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봐주지 말고 부숴버려” 로버츠 기행 역풍 맞나… 상대 전투력만 급상승, ‘공공의 적’ 됐다

김태우 기자 2025. 7. 2.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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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벌써 5번이나 투수로 등판해 메이저리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키케 에르난데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의 현역 로스터는 26명이다. 이것도 몇 년 전 1명이 늘어났다. KBO리그는 28명이다. 메이저리그가 KBO리그에 비해 훨씬 더 빡빡한 일정인데, 오히려 엔트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원은 더 적다.

자연히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담이 훨씬 더 크다. KBO리그나 일본프로야구는 월요일은 휴식이 보장되는 것에 반해, 메이저리그는 9연전, 12연전이 이어지기도 한다. 투수 운영이 어렵다. 한 경기에 많이 쓰면, 다음 경기에는 정말 쓸 투수가 없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간혹 점수 차가 큰 경기에서는 야수들을 올려 다음을 기약하는 문화가 있다.

보통 이런 전략은 큰 점수 차로 뒤져 해당 경기의 희망이 없는 팀이 쓴다. 어차피 질 경기, 투수 소모를 아끼자는 것이다. 팬들에게는 나름의 볼거리이기도 하다. 상대 팀도 그런 사정을 알기에 굳이 모질게 타격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백기를 든 팀인데, 시체에 매질을 하지 말자는 정서는 동양이나 서양이나 비슷하다.

대다수 타자들이 기를 쓰고 치지는 않는다. 야수가 마운드에 올라 왔기에 사실 치지 않으면 볼넷이 될 확률이 높다. 그렇게 기다리는 대신 대충 치고 마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런데 올해 LA 다저스는 점점 타자들이 기를 쓰고 치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전략이고, 어떻게 보면 기행이다.

▲ 첫 등판 당시 동료들의 투구 폼을 따라해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던 미겔 로하스지만, 이제는 다저스의 전략에 점점 더 비판적인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다저스는 야수들의 등판이 유독 많다. 등판 단골 손님은 베테랑 유틸리티 플레이어들인 엔리케 에르난데스와 미겔 로하스다. 에르난데스는 2023년까지 투수 등판이 딱 한 번, 그것도 아웃카운트 하나였다. 하지만 2024년 4경기로 늘어나더니, 올해는 이제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벌써 5경기에 등판했다. 2024년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15의 쏠쏠한 활약을 한 것이 배경인데, 실제 올해도 초반에는 선전했다.

베테랑 중의 베테랑 선수인 로하스는 다저스 입단 전까지는 야수로 단 한 번도 등판한 적이 없는 선수다. 그런데 2023년 3경기, 2024년 1경기에 이어 올해는 벌써 3경기에 나갔다. 두 선수의 등판은 이제 다저스에서 익숙한 광경이 됐다.

여기까지는 다른 팀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다저스가 특이한 것은 크게 이기는 경기에서도 야수를 낸다는 것이다. 사실 이는 이전까지는 상대에 대한 ‘예의’ 문제로 지양하는 편이었다. “야수를 등판시켜도 지금 상황에서 너희는 이길 수 있어”라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에르난데스는 최근 두 번의 등판에서 더 집요해진 상대 타자들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자신의 임무 달성에 실패했다

하지만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투수들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이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에르난데스의 경우 올해 지는 경기보다 이기는 경기에서 더 많이 등판했다. 처음에는 눈요기 정도로 생각했지만, 이것이 거듭되자 메이저리그 전체의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가뜩이나 ‘돈을 많이 써’ 최강의 팀이 된 이미지가 있는 다저스는 요새 뉴욕 양키스에 이은 ‘제2의 악의 축’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그런데 야수 등판까지 겹쳐 상대 팀 팬들에게 원성을 듣는다. “봐주지 말고 부숴버려라. 그래야 다음에 안 그런다”는 메시지가 도배되고 있다.

그런 분위기 탓인지 올해 두 선수의 투수 성적은 급락하고 있다. 에르난데스는 첫 세 번의 등판에서는 평균자책점 2.08로 대활약을 펼쳤다. 심지어 6월 11일 샌디에이고전에서는 2⅓이닝을 던지며 역투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저스의 야수 등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확대되자 사정이 달라졌다. 6월 15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크게 이기고 있었던 9회 등판했다가 ⅔이닝 3피안타 3볼넷 5실점(4자책점)으로 무너졌다. 자칫 잘못하면 경기가 넘어갈 수 있겠다 판단한 다저스 벤치는 아끼려고 했던 앤서니 반다를 끝내 써야 했다.

23일 워싱턴과 경기에서도 팀이 크게 앞서고 있자 다시 9회 나섰지만 ⅓이닝 2피안타 3볼넷 4실점을 기록했다. 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다저스 벤치는 역시 아끼려고 했던 알렉스 베시아를 올려 경기를 마무리해야 했다. 비판도 받고, 실익도 못 챙긴 셈이다. 확실히 샌프란시스코·워싱턴 타자들이 봐주지 않고 더 진지하게 볼을 고르고 치는 경향이 있었다. 이게 민심일지 모른다. 다저스와 로버츠 감독이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이 전략을 밀어붙일지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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