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잊었나"…APEC 준비 하세월
숙박·교통 접근성 해결도 하세월
정부-경북도-경주시 손발 맞춰
국격 제고 '절호의 기회' 잡아야

정상회의의 주요 행사 중 하나인 만찬장은 현재 국립경주박물관 중앙마당에 조성 중이나 공정률은 20%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곳은 세계 21개국 정상과 배우자,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하는 공식 환영 만찬이 열릴 장소로 완공 시점이 늦어질 경우 전체 회의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 취재 공간으로 쓰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내 미디어센터의 공정률도 40% 수준에 그쳐 취재진 4천여 명을 수용하기에는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준비 지연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정 공백이 길어지며 관련 부처 간 행정 결정이 늦어졌고 만찬장 부지 결정도 외교부, 문체부, 문화재청 등 중앙정부 내 협의가 지연되면서 시간이 소요됐다.
특히 국립경주박물관 부지는 문화재 유물 발굴조사로 인해 착공 자체가 지체됐다. 이로 인해 정상회의 준비 일정이 전반적으로 늦어졌으며 장마철에 접어든 지금 공정률을 끌어올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숙소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정상회의 기간 중 각국 정상단과 기업 CEO 등 약 3천800여 명이 경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주지역의 숙박 인프라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경주시는 주요 호텔을 대상으로 리모델링을 지원하고 있으나 상당수는 여전히 공사 중이다. 일각에서는 회의 일정이 가까워질수록 숙박 대란 가능성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교통 접근성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기존 KTX 신경주역과의 연계 교통망도 일부 미흡하다는 평가다. 정상회의와 연계해 각국 대표단의 동선과 의전 일정이 긴밀히 맞물리는 만큼 교통 대책 역시 조속히 보완되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경주는 유서 깊은 역사와 문화유산을 품은 도시로 APEC을 계기로 세계적 도시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신라 천년 고도로서의 상징성과 유네스코 세계유산, 다채로운 문화 인프라는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 수 있는 강점이다. 이번 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된다면 경주는 관광과 산업, 문화 전반에서 새로운 도약의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준비 상황의 미비가 자칫 국제 행사 운영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주 APEC은 단순한 외교 행사를 넘어 국격을 상징하는 무대이기 때문에 행사 전까지 모든 물리적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품질이 국제 수준에 맞춰져야 한다"며 "지역 자치단체와 중앙정부 간 책임 분담과 협력 체계가 뚜렷하지 않으면 회의 운영에 혼선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경북도, 경주시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준비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지연된 분야에 대해선 인력과 예산을 신속히 투입하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중앙정부는 관계 부처 간 유기적 협업을 통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지자체는 현장 실행력을 강화해야 한다.
남은 기간 동안 하루 단위로 공정률을 점검하고 문제 발생 시 즉시 보완하는 민관합동의 실무 대응체계도 가동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내외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완성도 높은 행사 운영과 동시에 경주의 도시 이미지와 품격도 함께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