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꿈을 키우는 사제동행 역사·문화탐방]중학교 (상)

김성찬 2025. 7. 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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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추억, 그리고 잊어서는 안될 역사
경남일보가 주최하고 경남도교육청이 후원하는 학업중단 예방 집중지원 학교 프로그램 '2025 꿈을 키우는 사제동행 역사·문화탐방'이 지난 5월 고등학교에 이어 6월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본 현지에서 진행됐다.

도내 10개 중학교 학생들이 참가한 이번 역사·문화탐방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일본 후쿠오카의 죠세이 탄광 수몰사고 희생자 추도비를 비롯해 석탄기념공원 내 석탄 역사박물관과 한국인 징용희생자 위령비, 시모노세키 조선통신사 상륙 기념비와 조선통신사들의 숙소로도 사용된 아카마 신궁,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관영 야하타 제철소의 옛 사무소, 기타큐슈 시립 자연사 박물관, 후쿠오카 시민 방제센터 등을 둘러보며 질곡의 한일 양국 역사와 일본의 자연·문화를 몸소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편집자 주

안녕하세요. 지난 고등학교 언니 오빠들에 이어 이번 탐방을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 저는 거창 샛별중학교 학생 최아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일본의 남쪽 지방은 한국보다 일찍 장마가 시작됐어요. 6월 초순인데도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뜩, 간간이 빗방울도 떨어지네요. 궂은 날씨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출발해볼까 합니다. 자, 그럼 저희 10개 중학교 30명 친구들의 일본 역사·문화탐방 여정을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출발~
안녕하세요. 이번 일본 역사문화 탐방의 소개를 맡은 거창 샛별중학교 최아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석탄의 역사, 그리고 선조들의 희생

저희들의 첫 일정은 타가와시(市)에 위치한 석탄 역사박물관과 석탄 기념공원, 그리고 공원 한 켠에 자리잡은 한국인 징용희생자 위령비입니다. 많이 알려진대로 이곳 타가와 지역은 후코오카 최대 석탄 생산지였다고 해요. 그래서 일본은 석탄 생산과 산업 근대화를 자랑하기 위해 박물관과 공원을 조성했다고 하네요.

박물관 전시실은 석탄 생산과정, 채굴법, 탄광 노동자들의 생활 모습 등 석탄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잘 꾸며져 있었어요. 비가 내리는 공원의 풍경도 깨끗하고 차분해서 운치가 느껴졌어요. 공원과 박물관을 둘러본 저희들은 계단을 올라 이 곳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위령비를 찾았습니다. 일본의 석탄산업 발전의 이면에는 우리 선조들이 강제로 징용돼 힘든 노동에 시달리다 목숨까지 잃어야만 했던 가슴 아픈 희생이 있었다고 해요. 이 위령비는 강제 연행 희생자 중 연고가 없는 유골을 모시기 위해 1988년 4월 이 곳에서 제일 높은 곳에 세워졌어요. 살아서는 지하 갱도의 가장 낮은 곳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렸지만, 죽어서는 가장 높은 곳에서 편히 쉬시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말을 들으니 정말 가슴이 먹먹해져 왔습니다.
 
저희들은 1942년 발생한 조세이 해저 탄광 수몰사고에서 비참하게 목숨을 읽은 조선인 136명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희생자 추도비를 찾아 선조들을 위해 꽃을 바치고 묵념했습니다.
◇끔찍한 수몰사고…유해라도 빨리 찾기를

많이들 모르고 계실텐데 일제 강점기에 동원된 조선인 136명이 1942년 2월 3일 조세이 해저 탄광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우리 선조들을 포함해 모두 183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참사는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앞바다에 있던 해저 갱도에서 발생했습니다. 사고 당일 오전 해저 갱도 내부로 바닷물이 밀려들면서 작업 중이던 이들이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것입니다.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는 희생자가 많은 대형 사고였음에도 세상이 많이 알려지지 못한 이유는 당시 언론이 사고 소식을 작게 다뤘고, 심지어 사실과 다르게 보도한 것이 한 원인이라고 해요. 참 어처구니가 없는 일입니다.

저희들이 찾은 곳은 희생자 추도비가 설치된 '조세이 탄광 추도 광장'입니다. 이곳에는 방문자들이 비참한 역사를 비교적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물이 배치돼 있었습니다. 매년 11월 19일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제사도 열립니다. 추도비에는 희생자들의 이름과 사고 당시의 상황이 새겨져 있었는데, 추도문을 보니 "식민지 지배 정책 때문에 토지·재산 등을 잃어버려, 부득이 일본으로 일거리를 찾으러 건너오거나, 혹은 노동력으로서 강제 연행되어 온 조선인"이라는 희생자에 관한 설명이 한글과 일본어로 적혀 있었어요. 또한 "특히 조선인 희생자와 그 유족에게는 일본인으로서 진심으로 사과의 마음을 올립니다. 우리들은 이러한 비극을 낳은 일본의 역사를 반성하고, 다시는 다른 민족을 짓밟는 포악한 권력의 출현을 용납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을 맹세하고, 여기에 희생자의 이름을 새깁니다"라는 다짐도 적혀 있었습니다.

