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名義)만

기호일보 2025. 7. 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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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대통령 긴급 재정 경제 명령으로 '금융실명제'가 실시됐다.

그 이전까지는 가명이나 남의 이름으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었으나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부터 금융거래는 반드시 본인 이름으로만 가능해졌다.

금융실명제가 금융거래는 본인의 이름으로만 가능하도록 한 제도라면 부동산실명법은 부동산 실권리자 본인의 명의로만 등기하도록 한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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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규 법무사
황정규 법무사

1993년 대통령 긴급 재정 경제 명령으로 '금융실명제'가 실시됐다. 그 이전까지는 가명이나 남의 이름으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었으나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부터 금융거래는 반드시 본인 이름으로만 가능해졌다. 지금은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려면 반드시 본인의 신분증을 지참해야 하고 통장 개설 목적을 소명하는 등 절차가 엄격해졌다. 금융실명제가 도입되고 현재까지 제도가 잘 정착됐고, 금융거래는 본인의 이름으로 해야 한다는 게 당연한 상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금융실명제가 실시되고 2년 후인 1995년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약칭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됐다. 이 법은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기타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 등기 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됐다.

금융실명제가 금융거래는 본인의 이름으로만 가능하도록 한 제도라면 부동산실명법은 부동산 실권리자 본인의 명의로만 등기하도록 한 제도다. 그런데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된 지 30년이나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실명등기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사례를 자주 목격한다. 부동산을 매매할 때 소유자가 아닌 사람이 계약 장소에 나와 소유자로 행세하는 경우가 있다. 부동산을 취득할 당시에 자기가 매매대금을 전부 마련했고 등기 명의(名義)만 명의자 앞으로 해 뒀다는 것이다. 또는 매수인 본인이 아닌 가족이나 제3자가 대신 나와서 매매대금을 지급하고 등기가 완료된 이후에 등기권리증을 매수인 명의자가 아닌 실제 매매대금을 치른 실권리자가 보유하는 경우가 있다.

주택을 보유한 부모가 연금 수급 제한을 회피하기 위해 명의를 자녀에게 옮기려는 경우나 주택을 보유한 자녀가 신규 분양 아파트 청약을 위해 집 명의를 부모에게 옮기려는 경우를 실무 현장에서 자주 목격한다. 이처럼 부동산 소유권등기를 실권리자 아닌 사람의 명의로 해 두는 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몇 년 전 문제가 알려지고 지금까지 피해가 계속되는 전세사기도 피의자가 변제 자력이 없는 사람의 이름을 빌려 주택을 매수하고 등기를 함으로써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사례다.

부동산실명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수탁자(이름을 빌려주는 사람)의 명의로 등기해서는 안 되고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다.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해 부동산 명의신탁을 한 경우에는 부동산 가액의 30%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고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그리고 명의신탁 사실이 추후 알려지면 세무서와 관할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게 될 수 있다.

부동산실명법에서는 조세 포탈이나 강제집행 면탈 목적이 없다면 실권리자의 '배우자' 명의로 등기하는 경우 등 몇 가지 예외는 규정하고 있다. 다만, 부동산을 취득하면서 부모, 자녀 등 친인척 명의로 등기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에서 금지하는 명의신탁에 해당하므로 위에 언급한 제재를 피할 수 없다. 명의수탁자 앞으로 소유권등기가 돼 있는 동안 수탁자의 신용 악화로 강제집행 대상이 되거나 수탁자가 자기 이름으로 등기돼 있음을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 처분함으로써 법적 다툼이 발생하는 위험도 있다.

비슷한 시기에 도입된 금융실명제가 잘 정착된 것과 달리 실무 현장에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해 명의신탁을 시도하는 사례를 자주 목격하면서 안타까움을 자주 느낀다. 특히 가족의 이름으로 부동산 명의를 신탁하는 것도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고 차명 금융거래가 불법인 것처럼 부동산 명의신탁도 엄연한 불법이라는 인식이 보편화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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