이후 몇 주 동안은 2023년 10월 7일 (가자전쟁 발발) 이후 가장 치명적이고 폭력적 시기”였다며 “4주도 되지 않아 5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하고 약 4천명이 식량을 구하는 과정에 다쳤다. 이스라엘군과 (이스라엘군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무장단체는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절박하게 싸우는 민간인들에게 상습적으로 총격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은 국제 인도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반복적인 학살의 현장이 되었다. 아이들도 피해를 입었다. 가자 지구 의료 시스템은 파괴되었고, 총에 맞은 많은 사람에게 구급차의 접근도 불가능하다.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도 받지 못한 채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국제사회를 향해 ‘민간인이 구호품을 구하고 보호받을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처를 할 것, 국제법을 위반하는 군사 지원 계획에 자금을 지원하지 말 것, 국제 인도법에 근거한 유엔 주도의 조정 메커니즘 회복을 지원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가자 남부 칸 유니스에 있는 가자인도주의재단(GHF) 배급소를 향해 주민들이 식량 등을 구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칸유니스/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구호품을 빼돌려 군수품으로 활용한다며 올해 3월 이후 가자지구 전역에서 유엔 기관의 구호품 전달을 막아섰다. 대신, 이스라엘은 자신들과 미국이 지원하는 단체인 가자인도주의재단에 구호품 전달을 맡겼다. 이 재단은 5월 말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원래 가자 지구 전역에서 400개가 운영되던 구호품 배급소는 가자인도주의재단이 배급을 맡기 시작하면서 남서쪽 끝에 3곳, 중부 1곳 단 4곳으로 대체됐다.

200만명의 굶주린 가자 주민들이 이 재단이 운영하는 배급소 4곳에 몰리면서 극심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군과 이스라엘군의 무기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일부 무장세력 등이 식량을 받으러 몰려든 주민들을 향해 발포까지 하면서, 가자인도주의재단이 배급소 운영을 시작한 지난 5월26일부터 이달1일까지 583명이 사망했다. 가자인도주의재단 배급소 부근에서만 숨진 이만 408명이다.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상황에서 굶주린 주민들이 구호품 트럭이나 배급 창고를 약탈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가자인도주의재단 설립 초기부터 가자 전역에서 인도적 활동을 해 온 구호단체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통제하는 구호 체계가 비인도적이라는 이유로 여러 차례 우려를 전달해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달 2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람들이 단지 가족을 위해 식량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고 있다. 식량을 구하는 일이 사형 선고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비판했다.

가자인도주의재단은 이런 비판에 대해 “단 5주 동안 5200만끼 이상의 식사를 제공했다”며 “다른 단체들은 구호품이 약탈당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그 단체들에 구호품을 안전하게 전달하도록 돕겠다고 제안했는데 거부했다. 인도주의는 옛날 방식을 유지하거나 변화에 따른 불편함을 피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음식을 제공한다는 핵심 사명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스라엘군은 민간인이 가자인도주의재단 배급소에 접근한 뒤 사망하는 등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배급소 주변 도로 등을 정비하며 경고 표지판과 울타리 등을 설치하고 있다고 알렸다. 그러나 이스라엘 매체 하아레츠는 익명의 이스라엘방위군(IDF)을 인용해 병사들이 지휘부로부터 구호품 배급 장소 인근에서 무장하지 않은 주민을 쫓아내거나 해산시키기 위해 총격을 가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비정부기구들의 성명. 국제 세이브더칠드런 누리집 갈무리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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