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尹탄핵으로 민주주의 회복 단계…지역대학 키워야”

신심범 기자 2025. 7. 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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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만장일치 방점 매일 평의
민생 안정시키려면 사회통합 절실
창의성 시대 서울 중심 사고엔 한계
국가 정책 예산, 균형발전의 마중물”

지난 4월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끝으로 33년 만에 법복을 벗은 문형배 전 재판관은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민주주의가 회복의 길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또 부산에 뿌리내린 시민 한 사람으로서 “서울 중심 사고는 한계가 왔다”고 지적하며 당장 지역 균형발전을 꾀하자고도 목소리 높였다. 자연인이 된 뒤 틈틈이 부산시민공원을 거닐고, 주말이면 테니스 코트로 나선다는 그를 부산 양정동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28년 차 양정 주민이다.

문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에 대한 소회 등을 얘기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탄핵심판 청구 때 어떤 마음이었나. 선고가 늦는다는 말도 있었다. 재판에서 무엇을 중시했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만장일치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중요 사건은 평의 과정이 꽤 길다. 헌재의 시간과 국민의 시간이 다르지만, 우리 관점에서 볼 땐 늦은 게 아니다. 120일가량 매일 평의하며 굉장히 열심히 했다. 평의 과정을 밝힐 수는 없다. 중요한 건 표결을 한 번만 했다는 점이다. 최종적으로 인용이냐 기각이냐를 놓고 한 번 표결했고 만장일치 결론이 났다.

재판은 신속뿐 아니라 공정해야 한다고 봤다. 다만 사건 본질과 관련 없는 질문은 스스로 제한하게끔 유도해야 한다 보고 시간을 제한했다. 당사자 신문을 제한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시간제한이 가장 공평하다. 다른 재판처럼 재판장 소송지휘권에 의존하면 당사자가 공정하다고 못 느낀다. 시간제한은 청구인·피청구인에게 똑같이 주어진다. 추가 증인 채택도 했다. 홍장원 전 국정원 제1차장은 두 번 불렀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조지호 전 경찰청장도 불러줬다.

-퇴임 이후 사회통합과 민생안정을 강조해 왔다. 탄핵 결정이 통합에 갖는 의미는

▶‘관용과 자제에는 선이 있다.’ 12·3 비상계엄이 합헌이란 주장은 관용·자제의 대상이 못 된다. 이런 주장까지 관용과 자제로 사회통합을 이루자는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 이런 주장은 방어해야 한다. 민생을 회복하려면 사회통합을 먼저 해야 하고, 그러려면 다수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대화·타협해 대안을 내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누군가는 다수당이 표결을 서둘러 결론 내야만 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의대 정원 문제를 보라. 2000명 증원을 ‘결단’해 밀어붙였더니 의사가 줄었다. 국회가 대화하고 의료계 의견도 수렴했다면 최소 500명 이상 증원했을 거라고 본다.

우리 민주주의는 위기에서 회복으로 가고 있는 단계다. 위기는 분열에서 왔다. 분열에 이해관계를 갖는 집단이 있는 것 같다. 극단적 사고로 이익을 보는 집단이 계속 분열을 부추길 거다. 사회통합으로 치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극단주의 세력이 발호하기 좋은 조건이다. 불평등이 심하기 때문이다. 불평등 개선은 시간이 걸리지만 극단적 사고에 편승하면 단기적 이익을 거둔다. 이들을 경계해야 민주주의가 발전한다.

-윤 전 대통령 측 문제 제기가 많았다. ‘내란죄 철회’ 절차 위반, 증인 없이 형사기록만으로 판단 등을 지적했다.

▶(절차 위반 지적은) 헌법 판례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헌법재판과 형사재판은 다르다. 같은 행위에 대한 법적 관점을 헌법 위반으로 잡을 수도, 형법 위반으로 잡을 수도 있다. 헌법 재판에서 형법 위반을 꼭 판단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형법 위반을 판단하지 않고 헌법 위반과 계엄법 위반을 판단했다. 이건 재판관 권한이다.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이 이래라저래라 할 문제가 아니다.

증인 부분은 형사 재판에서의 요청이다. 형사 절차를 취해달라는 건데, 탄핵심판은 징계 절차의 일종이다. 형사 재판과 똑같이 할 필요가 없다. (요청대로 했다면) 탄핵심판이 1, 2년은 걸렸을 것이다.

-초시계로 변론 시간을 제한해 논란도 나왔다.

