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아" vs "가치 훼손"···알록달록 구삼호교 '찬반 분분'

정수진 기자 2025. 7. 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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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최초 철근 콘크리트 교량
2004년 국가등록문화유산 지정
중구, 난간 일부 무지개색 채색
시민들 "밝아졌다" 긍정 반응 속
보존 원칙·절차 등 아쉬움 지적도
1일 찾은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울산 중구의 '구삼호교' 난간이 알록달록한 무지개빛 색채로 입혀져 있다. 이수화 기자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울산 중구의 구삼호교가 최근 난간 일부에 원래 없던 색채가 덧입혀지며 '알록달록한 다리'로 탈바꿈했다. 이를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는 '밝고 예뻐졌다'는 긍정적 반응과 함께, '문화재의 고유성과 역사적 가치가 훼손됐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찾은 구삼호교는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색으로 난간이 칠해져 있었다. 색이 바래 미관을 해치던 과거와 달리, 알록달록한 색채로 한층 밝아진 분위기 속에 다리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시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매일 다니던 길이 화사해져서 기분이 좋아진다. 여기서 사진을 찍어본 건 처음이다", "아이들과 산책할 때 눈에 잘 띄고 보기 좋다"라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다리의 정체성이 사라졌다", "문화유산은 한 번 변형하면 되돌리기 쉽지 않다", "역사적 의미를 지닌 다리 외관을 멋대로 바꾸는 것은 신중했어야 한다"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1일 찾은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울산 중구의 '구삼호교' 난간이 알록달록한 무지개빛 색채로 입혀져 있다. 이수화 기자

1924년 5월 22일 준공돼 올해로 101년이 된 '구 삼호교'는 울산 최초의 철근 콘크리트 교량이자, 태화강에 세워진 첫 교량이다.

구삼호교는 남구 무거동과 중구 다운동을 잇는 교량으로 일제강점기에 울산과 부산 간의 내륙교통을 원활히 하고 군수산업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목적으로 건설됐다.

길이 약 230m, 폭 5m, 경간 9.6m에 이르는 철제 구조의 교량으로 2004년 국가유산청으로부터 '국가등록문화유산 제104호'로 지정됐다. 울산 지역 최초의 근대식 교량이라는 역사적 상징성과 교량건축의 시대성을 살펴보기 좋은 역사적 자료로 여겨지고 있다.

한때 차량 통행도 가능했으나 지금은 보행자 전용 교량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오랜 세월에 따른 노후화로 교각 균열과 난간 파손 등 구조적 손상이 누적돼 안전등급 C등급을 받았으며, 관리 주체인 중구는 2년에 한 번씩 정밀안전진단을 진행해왔다.

이후 진단 결과 보수가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아 재난안전특별교부세 3억원을 확보해 지난 5월부터 유지·보수공사에 착수했다.

공사 중이던 6월 중구청은 '난간 색이 칙칙하다'는 내부 의견을 반영해 다채로운 색을 일부 난간에 덧입혔다.

'근현대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국가등록문화유산이 건축물인 경우(교량 등은 그 외관 면적) 면적의 4분의 1 이상에 대해 디자인, 색채, 재질 또는 재료 등을 변경할 경우 국가등록문화유산의 현상변경 신고 대상이다.

이에 대해 중구는 구삼호교 전체 면적은 약 4,800㎡이며, 이번에 색을 입힌 난간 면적은 670㎡로 전체의 약 14%에 불과해 현상변경 신고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4년 구삼호교 난간사진. 중구청 제공

중구청 관계자는 "외관을 중대하게 변경하는 행위가 아니고, 과거에도 난간에 색을 칠한 적이 있었다"라며 "시민 통행이 많은 다리인 만큼, 지나가며 사진도 찍고 더 많이 활용되길 바라는 마음에 색을 입혔다. 역사 안내판도 설치해 구삼호교가 지닌 문화유산으로서의 의미도 함께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중구청의 이러한 설명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문화재 보존 원칙과 절차적 적정성에서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한삼건 울산역사연구소 소장은 "근현대부동산유산의 필수보존요소를 변경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현상변경 신고 대상에 해당된다. 다리의 난간은 필수보존요소다"라며 "무엇보다 소유자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인 국가등록문화유산(근현대부동산유산에 한정한다)이라면 현상을 변경할 때 국가유산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나와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근거로 난간이 전체의 14%라고 보는지 모르겠지만, 멀리서 봐도 알록달록한 색채가 눈에 띌 정도로 변형이 크다"라며 "안전을 보강하라고 내려진 예산으로 색을 칠한 점, 문화재 담당자나 전문가 자문 없이 진행된 점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정수진 기자 ssjin3030@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