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성스럽게… 제단 채우는 충만한 햇빛 [스페이스도슨트 방승환의 건축진담]
불편해도 지형 맞춰 공간 나누기
‘채나눔’ 건축철학 故 이일훈 설계
‘俗에서 聖으로’ 전이공간격 정원
로비 작은 창 통한 빛 세속 씻어내
본당 각종 창으로 자연광 극대화
신의 은총처럼 무한한 햇빛 활용
적은 예산으로 큰 종교적 메시지
태양빛이 생명의 탄생과 성장, 번식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믿음은 자연 빛에 대한 신앙의 근원이 됐다. 여러 문화권에서 일조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을 중요한 축제일로 삼고 로마 교회가 336년에 예수 탄생일을 12월 25일로 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종교시설을 설계하는 모든 건축가들은 ‘빛’을 가장 중요하고 정교하게 다루려 한다. 다행히 모든 이에게 내리는 신의 은총처럼 빛은 모든 건축가가 무한히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재료다.

그럼에도 서 신부는 자신이 그린 성당의 이미지를 구현하고 싶었다. 그는 자신이 만난 건축가들에게 여러 주문을 했다. 종교적인 의미를 갖추되 건축가의 솜씨를 자랑하지 말고, 주일미사뿐 아니라 성탄과 부활절과 같은 행사에도 사용될 수 있으며, 시골 본당의 형편을 존중해달라는 거였다. 그는 최종적으로 건축가 이일훈을 설계자로 정했다.

서 신부와 이일훈은 설계에 착수하기 전 생극성당의 성격을 공식적인 예배 행위(전례)가 중심이 되는 성당으로 설정했다. 그리 되려면 신자들이 속(俗)의 세계에서 성(聖)의 세계로 들어갈 때 거치는 전이공간(轉移空間)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일훈은 이러한 공간도 나누었다.

본당 안에서 신자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건 사각형 프레임이다. 본당의 규모가 작은데도 프레임을 배치한 이유를 짐작해 봤다. 건축가는 전례를 위해 사제가 프레임을 통과해 신자들 사이를 지나 제단으로 향하는 ‘사제의 길’과 신자들이 본당 양쪽으로 돌아서 내려가 하나님을 만나는 ‘신자의 길’을 나누려고 했던 건 아닐까.
본당 안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건축가의 솜씨를 자랑하지 않으면서도 빛을 통해 구현한 교의(敎義)다. 이일훈은 본당으로 들어오는 빛을 ‘사람으로부터의 빛’, ‘세상의 빛’, ‘그리스도의 빛’으로 나눠 각각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사람으로부터의 빛은 본당 벽에 만들어진 세로로 긴 창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온다. 신자석을 둘러싼 기둥과 함께 보면 기둥 뒤에서 빛이 스며들어 오는 것 같기도 하다. 이일훈은 “사람으로부터의 빛이 가장 낮은 곳에 있기 때문에 손으로 느낄 수 있는 빛”이라고 했다.
그다음은 본당 천장 아래에 있는 수평으로 긴 띠창으로 스며들어 오는 빛이다. 건축가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하지만 본당 내부를 고르게 비추는 빛이기에 세상의 빛으로 정의했다. 제단을 가득 채우는 빛은 성스럽고 고결한 영혼을 상징하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빛으로 해석했다. 각기 다른 높이에서 본당 안으로 들어오는 세 가지 빛을 통해 생극성당은 빛으로 가득한 공간이 된다. 다만, 본당의 크기가 작아서 세 빛의 차이점이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우리는 종종 역설적인 상황에서 더 깊은 진리를 발견하곤 한다. 마치 어둠이 있을 때 한 줄기 빛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종교적인 가르침, 즉 교리도 마찬가지이다. 깊은 어둠 속에 한 줄기 빛이 스며들 때, 우리는 그 빛의 근원에 대해 궁금해하고 그 빛이 전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인다.
이일훈도 이러한 원리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인위적인 빛을 이용한 상징이 자칫 겉치레로 보일 수 있고, 이는 신성함을 온전히 표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생극성당과 같은 시골 성당은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유지관리 측면에서도 훨씬 경제적이다. 생극성당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신을 상징하는 ‘빛’보다 빛으로 가득 채워져 마치 하늘 같은 느낌을 주는 밝은 공간 그 자체다. 이러한 이유로 생극성당은 부제(副題)인 ‘하늘담은 성당’이 더욱 마음에 와닿는 곳이다.
방승환 도시건축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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