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번 고쳐 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신문에서 찾았다 오늘 별이 된 사람]
“모든 초고는 다 쓰레기다.” 미국 언론인이자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1899~1961)는 고치고 또 고쳐 썼다. 서른 살때인 1929년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를 쓸 때 헤밍웨이는 결말 부분을 17번 고쳐 썼다고 한다. 아니, 47번 심지어 200번 다시 썼다는 얘기도 있다. 대작 ‘노인과 바다’를 쓰고 이듬해인 1953년 퓰리처상, 195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정신은 평안하지 않았다. 62세때인 1961년 7월 2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헤밍웨이 사망 소식은 처음엔 총기 오발 사고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1961년 7월 3일자 석간 3면에서 ‘세계 문단의 거성 지다’ ‘헤밍웨이 변사- 자기 엽총 손질하다 오발로’라고 전했다. 이날 신문은 헤밍웨이 특집이나 다름 없었다. 1면에 사설을 쓰고, 4면에 생애를 배치해 헤밍웨이 기사를 3개면에 걸쳐 썼다. 이튿날인 7월 4일에도 석간 4면 거의 한 면에 걸쳐 ‘작품을 통해 본 헤밍웨이의 사상’을 소개했다. 총기로 자살했다는 사실은 7월 8일 외신을 인용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헤밍웨이가 조선일보 지면에 가장 먼저 소개된 때는 일제 때인 1933년 11월 2일이었다. ‘바다와 나비’의 시인이자 조선일보 공채 1기 기자인 김기림은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작품 ‘전쟁(戰爭)아 잘 있거라’ 원작자’란 제목의 기사를 썼다. 당시 조선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 ‘전장(戰場)아 잘 있거라’의 원작이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라면서 헤밍웨이를 소개한 기사였다. 제목은 ‘전쟁’ 본문은 ‘전장’으로 썼다. 김기림은 “헤밍웨이는 현대 미국 문학의 신진 선수” “금년에 겨우 34세밖에 안 된 성년(盛年)”이라면서 “미국 문단의 분위기 속에 있는 작가라기 보다는 혁명적인 ‘파리 그룹’의 작가”라고 적었다.

헤밍웨이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소설가 백민석에 따르면 헤밍웨이는 4대륙 20여 나라에 흔적을 남겼다. 제1차 세계대전때인 1918년 이탈리아 밀라노 야전병원에서 수송차 운전병으로 일했고, 이때의 경험을 ‘무기여 잘 있거라’에 녹였다. 20대 시절은 프랑스 파리에서 보냈다. 스콧 피츠제럴드, 거트루드 스타인, 살바도르 달리, 피카소, 폴 고갱 같은 문인 화가들이 파리에서 활약할 때였다. 당시 이야기를 25세때 쓴 파리 회고록 ‘서툰 시절’에 적었다. 헤밍웨이는 센강변을 산책하며 소설을 구상하곤 했다. “글을 한 편 완성했을 때, 혹은 뭔가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고자 할 때 센강변을 거닐곤 했다. 맑은 날이면 포도주 한 병과 빵 한 조각, 소시지를 사들고 강변으로 나가 햇볕을 쬐면서 얼마 전에 산 책을 읽으며 낚시꾼들을 구경하곤 했다.”
이후 아프리카 케냐로 여행을 떠나 ‘아프리카의 푸른 언덕’ ‘킬리만자로의 눈’ 같은 소설을 썼고, 종군 기자로 스페인 내전을 취재하고 희곡 ‘제5열’을 썼다. 카리브해 섬나라 쿠바를 빼놓을 수 없다. 아바나에서 20여년 살면서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노인과 바다’를 썼다. 쿠바로 여행을 떠난다면 헤밍웨이가 살았다는 호텔과 집, 그가 자주 들른 술집과 카페를 들르지 않을 수 없다. 헤밍웨이박물관도 그곳에 있다. 쿠바는 카스트로가 아니라 헤밍웨이의 나라다.

헤밍웨이는 우리 대중문화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가수 조용필은 1985년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발표했다. 작사가 양인자가 헤밍웨이의 단편 ‘킬리만자로의 눈’에서 영감을 받아 가사를 썼다. 조용필은 내래이션으로 빠르게 읊조린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죽는 눈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소리꾼 이자람은 최근 ‘노인과 바다’를 판소리로 옮겨 1인극을 펼쳤다. “겉으로는 평안해 보이지만, 내면은 복잡하고 프로페셔널하게 바쁜 주인공 산티아고의 마음을 한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헤밍웨이가 사투를 벌인 쿠바의 바다가 우리 장단에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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