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한동훈, 칼 꺼낸 안철수, 농성 나경원…셈법 갈린 野당권 전초전
출마 권유 잇따르는 김문수 도전 여부도 관심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 시계가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포인트는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빌드업' 방식이다. 안철수 의원은 전국을 돌며 적극적으로 존재감을 키우는 가운데 나경원 의원은 철야농성을 통해 투쟁형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온라인 소통을 중심으로 '말 없는 준비'에 들어갔다는 해석이다. 당내에서는 이들의 행보를 놓고 전당대회 전초전의 셈법이 갈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1일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당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및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의결했다. 지난달 30일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가 만료된 데 따른 조치로 송언석 원내대표가 새 비대위원장을 겸임한다.
송 원내대표는 오는 8월 말쯤 전당대회를 치르고 9월 정기 국회 시작 전까지 당 지도 체제정비를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이다. 한달 남짓 짧은 기간 운영되는 비대위인 만큼 전당대회 준비에 곧바로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투어에 농성까지 적극 행보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는 없지만 차기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신경전은 예열되는 분위기다.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사람은 전당대회 단골손님인 안철수 의원이라는 평가다. 안 의원은 대구, 부산, 인천 등 전국 '민심 투어'에 나서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엔 자신의 의원실에 실무형 특별보좌관 8명을 임명하는 등 조직 강화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국민의힘의 대여투쟁 동력이 시들해졌다는 평가 속에서도 안 의원은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각종 정책과 인선부터 중동 전쟁, 내부 쇄신안 등 당 안팎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패색이 짙어진 출구조사 당시 끝까지 자리를 지킨 안 의원 특유의 이미지를 밀고나가려는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국회에서 숙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나경원 의원도 비슷한 맥락으로 분류된다. 나 의원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지명 철회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을 야당에 양보할 것을 요구하며 지난 27일부터 국회에서 닷새 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는 당원투표 비중이 80%에 달해 당심의 비중이 크고, 이 가운데 '윤심'의 영향력도 적지 않은 만큼 현 정부를 비판하는 데 집중하는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나 의원의 농성은) 당 대표용이다. 당 대표에 강한 집념이 있어서 그렇게 해서 친윤들 표를 받아보려고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나 의원의 행보를 두고 당내 부정적 기류도 떠올랐다는 점에서 농성의 실익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특히 친한(親한동훈)계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보여주기식 정치, 이제 정말 그만 보고 싶다"고 적었다.

'나올까, 말까'…한동훈·김문수, 조용한 움직임 속내는
조용히 당내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한동훈 전 대표는 대선 이후 꾸준히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며 당원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중이다. 친한계 주도로 당원 가입 운동도 이어지면서 당권 도전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해석도 붙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 후보 유세에서 선대위 참여를 고사하고 개인 유세를 다녔던 행보에도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뒤따른 바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뉴스1TV에 출연해 "한 전 대표는 100% (전대에) 나온다"며 "'하고재비'(어떤 일을 적극적으로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일컫는 경상도 말)라고도 하고 상습 출마라고도 하는데 어물전 앞을 그냥 못 지나가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다만 친한계에서는 출마 여부에 대한 시선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한계 인사인 신지호 전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최종 결정을 한 건 아니지만 최근까지의 기류, 분위기로 봐서는 신중론이 시간이 갈수록 좀 더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용한 총성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쪽에서도 울리고 있다. 김 전 후보는 대선 패배 이후 주위에서 적극적인 출마 권유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후보는 "당 대표에 아무 욕심이 없다"며 거리를 뒀지만, 당내 분란 상황과 현 정부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 개혁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면서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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