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정신병원 장기입원, 더 이상 방치 말아야”

고경태 기자 2025. 7. 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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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color: rgb(0, 184, 177);">[짬]</span> <span style="color: #333333;">퇴임하는 ‘정신병원 전문’ 인권위 신홍주 조사관</span>
30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만난 신홍주 조사관. 고경태 기자

“10년 넘은 사람들 많이 봤죠. 그 사람들을 평생 가둬야 할까요?”

그의 마지막 메시지는 ‘정신병원 장기입원’에 대한 재환기였다. 일찍이 20년 전부터 이에 관해 문제제기를 해왔던 터다. 그럼에도 정년퇴임할 때까지 큰 변화가 없을 줄 몰랐다. “구금시설 수용자들은 그나마 법 절차를 거쳐 형을 확정받잖아요. 가출소·가석방도 있고요. 이분들은 언제 나갈지 기약도 없어요. 정말 이제는 우리 사회가 대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신홍주(59)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조사관은 우리나라에서 정신병원 인권침해 사건을 가장 많이 조사한 사람이다. 인권위 출범 이듬해인 2002년 4월 공개채용으로 들어와 23년간 2300여건의 진정사건을 처리했는데, 그중 절반이 정신병원 관련 사건이었다. 지난 3월 인권위가 의사 지시 없는 격리와 허위 진료기록 작성 등의 혐의를 확인하고 검찰총장에게 수사의뢰한 부천 더블유(W)진병원 환자 사망사건도 그가 조사했다. 차별시정국 장애차별조사2과에서 근무하다 정년퇴임을 앞두고 퇴직교육 연수를 떠나는 신 조사관을 지난 30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정신병원과 인권위에 대해 들을 이야기가 많았다.

신 조사관은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지만, 목사가 되지는 않았다. ‘하나님은 교회가 아니라 생활현장에 계신다’는 철학이 그를 태백에 있는 광산으로 인도했다. 막장에서 1년6개월간 석탄을 캤다. 정부의 석탄합리화정책으로 광산이 문을 닫으면서, 성남외국인노동자의 집 등 이주노동자 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했다. 그러던 중 한겨레신문에서 우연히 인권위 직원 채용 광고를 봤다. 조사기획담당관실, 침해조사과, 광주지역사무소, 홍보협력과, 운영지원과, 인권상담센터를 두루 거치는 사이 20년 넘는 세월이 흘렀다.

인권위에 입사하고 이듬해인 2003년 동료들과 함께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국립정신병원을 방문했다. 맨 오른쪽이 신홍주 조사관. 신홍주 제공

2004년부터 접한 정신병원 사건은 경악 그 자체였다. 사설 감방에 갇힌 ‘올드보이’의 오달수를 연상케 하는 장기입원 환자들이 많았다. “20여년간 정신과 전문의 1명에서 2명의 진단으로 강제입원 요건이 좀 더 엄격하게 바뀌었죠. 또 국립정신병원에서 강제입원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입원적합성 심사가 도입됐고요. 법원에 ‘강제입원의 불법성’ 판단을 요구하는 인신보호 구제청구 제도도 생겼어요. 그러나 여전히 강제입원 숫자가 줄지 않고 있어요.”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10년 이상 정신병원 입원환자’는 141명이다.(10년 이상 정신요양시설 입소자는 4094명) 100명대로 적어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입·퇴원을 반복해 훨씬 방대한 규모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신보건 정책은 정신병원 강제수용을 전제로 한다. 정신병원 입장에선 환자가 곧 돈이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밖으로 나가도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강제입원 환자는 국립정신병원 등 공익적 병원에서 전담하고, 신체장애인들이 시설에서 나올 경우 주거 지원 등 사회 복귀가 가능하도록 돕는 것처럼 정신장애인들에게도 똑같은 시스템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학대 나와 광부 등으로 일하다
‘한겨레’ 광고 보고 인권위 지원
2004년부터 정신병원 조사 맡아
“20년 동안 강제입원 줄지 않아
시설 나올 때 주거 지원 등 해야
신체장애인과 같은 시스템 적용을”

“안창호 위원장은 종교적 신념과
위원장으로서 역할을 분리해야”

장기입원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는 작은 방에 가두고 사지를 묶는 격리·강박이다. 격리·강박을 당하다 환자가 사망한 부천 더블유진병원 사건을 맡았던 그는, 방송인으로도 유명한 양재웅 원장을 대면 조사했다. “악한 사람은 없습니다. 관행적으로 이뤄진 진료방식과 환자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이 안타까운 비극을 불렀다고 생각해요.”

후배들에게는 무슨 말을 남기고 싶을까. 인권위 조사관의 덕목에 관해 묻자 ‘사회적 약자의 아픔에 대한 공감능력’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른 말로는 ‘인권 감수성’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선 “조사관들이 한 걸음 더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입원환자에 대한 강박을 조사해놓고 그 강박이 의사 지시가 있었으므로 적법해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은 형식적일 수 있다고 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서 입·퇴원을 비롯해 환자의 모든 행동제한 등에 대한 권한이 정신과 전문의에게 부여돼 있다는 게 문제인 점을 잘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표면적인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건 인권에 대한 그의 평소 지론이었다.

최근 인권위 사무실에서 후배가 찍어준 사진. 신홍주 제공

좋은 정신병원으로는 경기 이천 성안드레아병원, 광주 천주의성요한병원 등을 꼽았다. 특히 성안드레아병원은 인권의 교과서 같은 병원이었는데, 2022년 경영난으로 폐원해 안타깝다고 했다. “환자 초상권을 위해 시시티브이를 설치하지 않았고, 환자의 외부교통권을 위해 모든 병동마다 인터넷을 설치했어요. 휴대전화 사용금지가 없었어요. 도주방지를 위한 철제문도 아예 없앴고요.”

정신병원 외 사건 조사도 적잖게 했다. 2004년 허위자백을 강요하고 욕설과 잠 안 재우기 수사를 하던 특수부 검사의 가혹행위를 조사해 검찰총장에 수사의뢰한 것은 인권위 최초의 검사 대상 수사의뢰로 기록됐다. 2002년엔 러시아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퇴거명령 사건을 조사해 법무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에 대한 집행정지 권고를 이끌어냈다. 초창기 이주노동자에 대한 출입국사건이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안팎에서 쉼없이 사퇴 요구를 받는 안창호 위원장에 관해 물었다. “성품이 온화하고 겸손한 분이십니다. 다만 개인의 종교적 신념과 인권위원장의 역할을 분리하셨으면 좋겠어요. 올해 퀴어축제 불참도 위원장님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거라고 알고 있어요. 다시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인권위의 퀴어축제 참여는 그가 홍보협력과 협력팀장일 때 위원장과 사무총장을 어렵게 설득해 최초로 성사시킨 일이었다. “지난 27일 안 위원장님이 마지막이라며 점심을 사주셨어요. 그날 똑같이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도 신학 전공하고 크리스천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것은 예수의 가르침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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