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요트 투어’ · 푸짐한 ‘다찌 한 상’ … 동양의 나폴리서 오감 힐링[농촌愛올래]

전세원 기자 2025. 7. 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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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愛올래 - 2025 농촌관광 사업 (3) 통영 ‘몽유도원’
요트 왼편으로 한산도 ‘위용’
리아스식 해안에 탄성 터져
포로 수용소 있었던 용호도
‘고양이 학교’ 개교뒤 유명세
해산물의 향연 ‘다찌’ 별미
장어 시락국은 해장에 좋아
“바다·산·섬 어우러져 매력”
지난달 18일 경남 통영시 산양읍에 자리한 이운항과 용호도를 오가는 요트 위에서 관광객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백동현 기자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경남 통영시가 깨끗한 바다와 유려한 섬들을 바탕으로 때 이른 장마와 무더위를 피하려는 전국 각지의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다찌’로 유명한 신선한 해산물들과 수려한 바다 경관이 주는 정취를 향유하며,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구했던 이순신 장군의 활약상을 몸소 누리고 싶은 이들에게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심장’인 통영은 최고의 힐링 명소로 꼽히고 있다.

지난달 18일 아침 통영시 산양읍 영운리에 자리한 이운항에는 첩보영화에서나 볼 법한 호화 요트 수백여 채가 빼곡히 정박해 있었다. 요트 위로 피어난 해무(海霧)와 에메랄드빛 바다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는데 통영을 비롯한 남해 일원의 바다 풍경을 즐기기 위한 관광객들이 이곳으로 하나둘 몰려들었다. 수백여 개의 섬들로 이뤄진 통영 일대에서 배와 요트는 일상적인 교통수단이다. 파도가 크지 않고 잔잔해서 육지 사람들도 뱃멀미 없이 요트를 탈 수 있는 덕분에 통영에서 요트 투어는 가장 매력적인 관광코스 중 하나다.

요트에 몸을 싣고 뿌연 해무로 뒤덮인 통영 앞바다를 가로질러 가다 보면 마치 구름 속을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되는데, 요트 왼편으로는 임진왜란의 3대 대첩 중 하나인 한산도대첩의 주 무대로 알려진 한산도가 거대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한산도의 부속 섬들 중 구멍이 뻥 뚫려 있는 ‘혈도’는 리아스식 해안이 주는 독특한 장관을 연출하며, 탑승객들의 탄성을 이끌어냈다.

요트가 출항한 지 50여 분쯤이 되면 6·25 전쟁 당시 포로수용소가 있던 용호도(龍虎島)가 모습을 드러낸다. 용호도의 원래 이름은 용초도(龍草島)로, 용의 머리를 닮은 바위가 있고 나무보다 풀이 많다는 의미에서 섬 명칭이 붙여졌다. 그런데 이 섬 북서쪽에 용초마을이 있고 동쪽에는 호두(虎頭)마을이 자리한 까닭에 호두마을 주민들이 소외감을 느낀다는 의견을 받아들인 통영시가 각 마을의 한 자씩 따서 용호도로 명칭을 바꿨다. 용호도는 수천 명이 동시에 마실 수 있을 만큼 식수가 많았고, 육지와 떨어져 있어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이유 등으로 포로수용소가 설치됐다고 한다.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상흔을 지닌 오늘날의 용호도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양이보호분양센터’를 보유한 명소로 ‘애묘인’들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폐교된 한산초 용호분교를 리모델링해 탄생한 이곳은 버려진 고양이를 구조해 치료부터 건강 관리와 입양까지 ‘제2의 묘생’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다. 고양이 보호와 분양의 전 과정을 통영시가 전부 책임지고 있으며 ‘고양이학교’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하다. 다양한 사연과 아픔이 있는 고양이 수십여 마리가 육지에서 온 관광객들을 반갑게 맞이해줬다.

이날 가이드를 맡은 용초항어촌신활력증진센터의 감병만 현장센터장은 “해질 녘에 보면 황금처럼 빛나는 ‘황금바위’와 용의 형상과 닮아 있는 ‘용바위’가 있는 용호도는 해초류인 ‘잘피’가 서식할 정도로 바닷물이 맑고 깨끗한 아름다운 섬”이라면서 “2023년에 고양이학교가 개교한 이후 자원봉사를 오는 대학생들을 비롯해 용호도를 찾는 관광객이 많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경남 통영시 항남동에 있는 한 ‘다찌’ 맛집에서 내놓은 전복과 멍게 등 신선한 해산물들. 전세원 기자

지난해 9월 넷플릭스의 요리경연 프로그램인 ‘흑백요리사’ 방영 이후 ‘이모카세’(한국식 오마카세)가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식도락가들 사이에서 통영의 대표적인 음식 문화인 ‘다찌’가 ‘원조 이모카세’로 꼽힌다. 식당 주인이 당일 잡은 재료들로 꾸리는 상차림인 ‘다찌’는 1인당 4만5000원이면 농어·참돔·아귀 수육·멸치회무침·성게알 등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의 신선한 해산물들을 푸짐하게 맛볼 수 있다. ‘다찌’ 맛집들이 모여 있는 통영시 항남동과 중앙동의 강구안 일대는 충청·전라·경상 수군을 총지휘했던 삼도수군통제사의 관저인 삼도수군통제영을 비롯해 강구안에 떠 있는 조선군선과 ‘강구안브릿지’가 조화롭게 빚어내는 야경 덕분에 ‘다찌’에서 관광객들은 운치 있는 술자리를 가질 수 있다. 얼큰하게 취한 관광객들은 통영의 명물인 ‘시락국’으로 해장을 하면, 통영 여행의 화룡점정을 찍는 셈이다. 시락국은 시래깃국의 경상도 방언으로, 통영의 시락국은 장어가 들어가 감칠맛과 풍미가 아주 뛰어나다.

이날 전북 김제시에서 통영 일대와 용호도를 찾은 강은미(여·50) 씨는 “아파트에 살아서 반려동물을 못 키우는데 고양이랑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뜻깊었다”면서 “빼어난 자연경관과 깨끗한 바다가 있는 용호도에서 자전거를 타며 지친 심신을 치유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광객 김찬미(여·28) 씨는 “통영은 바다와 산이 많아 리프레시를 할 수 있는 관광프로그램이 풍부한데,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다시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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