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거주 경제적 상층일수록 극우 청년일 확률 높다”

전혜원 기자 2025. 7. 2.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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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환 미국 캔자스 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2030 남성의 극우화는 실제 존재하며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극우 청년은 ‘서울 거주, 경제적 상층’에 속할 확률이 높다.
3월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대통령국민변호인단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년들. ⓒ시사IN 이명익

김창환 교수는 불평등을 연구하는 사회학자다. 현재 미국 캔자스 대학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노동시장, 교육, 소득불평등, 통계방법론 등을 주로 연구한다. 한국 국내 정치사회적 이슈에도 관심이 높아, ‘SOVIDENCE’라는 블로그(sovidence.tistory.com)를 운영하며 특히 한국 20대의 성별에 따른 정치 성향 분화에 대한 의견을 활발히 개진해왔다. 〈시사IN〉·한국리서치 ‘6·3 대선 이후 유권자 인식 여론조사’ 분석 자문에 응한 그는 며칠간 꼼꼼히 결과 수치들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말했다. “한국의 청년층에게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있게 해준 첫 데이터다.”

김 교수는 나름의 기준을 세워 극우의 정의를 새로 세운 다음 각 세대와 성별 비율을 추산했다. 그 결과 ‘2030 남성의 극우화는 실제 존재하며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그들이 ‘서울 거주, 경제적 상층’에 속할 확률이 높으며 그러한 경향은 오로지 청년층에서만 확인됐다고 말한다. 어떤 근거에서일까? 6월17일부터 여러 차례 화상회의와 메일 등으로 김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사IN〉·한국리서치 ‘6·3 대선 이후 유권자 인식 여론조사’를 분석한 김창환 미국 캔자스 대학 사회학과 교수. ⓒKU 홈페이지 갈무리

이번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극우’를 새로 정의했다.

크게 다섯 가지에 주목했다. 첫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무력이나 폭력 사용, 규칙 위반을 용인하는 자세다. 두 번째는 복지에 대해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인식이다. 세 번째는 한국적 특수성으로 ‘대북 제재 중시’를 고려했다. 네 번째는 ‘설령 중국의 보복으로 경제에 타격을 입더라도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좀 복합적인 질문이긴 한데, 외교에서 국익에 관계없이 특정 이념을 중시하는지 측정한 질문이라고 봤다. 다섯 번째가 극우 하면 보편적으로 포함되는 이주민 또는 난민에 대한 배타적 태도다. 이 다섯 가지에 모두 동의하면 극우라고 분류했다. 그 결과 20대 남성의 15.7%, 30대 남성의 16%, 70세 이상 남성의 10%가 극우로 추정됐다(〈그림 1〉 참조). 2030 남성의 극우 비율은 70대 이상 남성의 1.5배인 데다, 20대 여성의 극우 비율(2.1%)보다 7배 높다.

여전히 2030 남성의 80% 이상이 극우가 아닌데, 그 집단 전체에 대해 ‘극우화’라고 규정할 수 있나?

어느 국가도 극우가 그 사회의 다수가 되는 경우는 없다. 점유율이 늘어나는 것이다. 전체 국민 중 극우 비율은 6.3%에 불과하다. 2030 남성은 극우 비율이 전체 국민의 2.5배다. 한국 청년의 보수화 경향은 알고 있었지만 극우화에 대해선 의구심이 들었는데, 이 정도면 극우화가 진행되고 있고 정도도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정치인 이준석도 극우 세력을 대표하나?

현재까지 드러낸 모습만으로 극우라 단정하기 어렵지만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반(反)페미니즘, 장애인과 복지에 대한 태도가 극우의 모습과 공통점이 있다. 이준석과 일반적 극우의 다른 점은 무력 사용이나 규칙 위반에 대한 태도다. 이번 조사에서 이준석 투표자는 김문수 투표자에 비해 계엄에 반대하는 경향을 보였고, 일부 이슈에서 비교적 진보적인 응답을 했다. 하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고, 페미니즘에 대해선 이준석 투표자가 더 강하게 반대하는 편이다. 18~34세 김문수 투표자 중 19.4%, 이준석 투표자 중 15.2%가 극우로 추정되었다(〈그림 2〉). 청년층 극우 투표자 36명의 53.8%가 김문수, 38.3%가 이준석을 뽑은 걸 봐도 두 지지자의 성격이 아주 다르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그림 4〉).

누가 ‘청년 극우’가 될 가능성이 높나?

