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은 죽기보다 싫어… 차라리 더 아프라고 기도” [심층기획-2025 간병지옥 리포트]
치매 앓다 뇌허혈성 발작 진단
숨쉬는 것 빼곤 남의 손 빌려야
수천만원 병원비 아들이 부담
이젠 싫지만 요양원 가야할 듯
치매 환자인 나는 광주에서 혼자 생활한다. 아내가 곁을 떠난 지 5년째, 집에서 홀로 지낸다. 나는 내가 뭘 했는지조차 모를 정도의 치매기가 있다. 두 달 전인 4월28일, 큰일이 생겼다. 집에서 밖을 나오려다가 쓰려졌다. 반나절이 지나서야 깨어 보니 병원이었다. 나는 쓰러진 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았다. 뇌허혈성 발작 진단을 받았다.

난 병원이 싫다. 소독약 냄새도 그렇고 무엇보다 아픈 환자들 사이에서 지내는 게 고역이었다. 그래서 의사의 만류에도 치료를 다 받기도 전에 퇴원했다. 내가 평생 살던 집이 좋다. 그런데 한 달간 집에서 지내 보니 경제적 비용이 만만찮다. 나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숨쉬는 것을 빼고는 모두 남의 손을 빌려야 한다. 간병인이 24시간 나를 케어해야 하지만 그럴 형편이 되지 못한다.

아들은 얼마 전 나에게 살며시 말을 건넸다. 지난번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했는데, 5등급이 나왔다는 것이다. 1∼3등급을 받아야 요양원 입소가 가능하다고 했다. 치매와 진료 일지 등 관련 자료를 첨부해 올 10월에 재신청하면 1∼3등급은 충분히 나온다고 알려줬다. 방바닥에 꽂혀 있던 눈길을 들어 아들을 쳐다보니 유일한 혈육의 눈가는 이미 촉촉해져 있었다.
그렇게 가기 싫은 요양원을 넉 달 후면 가야 될 거 같다. 난 요양원에 가는 게 죽기보다 싫다. 그런데 아들에게 어린아이처럼 집에 계속 머물게 해달라고 떼를 쓸 수도 없다. 돌아가는 형편을 보니 내가 요양원에 가야 된다. 아들도 자신의 가정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밤마다 차라리 치매가 더 심해지라고 기도한다. 세상의 근심걱정 다 떨쳐버리고 아무것도 모른 채 마지막 숨을 내쉬고 싶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하루 2억원 벌던 전성기 사라진 자리, 편승엽이 5남매를 키워낸 방식
- 감자밭 매던 소녀, 상금 3억 당구 여제로…‘캄보디아 김연아’ 피아비의 기적
- 가난은 결핍이 아니라 원동력이었다…남규리·다영·이준의 성공기
- ‘본전 찾겠다고 일찍 팔아’…박정수·지석진·이경실도 놓친 ‘30만 전자’
- “그 꼴은 못 본다”…탁재훈이 180억 배경 뒤로하고 예능 현장 지키는 이유
- ‘100만원’ 단칸방에서 80억대 집주인으로, 유해진 38년 노동의 성적표
- 10원에도 떨던 이준·황치열·김세정, ‘수십억’ 부모님집은 망설이지 않았다
- 홍어 6만 마리 손질에 감자탕 배달까지…박지현·김재중·이찬원, 부모님 도왔던 '효자 스타들'
- “안 버려줘서 고마워”…윤다훈, 딸이 완전히 바꿔놓은 아빠의 삶
- “널 두고 일찍 갈 수 없지”…박수홍·신현준·이용식, ‘회춘’ 결심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