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요양보호사 실수령액 179만 원...“표준임금 체계 도입하라”
경력 인정 못 받고 표준임금 체계 없어 제자리걸음
치매 노인 등 해코지에 노동 환경도 열악한 상황
"표준임금 제도화하고 장기근속장려금 확대 촉구"

'179만 8600원', 17년차 요양보호사 ㄱ 씨의 한 달 급여 실수령액이다. ㄱ 씨의 급여명세서에 적힌 월급 209만 6270원에서 4대보험과 식대 29만 670원을 공제하면 ㄱ 씨의 주머니에는 179만 8600원이 들어온다. ㄱ 씨 월급인 209만 6270원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2025년 최저임금 1만 30원에 턱걸이 하는 수준이다. 17년차 베테랑 요양보호사임에도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요양보호사들은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표준임금 체계가 없기에 신입과 베테랑 간 급여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임현아 전국돌봄서비스노조 경남지부장은 "돌봄 노동자 중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와 보육교사는 임금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있다"며 "그러나 노인장기요양기관, 장애인활동지원기관, 아이돌봄사업기관, 민간어린이집 등에는 임금 가이드라인이 없어 급여가 최저임금 수준으로 방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양보호사들의 노동 환경 또한 열악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4년차 요양보호사 이갑희 씨는 아버지·어머니 모두 치매를 앓다 세상을 떠난 터라, 노인 돌봄에 남다른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그러나 치매 노인의 돌발행동에 위협을 느낀 게 한두번이 아니다.
이 씨는 "치매 노인이 나를 보고 도둑이라며 멱살을 잡은 적도 있고, 밤중에 소변 젖은 옷을 갈아입히다가 '때려서 숨지게 하겠다'는 폭언을 듣기도 했다"며 "10년 넘게 밤낮을 일해도 벌이는 최저임금 수준이고, 관절 질환을 달고 다닌다"고 말했다.
노인 돌봄은 공백이 있는 순간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통상적으로 요양보호사 1명이 노인 1명을 돌보기에 요양보호사는 휴가는 물론 경조사가 있어도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돌봄 노동자는 110만여 명이며 이 중 92.5%가 여성이다. 전체 돌봄 노동자 3명 중 1명은 임시직이며 월 평균 임금은 152만 8000원이다. 월 60시간 미만 노동하는 요양보호사 비율도 30.6%에 달해 초단기노동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보호사들은 돌봄 노동 처우가 이렇게 열악한 것은 '여성이 가정에서 무급 노동하던 것을 시장화하면서 여성 노동 저평가가 저임금으로 고착화한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임 지부장은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한 이는 300만 명인데 현직은 70만 명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요양보호사가 전문인력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급여는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2017년부터 돌봄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고자 장기근속장려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돌봄 노동자가 한 기관에서 3년 이상 근무할 때 6만 원, 5년 이상 근무 때 8만 원, 7년 이상 근무 때 10만 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임 지부장은 "장기요양기관 종사자 장기근속장려금 제도가 있지만, 소규모 영세기관의 잦은 폐업으로 한 기관에서 장기근속이 쉽지 않아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요양보호사들은 7월 1일 '요양보호사의 날'을 맞아 돌봄 노동 존중사회를 만들어달라며 표준임금 제도화 등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조는 1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요양보호사의 처우를 알리고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요양보호사를 포함한 10여 명은 '요양보호사 표준임금 제도화', '장기근속장려금 확대·인상'을 촉구했다.
요양보호사들은 "전 정부는 우리 요양보호사들의 처우 개선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며 "요양보호사 처우는 노인 돌봄 노동의 공적 성격과 책임을 고려한 합리적 수준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는 2022년 요양보호사 표준임금제도 도입을 보건복지부에 권고했으나, 복지부는 같은 해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요양보호사들은 표준임금 제도화 외 △돌봄의 국가책임 강화 △존엄 케어를 위한 인력 확충 △사회서비스원 확대·강화 △노조할 권리 보장 등을 요구했다.
안석태 민주노총 경남본부 부본부장은 "새 정부는 필수·전문 노동자인 요양보호사에 합당한 대우와 노동 조건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경남도에서도 이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도록 조례 재개정 등으로 초고령사회를 대비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지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