한국의 청년 극우는 경제적 약자라기보다 강자임이 확인되었다. 너무 놀라워서 회귀분석을 해봤는데, 청년층에서 월평균 가구소득이 500만원 이상이면서 스스로를 중간층 이상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비극우 추정 집단에서는 25.1%였으나 극우 추정 집단 내에서는 57%였다(〈그림 3〉). 객관적·주관적으로 중간층 이상이 하층보다 극우일 확률이 더 높다는 얘기다. 또한 비서울 거주 청년이 극우일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다중회귀분석으로 다른 인구학적·사회경제적 변수를 통제한 후 서울에 거주하는, 가구소득이 높고 계층 인식이 상층인 청년 남성의 극우 비율을 추정하면 근 40%에 달한다. 플랫폼 노동자 등 의존 계약자, 무급 가족 종사자, 단기·임시 노동자, 훈련생 등 ‘프레카리아트(precariat)’라고 부르는 불안정 노동 청년도 그렇지 않은 청년에 비해 덜 극우적이다. 참고로 35~64세, 65세 이상 연령층에서는 극우와 비극우 사이 계층적 격차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청년층에서만 극우의 계층이 비극우보다 높다.

통념과는 배치되는 결과다.

현재 한국 청년층의 극우화는 불평등 증가에 불만을 가진 하위 계층의 극우화가 아닌 것이다. 기득권에 속한 청년들의, 자신의 기득권을 빼앗긴 것에 대한 저항으로서의 극우화다. 사실 한국은 지난 10여 년 동안 지니계수 등 불평등 지표가 상당 부분 개선됐다. 학벌의 중요성도 이전에 비해 감소했다. 특히 과거에는 괜찮은 학교를 나오면 좋은 일자리를 어렵지 않게 가질 수 있었던 서울 출신 명문대 졸업 남성도 지금은 대학을 나온 여성들과 함께 노동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2006년에 노동시장 경력 초기의 대졸 남성은 여성보다 36% 소득이 높았는데, 2016년에 이 격차는 26%로 줄어들었다. 물론 여전히 대졸 남성 소득이 대졸 여성의 소득보다 훨씬 높다. 2006~2016년에 청년 남녀 모두 소득이 증가하지만 여성의 증가율이 남성보다 높았다(신광영·김창환, 〈교육, 젠더와 사회이동-한국 사회 계층화의 성별 차이는 줄어들었는가?〉). 심해진 경쟁 수준에 비해 경제발전 속도는 빠르지 않다 보니 괜찮은 일자리가 공급되는 속도는 느리다. 기존 처지가 나았던 이들로선 ‘제로섬 게임’에서 자기 기회가 줄어든다고 느끼게 된다. 문재인 정부 때 일부 청년들이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반대했던 맥락과 비슷하다.

해법이 있나?

급속도로 경제가 팽창하면 집단 간 갈등이 줄어들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청년 남성의 보수성이 쉽게 바뀔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지금 극우화되고 있는 남성 청년들이 여성을 포함한 더 많은 사람과 경쟁하게 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일부 경쟁의 첫 단계에서 승리했다고 해서, 예컨대 좋은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자신들이 괜찮은 일자리를 독점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청년 남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극우 분류를 좀 더 세분화해봤다. 그 분류에서 ‘강성 극우’는 앞서의 극우 정의 5개 항목에 모두 해당하는 사람이다. ‘연성 극우’는, 앞서의 극우 정의 중에서 무력·폭력 사용이나 규칙 위반엔 동의하지 않지만 나머지(경제 타격 입어도 한·미 동맹 강화, 대북 제재 우선, 생계 개인 책임, 이민자·난민 중 하나라도 반대)에 모두 동의하는 극보수다. ‘반페미니즘’은 강성 극우도 연성 극우도 아니지만, 반페미니즘 관련 3개 문항에 모두 동의하고 ‘고위공직자 여성할당제’에 반대하는 집단이다. 청년층에서 이준석 투표자는 김문수 투표자보다 강성 극우가 상대적으로 조금 더 적고, 연성 극우가 상대적으로 조금 더 많다. 반페미니즘 비중은 두 배 많다. 놀라운 점은 청년층 이재명 투표자 중에는 강성 극우·연성 극우·반페미니즘 그룹에 해당하는 비율이 6% 미만이라는 것이다(〈그림 5〉). 이를 고려하면, 이재명 정부에서 극우적·반페미니즘적 성향을 보이는 집단을 포괄하기 위한 정책을 펼 경우, 기존 그를 지지했던 그룹은 그것을 자신에 대한 배신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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