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문제, 제대로 봐야 한다 [신진욱의 시선]

한겨레 2025. 7. 2.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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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9일 새벽 3시에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한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법 모습.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신진욱 |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 한달이 지났다. 긴박했던 헌정 위기의 시간을 뒤로하고, 이제 우리 사회는 ‘어떻게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라는 숙제 앞에 섰다. 탄핵과 대선 이후 많은 국민이 염원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은 12·3 이전과 근본적으로 다른, 12·3이 다시는 일어날 수 없는, 12·3 이후 드러난 한국 사회 엘리트들의 부패와 사회 저변의 폭력을 진정으로 개혁한 대한민국일 것이다.

많은 사람은 긴장된 심정으로 묻고 있다. 민주주의가 확실히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인가? 우리의 자유와 생명은 이제 안전한가? 내란 세력과 그 협력자들이 다시 집권하는 일은 없을 것인가? 나라를 무법천지로 만들었던 극우 폭도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빨갱이 처단을 외치던 수십만 군중은 어디에 있는가? 정부 정책의 개혁만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를 우리는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

이런 질문들과 관련하여 대선 이후 정치 분야의 최대 관심사가 인사였다면, 사회 문제로 가장 활발히 토론된 주제는 ‘한국 사회의 극우’였다. ‘한국인의 20%가 극우’, ‘이대남 3명 중 1명이 극우’, ‘청소년은 극우가 주류’ 등과 같은 기사와 조사 결과들이 연일 보도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특정 인구집단을 극우로 규정하는 담론의 범람은 문제의 올바른 진단과 해결을 어렵게 하며, 정작 우리 사회에서 극우적 세계관과 증오, 폭력을 생산하는 세력들의 구체적 실체를 놓치게 만들 수 있다.

우선 극우 개념의 혼란이 심해서 명확한 정의가 긴급하다. 흔히 보수, 우파, 혐오, 양극화, 포퓰리즘, 권위주의의 정도가 심하면 극우로 규정하곤 하는데, 이는 극우에 대한 몰이해다. ‘극단주의’는 민주주의, 다원주의, 법치 등 현대 정치 원리와 인권, 자유, 평등과 같은 보편적 기본권을 부정하는 사고, 행동, 조직을 뜻한다. ‘극우’는 반평등과 배타성이 그처럼 정치·사회적 근본가치를 훼손하는 데까지 이른 경우다. 즉, 극우는 일반적 문제가 심한 정도가 아니라, 법적·도덕적으로 특별한 문제인 것이다.

그런 기준으로 봤을 때 오늘날 한국 사회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극우 성향이 있는가? 이 질문을 다룰 때 우리는 이런저런 지수를 통합하여 ‘극우적 집단’을 특정하려는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 왜냐하면 계급, 이념, 성별, 인종, 국적, 종교, 성정체성 등, 어느 한 면에서라도 타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 민주주의와 다양성에 대한 공격을 정당하게 여긴다면 극우적이기 때문이다. 가장 극우적인 인구집단을 찾아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함께 성찰하는 일이다.

한국인들은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정도로 극우적 사고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상황에 따라 독재가 낫다거나 민주주의든 독재든 상관없다는 사람이 25%, 비상계엄이 잘한 일이었다는 사람이 14%(동아시아연구원), 2024년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사람이 21%, 페미니즘의 영향을 막기 위해 무력 사용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사람이 14%, 성소수자에 적대적 감정을 가진 사람이 43%(한국리서치), 국내에 거주하는 난민들을 추방해야 한다는 사람이 12%(입소스) 등이다.

이런 극우적 세계관은 특정 세대, 젠더, 계층, 종교에 국지화되어 있지 않다. 현재 20~30대 남성이 독재 선호, 약자 혐오, 페미니즘에 대한 적대감 등 여러 면에서 비노인 세대 중 상대적으로 극우 성향 집단의 비율이 높지만, 지난 헌정 위기 동안 민주주의에 대한 최대의 위협은 윤석열 탄핵 반대가 50~70%에 달했던 노인층이었고, 이슬람과 난민에 적대적인 사람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은 20~30대 여성이다.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희박한 것은 50대 이상 남성들이고, 지금 가장 진보적이라는 40대의 일부는 10여년 전에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괴물이 된 이십대’(오찬호)로 불리었던 이들이다.

계층적으로 청년 남성의 소득 상층이 극우 성향이 가장 강하다는 분석도 있지만, 지위 불안과 박탈감에서 오는 반페미니즘은 중간층이 가장 심하다는 연구들도 있다. 개신교, 신천지 등 종교 관련 극우 성향은 노인과 청년 남녀의 저소득층에 가장 많다. 종교의 경우, 흔히 개신교가 극우를 연상시키고 또 실제로 많은 목회자가 극우 성향이지만, 신자들을 보면 개신교는 진보와 보수가 팽팽하게 나뉘는 데 반해 이번 대선에서 극우 정치인 김문수 지지율이 52%에 달했던 종교는 불교였다(한길리서치 조사).

이처럼 각 사회집단은 나름의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를 들어 이대남, 개신교, 상층, 하층 등 특정 집단에 극우의 혐의를 두는 것보다는, 도처에 편재하는 폭력의 잠재성을 주시해야 한다. 진정으로 경계해야 할 것은 이러한 사회적 토양이 정치화되는 것이다. 대선 이후 사회의 관심이 보통 사람들의 극우적 사고 경향에 집중되었지만, 가장 강력한 위험은 사람들의 마음에 폭력성을 심거나 잠재된 폭력성을 증폭하고 결집하는 극우 조직과 집단, 운동, 미디어, 파워엘리트들이다.

우리는 ‘한국인의 몇 퍼센트가 극우’라는 식의 설문조사 통계에 매몰되어 폭력과 증오를 생산하는 조직적 실체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전광훈의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같은 정치연합체, 육사 구국동지회나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 등 퇴역 군인·장성 단체, 한국자유회의 같은 뉴라이트 계통 엘리트 조직, 극우 개신교·신천지 등 종교 집단, 리박스쿨이나 자유마을처럼 일상 영역을 파고드는 ‘역(逆)진지전’ 활동들, 일베·펨코·디시갤 등 온라인 커뮤니티, 구독자 수십만의 보수·극우 유튜브 채널들, 한·미 극우의 국제적 네트워크 등이 서로 연결된 극우 생태계를 이룬다.

이들이야말로 반공, 반좌파, 반노조, 여성 혐오, 동성애자 혐오의 담론과 음모론을 생산하는 진지들이며, 경쟁사회에 지치고 상처받은 자들에게 분노와 증오를 불어넣고 해리 포터 식 ‘디멘터의 키스’로 그 영혼을 빨아들여 돈을 벌고 힘을 키우는 자들이다. 새로운 한국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들의 토양인 경제적 불안정과 사회적 고립, 돌봄의 공백 등 구조적 문제에 적극적으로 응답해야 하며, 타인의 인권과 우리 사회의 기본가치를 공격하는 행위를 엄격히 규제하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는 지금 많이 병들어 있고 위태롭다. 사회 전체가 달려들어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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