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지를 찾아서] 전북 부안 ‘오디’ | 디지털농업
이 기사는 성공 농업을 일구는 농업경영 전문지 월간 ‘디지털농업’7월호 기사입니다.
누에는 독특하게도 뽕나무 잎만 먹고 자라는 곤충이다. 누에의 소화기관에 있는 효소가 뽕잎을 이루고 있는 단백질과 탄수화물 등을 잘 소화하도록 특화돼 다른 잎은 먹지 못할 뿐 아니라 먹어도 소화하지 못해 급기야 폐사하기에 이른다. 이런 맥락에서 그 옛날의 오디는 보통의 과수 열매와 달리 양잠업에서 얻을 수 있는 부산물로 의미가 짙었다.

전북 부안은 1960~1980년대 양잠 농업의 최전선에 있던 곳이다. 경제성장기 우리나라는 ‘수출이 살길이다’란 구호와 함께 산업을 육성했다. 섬유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컸고, 이에 정부는 양잠업을 적극 육성·지원했다. 당시 100년 이상 된 잠실 전통을 유지하며 마을에 산뽕나무 군락지를 형성하고 있던 부안군 변산면 마포리 유유동이 양잠 농업으로 주목받았고, 자연스레 부안 지역에 양잠 농업이 발달한다.
그러나 합성 섬유의 등장, 수입 견사 유입 등 시대 변화와 산업 구조 재편으로 1990년대 들어서면서 양잠업이 쇠퇴하는데, 부안군은 역발상으로 양잠업의 특성화를 꾀했다. 2003년 농촌진흥청과 대한잠사회가 유유동 양잠마을을 대한민국 3대 청정 지역으로 지정한 것이 동력이 됐다. 마침 웰빙 트렌드에 힘입어 블루베리·복분자 등 베리류가 블랙 푸드로 주목받은 시기이기도 했다. 이에 2005년 부안군이 ‘신활력 부안 오디뽕 특화사업’을 전략적으로 추진하면서 오디가 점차 경쟁력 있는 과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오디는 알코올을 분해하는 알라닌·아스파라긴산을 함유해 숙취 해소에 효과적이다. 또 오디의 루틴·가바 성분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성인병 예방에 좋고, 안토시아닌 성분은 노화 방지와 시력 개선에 도움이 된다. 부안 지역의 대다수 오디 농가는 이처럼 건강에 이로운 오디의 품질 특성을 이어가기 위해 우수한 모주를 이용해 관내에서 생산한 묘목을 사용한다. 이는 부안에서 생산하는 오디 가운데 <과상2호> 품종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것과 연결된다.
부안군은 직물산업에 국한됐던 양잠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찾고자 농진청과 협업해 열매를 주 소득원으로 하는 독립품목으로 열매가 크고 단맛이 강한 과상2호 품종을 도입했다. 지역 적응시험을 거쳐 농가에 보급한 과상2호는 누에의 먹이에 한정됐던 뽕나무를 오디 재배를 위한 새 소득작물로 탈바꿈해 ‘입는 양잠산업에서 먹는 식품산업’으로 경제적 가치를 확대시켰다. 또한 품종 통일은 재배와 유통·가공의 표준화로 연결돼 부안 오디의 품질 향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뽕나무 생육에 적합한 지리적 여건도 이상기후에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런데 수확을 앞둔 5월 말까지 농림축산식품부의 냉해 피해 조사 항목에서 오디가 제외돼 농가의 시름이 깊다. 오디는 4월 중하순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3월 말 저온이 냉해의 직접적 이유가 아니라고 판단한 탓이다. 이에 정민영 부안군농기센터 기술보급과 미래농업팀장은 “오디 낙과 원인을 입증하기 위해 전문 기관에 조사를 요청한 상태”라며 “구체적인 원인이 규명되면 그에 따른 적절한 예방 대책을 마련해 오디 농가와 어려움을 함께 타개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서면에서 8년째 오디 농사를 짓고 있는 최지선 대표(40)의 오디밭은 다행히 낙과량이 많지 않다. 그러나 해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최 대표도 이상기후의 영향을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1650㎡(500평) 규모의 밭에서 첫해 약 1t의 오디를 거뒀는데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수확량이 점점 줄어 근래엔 700㎏ 남짓을 수확하고 있어요. 올해는 냉해 피해가 커 수확 시기도 일주일 정도 늦어져 5월 마지막 주에야 수확을 시작했습니다.”
오디는 비교적 재배가 쉬운 작물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좋은 열매를 얻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열매껍질이 얇고 무르기 쉬운 오디는 하나하나 손으로 따야 하기에 열매 수확을 위해 재배하는 뽕나무는 키가 낮은 수형으로 키워야 한다. 열매가지 역시 생산성과 품질을 고려했을 때 위로 자라게 하는 것보다는 아래로 늘어지도록 관리하는 것이 좋다.
“2월 중순에 잔가지를 정리하며 빛을 고루 받을 수 있는 수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단순히 많이 수확하는 것을 정리하면서 밀집된 잎과 열매를 적절히 솎아내고 있습니다.”

부안 오디 농가는 저장·유통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오디 가공과 체험 등 6차 산업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 대표도 직접 농사지은 오디로 가공 상품을 제조·판매하는 브랜드 ‘하서’를 운영하고 있다.
“오디는 수확기가 짧고 시중에서 생과로 접하기도 어려워 다른 과일에 비해 대중적이지 못하죠. 이에 저장성을 높이면서 오디의 맛을 잘 담아낼 수 있는 잼·즙 등 가공품도 선보이고 있어요. 최근에는 농사만큼 오디 브랜딩을 큰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사실 부안은 오디 주산지로 손꼽히지만 대다수 농가는 벼를 주 작물로 하고 오디철에는 마늘·양파도 겸작한다. 여기에 고령화와 농업 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오디 재배 면적과 생산량은 감소하는 추세다. 정 팀장은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그간 부안군에서 부안누에타운 조성, 참뽕연구소 신설, 공동가공센터 운영 등 오디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 육성 사업을 추진해온 만큼 지속적으로 지역경제 성장과 인지도 확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오디 재배·가공·유통·체험에 이르는 6차 산업화에 더욱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서진영 | 사진 남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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