뉴스를 보니 최근들어 탄광에서 수몰된 183명의 유해 발굴 작업이 다시 시작됐다고 해요. 한국과 일본이 정치인들도 이 작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하니 하루라도 빨리 좋은 소식들이 들여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희들이 사진을 찍은 이곳은 조세이 해저탄광 수몰사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조세이 탄광 추도 광장'입니다.
◇일본의 산업발전…그 뒤에 감춰진 비밀들

후쿠오카 기타큐슈에 위치한 야하타 제철소는 일본 최초의 근대적 제철소로, 메이지 산업혁명의 상징이기도 한 이 곳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명소이기도 합니다.

야하타 제철소는 일본의 침략전쟁을 뒷받침하는 군수산업으로 육성되었어요. 하지만 일본의 침략전쟁 확대로 철 수요가 늘어나자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 그들의 식민지였던 조선 땅에서 약 6000명 이상의 노동자를 강제로 끌고왔다고 합니다. 이곳에서는 1945년 일본이 패전할 때까지 군함과 어뢰, 전투기를 제작하는데 필요한 철강을 생산했다고 해요. 우리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그들의 전쟁을 위해 우리나라 선조들이 피와 땀을 흘리고 목숨까지 잃어야 했다고 하니 너무 화가 나네요. 특히나 이러한 비참한 희생이 있었던 곳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는 것도 저희들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만약에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더 큰 국력을 갖고 있었더라면 지금과는 다른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가이드 선생님의 말씀이 너무나도 가슴에 많이 와 닿았습니다.
 
여기는 일본 타가와시에 위치한 석탄 기념공원 안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한국인 징용희생자 위령비입니다. 이 위령비는 강제 연행 조선인 중 연고를 찾지 못한 유골들이 모셔져 있습니다.

◇가깝지만 너무나도 많이 다른 이웃, 일본

조선통신사는 조선시대 일본에 보냈던 외교사절단이에요. 저희들의 여정인 히로시마·야마구치 현의 일부에는 이들 통신사의 발자취가 아직 남아 있었어요. 야마구치 현의 항구 시모노세키는 조선통신사 일행이 일본 본섬에 첫발을 디뎠던 곳입니다. 기타큐슈로 건너가는 간몬해협대교가 바라다보이는 이 바닷가에 조선통신사 상륙 기념비(조선통신사 상륙 엄류지지)가 있었어요.

기념비 맞은 편 언덕에는 유난히 붉은 빛이 빛나는 신사가 하나 있는데, 바로 12세기 무사집단 간의 전투에 휘말려 8살의 나이에 외할머니와 함께 바다에 빠져 죽은 안토쿠 왕을 모시는 아카마 신궁이에요. 건물이 너무 예뻐서 친구들이랑 사진도 많이 찍었던 곳이라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것 같아요.

기타큐슈 시립 자연사 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네요. 자연사 박물관이라는 이름만 보면 다소 지루할 것 같지만 절대 아니에요. 1993년에 지어졌다는 이 박물관 안에는 공룡 화석부터 고대 생물들의 진화과정과 일본 고대 문명과 그들의 역사, 문화유산 등이 전시돼 있는데 그 규모가 상당히 큰데다 전시물들도 상당히 수준 높은 것들이어서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였답니다.
이밖에도 후쿠오카 현에서 유일하게 전통적 일본 성의 상징인 천수각이 있는 고쿠라 성의 아름다움과 웅장함, 키타큐슈 평화의 마을 뮤지엄을 돌아보며 느낀 전쟁의 참담함과 생명의 귀중함, 후쿠오카 시민 방재센터에서 배운 재난에 대비하는 일본인들의 자세 등은 이번 여정이 저희들에게 선물해 준 뜻깊은 시간들이었습니다.


저희들은 무게만 3t이라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금줄과 일본 TV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빛의 길'이라는 이름의 계단과 도로로 유명한 미야지다케 신사를 끝으로 이번 역사·문화탐방을 마무리지으려 합니다. 3박 4일 동안 너무 많이 정들어버린 친구들과 선생님. 이번 탐방을 준비해주신 경남도교육청과 경남일보 관계자분들, 특히 여행 내내 저희들이 몰랐던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꼼꼼하게 설명해주신 노성영 가이드님께 친구들을 대신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정말 잊지못할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자, 그럼 저희들은 이만 물러납니다. 긴 이야기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정리=김성찬 기자 kims@gnnews.co.kr
 
석탄 기념공원은 1890년대에 미쯔이 광산이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졌던 지역을 박물관으로 조성한 곳입니다. 지금은 당시 사용하던 2개의 굴뚝만이 남아있습니다.

※ 본 기사는 2025 꿈을 키우는 사제동행 역사·문화탐방에 참여한 학생들의 수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이곳이 바로 8살의 나이로 요절한 안도쿠 왕을 모신 신궁, 아카마 신궁입니다. 건너편에는 조선통신사 상륙 기념비도 있는 곳이에요. 빨간색 기둥들이 너무나도 아름답지 않나요?
기타큐슈 시립 자연사 박물관 내부 전경입니다. 저희들 뒤로 보이는 공룡 화석들 보이시죠? 실제로 보시면 더욱 실감난답니다.
일본 키타큐슈의 상징적인 존재로 일본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고쿠라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성 외부도 아름다워서 볼만했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볼거리, 즐길거리들도 많아 더욱 즐거웠습니다.
저희들의 3박4일 여정은 여기까지입니다. 제 뒤로 보이시나요? 여기가 신사 입구에서 바다까지 일직선으로 연결된 도로가 예쁘기로 유명한 미야지다케 신사랍니다. 잊지못할 추억을 선물해주신 모든 분들께 친구들의 마음까지 담아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다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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