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日, 미국쌀 왜 안사나”... 쌀 시장 개방 압박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2025. 7. 1.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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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백악관에서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일본은 엄청난 쌀 부족을 겪고 있음에도 미국산 쌀을 수입하려 하지 않는다”며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인 일본에 쌀 개방을 압박했다. 트럼프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대해 얼마나 버릇 없이 굴게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며 쌀 문제를 거론한 뒤, “우리는 일본에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전날 트럼프는 오는 8일로 다가온 상호 관세 유예 시한을 더 늘리지 않고, 각국에 관세율을 통보하는 서한을 보내겠다고 했었다.

전날엔 미일 자동차 무역 불균형을 거론했던 트럼프가 연일 일본을 겨냥해 압박에 나선 것은 최근 수차례 장관급 협상을 벌였는데도, 교착상태에 빠진 무역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가 지적한 쌀과 자동차 문제는 한국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문제여서, 한미 간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되면 일본과 비슷한 압박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이 미국 쌀을 전혀 수입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일본에 1980년대부터 쌀 개방을 요구해왔으며,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을 통해 일본은 최소 물량을 의무 수입하는 ‘쿼터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해마다 77만t의 쌀을 무관세로 수입하는데, 이 중 절반가량이 미국산이다. 지난해엔 2억9800만달러(약 4035억원)의 미국 쌀을 수입했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쌀 시장을 추가 개방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77만t을 초과하는 수입쌀에 대해선 1kg당 341엔의 관세가 붙는데, 지난해 쌀 국제 시세를 반영한 관세율은 약 400%에 이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1일 “미국산 쌀 수입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특히 “일본은 쌀이 부족한데도 미국 쌀을 안 산다”며 최근 일본의 ‘쌀 파동’을 거론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다. 일본은 최근 관광객 증가, 유통 구조 등의 문제로 쌀값이 평년 대비 2배로 폭등한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가 해마다 농가에서 사들인 비축미를 풀고 있지만, 시중에 제대로 유통되지 않아 쌀 값 안정이 더딘 상황이다. 쌀이 부족하다기보다, 쌀 값 상승을 기대하고 쌀을 조금씩 내다 파는 유통 조직의 문제가 크다.

그런데 트럼프는 일본의 쌀 파동을 ‘미국 쌀을 더 팔 기회’로 여기는 셈이다. 한국은 일본처럼 ‘쌀 수입 쿼터제’를 운영중이지만, 일본과 달리 쌀이 해마다 20만여t씩 지나치게 남아돌고 있는 점은 협상에서 그나마 유리한 점이다.

일본 정부는 쌀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앞으로 협의에서 농업을 희생하는 일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지켜야 할 것은 지키고, 우리나라(일본)의 최대한 이익을 얻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농업을 희생하지 않는다’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이전에 언급한 발언과 같다.

다만 하야시 관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쌀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알고 있다. (트럼프 코멘트에)일일이 논평하는 것은 삼가고 싶다”며 직접적인 충돌은 피했다.

트럼프의 발언에 지나치게 무게를 둘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NHK는 미일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지금까지의 (미일) 협상에서 쌀 이야기가 나온 적은 없다”고 보도했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일본 신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너무 무게를 두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본은 표면적으론 ‘과잉 반응하지 않는다’는 반응이지만, 실제론 트럼프의 연이은 자극에 크게 동요하는 모습도 보인다. 일본 자민당의 한 전직 국회의원은 “상호관세의 유예 기간이 9일 끝나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방송에 이어 소셜미디어에서 일본만 콕 집어 비판했다”며 “이시바 내각과 관료들이 트럼프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 당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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