▶형사 재판에는 시간제한을 잘 안 하는 대신 재판장이 신문을 제한한다. 이 사건에서 이를 적용하면, 불필요한 신문에 대해 제가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당사자가 승복하겠는가. 그래서 생각한 게 시간을 한정하되 어떻게 쓸지는 당사자한테 맡긴다는 거였다. 꼭 추가로 신문해야 할 사정이 있다면 기회를 줬다.

문제가 된 홍 전 차장 1차 신문 때의 제한은, 그때가 밤 9시라 관계자들이 마쳐야 할 시간이었다. 또 당시 피청구인이 본인 진술을 한참 했다. 그러곤 추가 신문하겠다고 했다. 그 상황에선 제한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를 문제 삼으니 홍 전 차장을 다시 불러 제한 없이 묻게 했다. 1차 신문과 다른 게 없었다. 왜 시간을 제한했냐고 말할 수는 있으나, 실제 사건 진행과는 무관하다. 추가 신문할 것을 못 하게 된 건 별로 없었다.

-법관 생활 대부분을 부산 향판으로 지냈다.

▶인사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한 가지 말하고 싶다. 지역법관제 반대자들은 지역법관이 부패한다고 말한다. 제 관찰에 의하면은 판사로서 큰 문제를 저지른 사람은 대부분 경향 교류 법관이다. 유지와 사귀려 지역법관 하는 게 아니다. 안정적으로 생활하며 업무에 전념하려는 거다. 청렴에 문제가 있는 법관은 법원행정처에 신고하면 된다. 지역법관은 부패 염려로 안 된다는 논리면 지방자치는 왜 하나. 어불성설이며, 지역법관 무시다.

헌재 재판관도 지역법관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해야 한다. 판사는 어디에서 주로 근무했느냐에 따라 의식에 차이를 보인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보자. 위헌 결정이 났는데, 지역법관인 제가 당시를 판단한다면 합헌이다. 위헌 근거가 부족하다. 행정수도 이전 결정 때 재판관은 전부 서울 사람이었다. 오스트리아 헌법은 수도 빈 외에 거주하는 재판관을 3명 임명하도록 못 박았다.

-지역균형론자로 평가받는다.

▶부산에 살고 있으니 부산 문제가 관심 가는 건 당연하다. 지역의 모자란 점에 예산을 써 균형 성장이 되도록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효율성만 보고 수도권에 뭘 하면 좋을지만 따지면 지역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특히 대학에서 불균형을 느낀다. 미국에서 공부 제일 잘하는 사람은 하버드를 간다. 하버드는 뉴욕이나 워싱턴에 있지 않다. 옥스퍼드도 런던에 없다. 왜 우리는 서울대가 서울에 있나. 대학 공부하는 데 서울이 왜 필요하나.

-지역 불균형이 왜 빚어졌다고 보나.

▶불균형 성장이 압축성장에 도움 되니까다. 인정한다. 그러나 이제는 과실을 지역과 나눠야 한다. 서울 중심 사고는 한계가 왔다. 지금은 창의성의 시대다. 창의성은 지역다양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서울에만 기반을 두면 다양할 수 없다.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가 전국에서 통했지 않나. 지역에 있는 인물을 지역언론사가 지역 자원으로 만들었다. 자원이나 기회만 주면 지역은 창의적인 것을 뽑아낸다. ‘그건 나중 이야기고 우선은 수도권에 기업을 유치하는 게 효과적이다’란 말을 이해할 수 없다.

-균형발전을 이루려면.

▶국가 정책으로 지역대를 키워야 한다. 의생명공학 분야를 예로 들자면, 의대 약대 한의대 수의대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가장 가까운 대학이 부산대인데, 수의대가 없다. 국가 정책으로 수의대를 부산대에 넣고 의생명공학 클러스터를 만들고, 의생명공학 분야 기업 연구기관을 적어도 부산에 집중을 시키자는 논의가 돼야 학생도 오고 기업도 오고 채용도 된다.

그러질 못하니 ‘인재가 판교 밑으론 안 내려온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데도 지역에만 맡길 건가. 국가가 정책을 짜서 예산도 보내고 인재도 양성하고 지원을 해줘야 된다. 부산 인구가 얼마나 줄었나. 인구 감소는 도시가 쇠락한다는 증거이자 위험 신호다. 취직할 곳을 만들어내야 된다. 나라가 결정해야 한다. 서울 인프라 대부분은 국가 예산으로 했다. 서울이 서울인 건 국가가 도와준 결과다. 유럽 어떤 국가도 우리처럼 한군데로 모아서 발전하지 않았다. 독일은 헌법재판소가 카를스루에라는 인구 30만 소도시에 있다. 법률로 그렇게 정했다. 인구 1000만 이상인 도시도 몇 없다. 우리도 방향을 전환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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