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저물면 골목 곳곳 ‘다툼’ 내국인과 소통 단절 키워

지우현 기자 2025. 7. 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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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범죄 해법은 없나]3. 목청 높이는 외국인… 위협받는 일상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함박마을 모습.<기호일보 DB>

"며칠 전에도 외국인과 다툰 단골손님이 다른 곳으로 이사 갔습니다."

인천시 연수구 함박마을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A(여)씨는 늦은 오후만 되면 좌불안석이다. 친구들과 모이면 언성을 높이는 외국인 특유의 문화에 익숙지 않은 내국인 손님과의 갈등이 잦아지면서 이를 중재하느라 진땀을 빼는 일이 많아서다. 갈등이 이어지며 수년째 단골이던 손님 여럿은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그는 "이곳은 외국인들의 집단 거주지라 내국인 대부분은 약간의 시비에도 불안에 떤다"며 "외국인의 다른 친구들까지 합세한 집단 괴롭힘에 이사를 가기도 하는데, 많은 단골손님도 그렇게 떠났다"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B(50대)씨도 비슷한 일을 토로한다.

그는 지난해 카자흐스탄에서 온 2명에게 여러 개 방을 소개한 뒤 방세를 절충하는 과정에서 다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카자흐스탄 주민들에게도 알려지면서 협박 아닌 협박을 받았다는 것이다. 결국 경찰에 신고한 뒤에야 상황은 나아졌지만 외국인 범죄가 언론에 부각될 때마다 당시를 떠올리며 가슴을 졸이고 있다.

B씨는 "우리 업계는 지역을 잘 알아야 하는 특성 때문에 다른 곳에서 새로 일을 하기가 힘들다"며 "큰 문제는 없을 거라는 스스로의 위안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푸념했다.

함박마을에 사는 내국인 주민들은 단조로운 일상을 '폭풍 속 고요'라고 부른다. 이웃과 가볍게 나눌 수 있는 인사조차 잊힌 추억이다. 언어와 문화 차이에 따른 소통 단절로 불안 속에 생활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오후 8시께 함박마을 공영주차장 인근 술집은 평일이지만 저녁 식사 후 2차를 즐기려는 외국인들로 가득 찼다. 내국인도 간간이 보였지만 외국인 손님에 비해선 턱없이 적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골목 곳곳에선 시비가 붙은 외국인들의 고함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멱살을 잡고 쓰러뜨리는 등 싸움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주위에서 뜯어말리면서 소동은 진정됐지만 다른 술집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한 내국인 주민은 "평일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장면"이라며 "자녀를 둔 가정은 어떻게든 이곳을 떠나려 한다"고 씁쓸해했다.

실제 함박마을은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월등히 많다. 전체 1만2천812명 중 8천433명(66%)이 외국인으로 파악됐다. 이는 2023년 7천320명에서 1천여 명이 늘어난 것으로 매년 500명 이상의 외국인 인구가 유입된다. 반면 내국인들은 2000년부터 2023년까지 1천여 명이 이사했다.

부평구 해물탕거리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이곳은 1999년 특색음식거리로 지정돼 한때 해물탕 맛집이 많기로 소문난 곳이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중국계 외국인 등이 대거 유입되면서 상권 구조가 '중국음식'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이곳은 해물탕 업체는 2곳에 불과한 반면 마라탕과 양꼬치 전문점 등 중국음식점은 40여 개가 넘어 '제2의 차이나타운'으로 불리는데, 크고 작은 다툼이 거의 매일 발생해 주변에 거주하는 내국인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들 때문에 내국인들이 불안에 떨며 살아야 하는 상황은 정부의 지나친 외국인 포용정책이 불러온 부작용이라고 지적한다. 내국인들과 맞지 않는 외국인들의 문화를 포용정책 일환으로 방치하면서 결국 내국인들이 버티지 못하고 외지로 떠나거나 불안감 속에 살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인천시와 각 지자체가 오래전부터 추진해 온 상생과 포용정책이 오히려 외국인만 우선하는 것으로 변질됐다는 주장이다.

정지윤 명지대 이민·다문화학 국제교류경영전공 교수는 "다문화정책의 핵심은 내·외국인 처지를 모두 반영한 이해와 포용"이라며 "한쪽만 양보를 강요하면 결국 함박마을처럼 인구 불균형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정부와 인천시, 자치구 등은 내국인들의 양보가 아닌 융합을 이끌어 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며 "서로의 기준이 충족되도록 해야만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지우현·하민호 기자 whj@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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