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몰래 울던 엄마… 이제 내가 든든하게 옆에 있어줄게[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 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초록우산 참신賞 - 김나연 미호중 학생

To. 소나무처럼 곧은 우리 엄마에게

엄마, 안녕? 갑자기 이런 편지를 쓰니 마음이 간질거려. 편지를 재작년 이후 오랜만에 쓰는 것 같아. 초등학생 때는 일찍 집에 와서 엄마만을 기다렸는데 중학생이 되다 보니 이제는 엄마가 나를 기다리게 됐네. 내가 학원이 끝나면 어둠이 드리워져서 무서운데, 그럴 때마다 환한 등불처럼 내게 성큼성큼 다가와 주어서 고마워.

엄마가 올 때마다 엄마는 높은 산처럼 보였어,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그러다 어느 날 엄마가 다른 사람 때문에 울고 있을 때 정말 당황했어. 처음엔 왜 우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엄마를 힘들게 한 누군지도 모를 사람에게 화를 내보기도 하고. 하지만 이내 위로를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모르는 나 자신이 가장 부끄러웠어. 항상 위로는 내가 아니라 엄마가 해줬으니까. 나는 벼랑 위에 선 것처럼 위태로웠어.

어떻게 해야지 엄마가 안 힘들까, 장난이라며 다시 나에게 웃어 보이는 모습을 보여줄까. 나는 이런 상황을 직시하는 대신 회피하기로 했어. 엄마가 나 때문에 더 힘들까 봐, 그리고 용기가 나지 않았거든. 그리고 엄마는 저녁도 먹지 않고 계속 방에 있었잖아. 그럴 때마다 점점 죄책감이 나를 덮쳐온 것 같아. 엄마가 그리 힘들어할지 몰랐어.

그래서 물 흐르듯이 몸을 맡기고 그냥 엄마를 안았는데, 차마 엄마 얼굴을 보기가 무서웠어. 이미 진 꽃들처럼 웃지 않을까 봐. 근데 웬걸 오히려 엄마는 고맙다며 나를 안았잖아, 마치 자신을 위해 용기 내어주어서 고맙다는 듯이. 엄마 있잖아, 나는 엄마를 위로해 주려고 했는데 도리어 내가 위로를 받은 것 같아.

엄마, 엄마는 아무리 힘들어도 내 앞에서 울지 않고 항상 화장실에서 몰래 울었었지? 미안해, 이제야 왜 그런지 알 것만 같아. 엄마는 항상 곧은 소나무처럼 나를 아껴주어서 고맙지만, 소나무도 언젠가는 기울어지듯이, 그럴 때마다 나에게 기대어 주었으면 좋겠어. 내가 위로를 엄마에게 배운 것처럼 엄마가 힘들 때 바람처럼 옆에 있어 줄게. 배가 항구에 언젠가는 도착하는 것처럼 나도 엄마가 나에게 도착할 때까지 기다릴게.

배를 기다리는 작은 항구인 나연이가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