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윤의어느날] 오늘의 솥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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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나는 예전에 유행했던 '내가 오늘 너무 우울해서 빵을 샀어' 테스트에 좋지 않은 기억이 있었다.
아주 잠깐 나는 오늘의 잘한 일에 대해 떠올렸고 잘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스스로 한심해했다는 걸 말이다.
친구가 전해준 오늘의 솥밥을 앞에 두고 나는 가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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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금 웃었고, 신기한 마음으로 S의 문장을 곰곰 뜯어보았다. 그러니까 이런 것이 내게는 새로웠다. ‘오늘의 잘한 일’을 돌아본다는 사실 말이다. 자기 전에 내가 하는 일은 대부분 알람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알람 시간이 정확한지 내가 잘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소리와 진동이 동시에 설정되어 있는지 확인한 뒤 머리맡에 휴대폰을 두는 게 내 일과의 마지막이었다. 그러고 나서는 잠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눈을 감은 채 좌우로 도록도록 눈동자를 움직이면 금세 숙면 상태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뒤부터는 그것도 했다. 그러고 보니 이런 게 전형적인 T라는 건가. 나는 좀 시무룩해진 기분으로 S와의 대화를 이어갔다.
S는 내게 캡처한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누군가 내 소설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글이었는데, 지극한 문장으로 쓰인 리뷰가 다정하고 섬세했다. 이런 걸 발견했어, 라며 S는 덧붙였다. “오늘 너의 솥밥은 저것으로 하자”. 어떻게 알았을까 싶었다. 아주 잠깐 나는 오늘의 잘한 일에 대해 떠올렸고 잘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스스로 한심해했다는 걸 말이다. 오늘뿐 아니라 어제도 그제도 텅 비어 있었으니 내일도 쓸모없는 하루를 보내게 될 거라는 저주에 가까운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그러니까 S는 저걸 내게 보여주고 싶었던 듯했다. 아무도 책을 읽지 않는다고 우울해하는 내게 소중한 독자의 감상을 전해주려고 솥밥 얘기를 꺼낸 걸지도 몰랐다.
나는 S의 그런 점을 늘 좋아했다. 쾌활하고 자존감이 높은 S는 자신을 존중하는 만큼 타인을 존중할 줄 알았다. 그것은 종종 배려심으로 작동해 타인의 자존감을 덩달아 높여주곤 했다. 나를 사랑하듯 타인을 사랑하는 일, 나를 칭찬하듯 타인을 칭찬하는 일, 그런 걸 배울 수 있는 친구이니 오래오래 옆에 두고 싶을 수밖에. 친구가 전해준 오늘의 솥밥을 앞에 두고 나는 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윽한 표고버섯향 새벽이 다가오고 있었다.
안보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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