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키울 결심? 李대통령, ‘원전 기업인’에 ‘산업 대계’ 방향타 맡긴 속내는
與 내부서도 ‘SMR 전략 육성’ 입법 박차…“경제 위기서 ‘文 원전’ 정책과 달라야”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수출 1조 달러 시대'의 기반을 국익 최우선으로 한 전략적 통상 대응과 무역구조 혁신을 통해 만들겠습니다. 또 신성장 동력 육성을 통해 저성장을 돌파하고 '글로벌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이재명 정부의 산업 정책 방향타를 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6월29일 발표된 가운데, 정치권과 산업계에선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국내 대표 '원전 기업'으로 꼽히는 두산에너빌리티의 김정관 사장이 인선 명단에 오르면서다. 원전 기업이 산업부 장관 배출을 눈앞에 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일주일 전(6월23일) 환경부 장관에 대표적 '탈(脫)원전파'로 꼽히는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정됐을 때와 사뭇 달라진 기류다.
정치권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인선에 내포한 메시지 키워드는 'SMR(소형모듈원전)' 등 안전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결합한 '에너지 믹스'라는데 중론을 모으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이 약속한 ①AI(인공지능) 기본사회 구축 ②첨단·전략산업 성장 ③글로벌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에너지 확충이 급선무"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관측이다.
'엘리트 관료' 혹은 '개혁 추진파'…金 인선 배경은?
"정통 엘리트 관료 출신", 김정관 후보자에게 붙는 대표 수식어다. 실제 김 후보자는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기획재정부에서 국채과장과 경제분석과장, 종합정책과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에이스 정책통'으로 정평이 나 있다. 또 기재부와 한국은행의 첫 국장급 교류 인사 대상으로 한은에서 근무한 이색 경력도 있다.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김 후보자의 면면도 있다. 취재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주변 지인들이나 측근들로부터 "기재부 출신 같지 않은 면이 있다"고 평가받는다는 전언이다. 구체적으로 김 후보자는 언론 소통을 두려워하지 않고 토론을 즐기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또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 등 당면 현안과 관련한 전략을 직접 페이퍼로 작성해 들고 다닐 만큼 본인만의 철학이 뚜렷하기로 유명하다. 이른바 '늘공(직업 공무원)'으로 통하는 정통 관료들과 달리 개혁적 태도가 두드러진 모습이다. 이는 이 대통령과 통하는 대목으로 비친다.
여기에 기재부 출신으로서 강점은 '워커 홀릭(업무 중독)'이라는 점이 꼽힌다. 각종 현안에 대해 세부적이면서도 큰 그림을 그릴 줄 알고, 또 각종 구상 정책을 언론을 활용해 국민들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데에도 탁월한 능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 같은 강점들을 바탕으로 기재부 근무 당시 "경제부총리감"이라는 평가를 들을 만큼 인정받았다는 전언이다. 그가 2018년 두산그룹 전략지원 조직인 두산 DLI(현 두산경영연구원)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길 당시에도 관가에선 "이직이 아쉽다"며 아쉬움이 빗발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김 후보자는 관가를 떠나 대기업에서의 '인생 2막'을 통해 에너지 실적을 최대치로 올렸다. 그는 2022년부터 두산에너빌리티 마케팅총괄 부사장을 맡으며 자사 가스터빈 수출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또 체코 원전 신규 건설사업 수주에도 힘을 보태며 두산그룹 핵심 사업인 원자력 부문에서 제몫을 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 카자흐스탄 등지의 신규 원전 프로젝트를 이끌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졌고 원전 기자재 산업과의 협업 모델을 구축해왔다. 이 같은 성과들을 인정받아 올해 초 사장으로 승진했다.
정치권과 업계에서도 이 대통령의 이번 인선 과정에서 김 후보자의 '기업 경영' 실적이 관료 경력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이 대통령은 개인의 이념이나 성향과 상관없이 오로지 실력을 중용 기준으로 삼는다"며 "정통 주류층인 김 후보자도 실력으로 이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김정관표 산업 정책 비전은? "인사청문회 통해 구체화"
향후 김 후보자가 산업 정책의 키를 쥐면서 가장 각광받는 분야는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SMR'이다. 실제 그는 두산에너빌리티에서 근무하며 뉴스케일, 테라파워 등 글로벌 SMR 업체들과의 파트너십 구축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 이를 통해 두산에너빌리티를 국내 대표 SMR 기업으로 눈도장 찍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이 같은 이유로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도 김 후보자가 "SMR 육성을 비롯한 '에너지 믹스' 전략을 실질적으로 이행시킬 적임자"라고 기대를 모으는 분위기다.
김 후보자도 SMR 전략 육성 기조와 관련해 향후 전향적 방향으로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해당 기조를 비롯한 전반적 산업 정책 비전과 관련해 시사저널에 "예정된 인사청문회 과정을 통해 구체화해나갈 예정"이라고 짧게 전했다.
취재에 따르면, 이 대통령도 지난 대선 정국부터 'SMR 전략 육성' 기조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TV 대선토론에서도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등 다른 에너지 정책을 복합적으로 묶는 에너지 믹스가 필요하다. 좀 더 안전한 SMR 같은 것을 연구개발하자고 하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렇다면 실제 대선 공약에선 SMR을 비롯한 에너지 믹스 키워드가 왜 빠졌던 것일까. 선거대책본부에 소속됐던 민주당 인사들에 따르면, 당시 선거 전략상 '원전' 키워드를 노출할 경우 국민의힘의 프레임에 갇혀 당내 집토끼 표심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핵심 이유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친(親)원전파로 분류되는 민주당 의원은 시사저널에 "국민의힘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언급해 부정적 여론으로 몰아가려고 하는데, 우리가 굳이 원전 키워드를 꺼낼 필요가 없다고 내부에서 판단했었다"고 전했다.
또 당시 선대본 정책본부 내부 공약 논의 과정에서 김성환 민주당 의원 등 '재생에너지파'가 큰 목소리를 냈던 것도 한몫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선대본 일각에선 당시 이언주 당시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주도로 원자력노동조합연대, 전력연맹 등과 정책협약을 진행하는 등 물밑에서 전력망 확충 포석 마련 작업을 진행했다.
대선 직후 이언주·황정아·허성무 의원 등은 다시금 SMR 전략 육성에 필요한 입법 지원사격에 본격 돌입한 모습이다. 황정아 의원은 예고했던 대로 대선 직후인 6월12일 'SMR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SMR 기술 개발 촉진과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서 나아가 두산에너빌리티 본사를 지역구(경남 창원)로 품고 있는 허성무 의원은 'SMR 진흥특구' 조성을 골자로 한 특별법을 준비해둔 상태다. 산업·연구·실증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실질적 거점이자 전용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핵심 골자다.
허성무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 기조는 분명하다.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되 에너지 믹스를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간헐성과 계절성을 지닌 재생에너지만으로는 24시간 안정적 전력망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이런 맥락에서 원전, 특히 SMR은 미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당 내부에서도 이런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더 이상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여당 내 소수 의원들의 돌발 행동이 아니라 정부 기조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의미다.
향후 이재명 정부는 김 후보자 인선과 여당의 입법 지원사격을 통해 SMR 등 원전 산업 중심의 에너지 믹스 정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김 후보자 인선을 통해 문재인 정부와 달리 전향적 에너지 정책을 펼치겠다는 메시지를 내포했다"며 "경제성장률이 1%대인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의 원전 기조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번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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