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원 감독 “봉준호 울타리 벗어나 홀로서기… 고교 선거판 다뤄”
습작으로 썼던 소설 보여주자 각본 제의
“‘괴물’ 같은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게 목표”
학원물이지만 일진·폭력 아닌 선거가 소재
욕망·악의적 비방 등 현실 정치판과 빼닮아
“소규모 사회서 1인자 권력놀음·몰락 그려내”
봉준호 감독의 그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2017년 개봉한 영화 ‘옥자’의 연출부로 일하던 그는 어느 날 봉 감독에게 2014년 습작으로 썼던 소설을 보여줬다. 그 소설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러닝메이트’로 탈바꿈해 한진원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 됐다. 봉 감독과 함께 영화 ‘기생충’의 각본을 공동 집필했던 한 감독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상)에서 각본상을 안은 지 5년 만이다.

‘러닝메이트’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학원물이지만, 일진이나 학교 폭력을 다룬 액션 장르가 아닌 정치 드라마다. 불의의 사건으로 전교생의 놀림감이 된 주인공이 학생회장 선거 부회장 후보로 나서 온갖 권모술수를 헤쳐 나가는 스토리가 담겼다. 한 감독은 “10대들이 보고 싶은 학원물을 만들고 싶었다”며 “선거나 정치를 다룬 작품들은 누아르, 스릴러 장르가 많은데 선거 유세 자체를 스포츠 대항전처럼 표현했다”며 “그런 면에서 ‘러닝메이트’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배우 윤현수, 이정식, 홍화연, 최우성 등 젊은 신인들의 감각적인 연기도 눈길을 끈다. 한 감독은 “스타 캐스팅은 향후 비중이나 뻔히 보이는 예측 가능한 부분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젊은 배우들과 함께하다 보니 그런 예측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촬영 현장에서도 비슷한 연배의 배우들이 학교와 동아리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각본을 쓰는 작가에서 연출가로 변신한 것은 그의 큰 스승인 봉 감독의 역할이 컸다. 한 감독은 “계속 다음 작품이 있는 감독이 되고 싶다”며 “제작사들이 동의만 한다면 직접 쓴 작품을 더 연출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봉 감독의 ‘괴물’ 같은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게 꿈이란다.
한 감독이 연출을 하기까지 봉 감독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봉 감독에게 일부러 조언을 구하진 않았다는 한 감독은 “중간에 인사 드리는 것 말고 작품 관련해서는 어떤 것도 물어보지 않았다”며 “봉 감독님 어깨 너머로 배울 것은 다 배웠고, 그늘에서 벗어나 달걀이 아니라 메추리알이라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한 감독은 봉 감독에 대해 “가장 정공법으로 승부하는 가장 성실한 분”이라며 “봉 감독님을 흉내 내려고 콘티도 제가 최대한 그리고 배우와 스태프 이름도 외우려 했다. 감독님 같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감독님처럼 작품을 대하고 싶다”고 했다.
봉 감독도 제자를 향해 애정이 듬뿍 담긴 메시지를 남겼다. 봉 감독은 ‘러닝메이트’ 공개 직후 “지극히 영악한데 의외로 해맑은 사랑스러운 고교생들의 캐릭터 드라마”라며 “정치와 선거의 한복판에서도 그들은 여전히 풋풋하고 싱그럽다. 그들 모두의 앙상블을 버무려낸 한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5억 낡은 주택이 35년 뒤 100억 빌딩…임하룡, ‘왜 저런 땅을’ 비웃음에도 팔지 않은 이유
- 시청자에 대한 예의 아니다…최불암이 수척해진 얼굴을 카메라 뒤로 숨긴 이유
- 곽윤기 “절대 하지 마세요” 나나 “신중하게”…지우는 게 더 고통, 스타들의 문신 제거 고백
- “시력 잃어가는 아빠 위해…” 수영·박정민이 택한 뭉클한 ‘진짜 효도’
- 44억원 자산가 전원주의 치매 유언장…금괴 10kg이 증명한 ‘현실 생존법’
- 6살 가장의 74년 사투…윤복희, 무대 뒤 삼킨 억대 빚 상환의 기록
- 32억원 건물 팔고 월세 1300만 택했다…가수 소유, 집 안 사는 ‘영리한 계산법’
- “나이 들어서” “통장 까자”…아이비·장근석·추성훈의 악플 ‘사이다’ 대처법
-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암 투병 숨긴 채 끝까지 현장 지킨 김지영·허참·김영애
- 2000만원 연봉이 40억원 매출로…전현무가 축의금 ‘1억원’ 뿌린 진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