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하고 게임 묘미 실종됐지만…혹평 주저하게 하는 그 ‘신념’

정시우 객원기자 2025. 7. 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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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징어 게임3’ 리뷰

- 세계적 신드롬 시리즈의 최종편
- ‘사람은 체스판 말이 아니다’는
- 성기훈의 신념과 프런트맨 대결

- 설명되지 않는 감정분출과 서사
- 캐스팅에 눌린 이야기 아쉽지만
- 살벌한 세상서도 인간성을 믿는
- 감독의 주제의식은 끝까지 관철

K-팝이 BTS 전후로 나뉘고, K-무비가 ‘기생충’을 기점으로 도약했다면, K-드라마의 변곡점은 단연 이 작품 ‘오징어 게임’이다. 2021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후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 시즌1의 누적 시청 수는 무려 2억6500만 뷰.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이다. 비영어권 작품 최초로 에미상에서 감독상(황동혁), 연기상(이정재) 등 6관왕도 차지했다. 추억의 음식 달고나가 해외로 진출했고, 녹색 체육복이 인터넷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로스앤젤레스(LA)는 ‘오징어 게임’이 미국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력을 기려 시즌1이 공개된 날인 9월 17일을 ‘오징어 게임의 날’(Squid Game Day)로 제정하기도 했다. 놀라운 일이다.

K-드라마의 새 역사를 쓴 ‘오징어 게임’의 마지막 이야기 시즌3이 지난달 27일 공개됐다. 시즌3에서는 ‘오징어 게임’을 이끈 핵심 인물 성기훈(이정재·왼쪽)과 프런트맨 황인호(이병헌)의 마지막 대결이 이어지며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넷플릭스 제공


자사 최고의 히트 상품이 된 ‘오징어 게임’을 넷플릭스가 가만히 두었을 리 없다. 속편 제작을 만지작거렸다. “스트레스로 치아가 8~9개 빠졌다”는 황동혁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영예를 안겨준 작품이어서만은 아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1 초대박으로 돈을 번 건 넷플릭스였지, 연출자는 아니었다. 이렇게나 빅 히트 상품을 만들고도 받아 든 건 고작 연출료 뿐이었다. 여러 상황상, 시즌2는 시즌1 성공에 대한 보상이 될 기회. 실제로 황동혁 감독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오징어 게임’ 시즌2의 제안을 받아든 이유에 대해 “돈”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오징어 게임’ 속 성기훈이 그랬듯, 황동혁 감독은 우승(흥행)을 하고도 다시 게임판으로 돌아와 메가폰을 잡은 셈이다.

그러나 글로벌하게 성공한 작품의 속편을 만든다는 건, 높은 허들을 넘는 일이다. 높아질 대로 높아진 대중의 눈높이와 커질 대로 커진 기대를 충족시키기란, 새로운 작품을 만들 때보다 몇십 배 어렵다. 심지어 시즌2의 경우, 이야기 마무리를 시즌3으로 넘기고 끝내는 쪼개기 전략으로 선회하면서 대중의 평가에서 더욱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즌2는 공개 후 시즌1과 비교되며 냉혹한 평가도 받아들여야 했다. 미완의 결말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가 특히나 컸다. 지난 27일 공개된 시즌3은 그 아쉬움을 만회한 결과물일까.

▮아이 지키려고 다시 일어선 성기훈

시즌2와 시즌3은 본래 한 몸통으로 기획된 작품인 만큼, 시즌3은 시즌2가 끝난 지점에서 바로 시작한다. 게임을 멈추기 위한 성기훈(이정재)의 반란이 실패한 지점에서다. 시즌2는 거칠게 말하면, 우승 후 다시 게임판으로 돌아온 성기훈(이정재)과 001번 오영일로 위장해 게임에 참여한 황인호(프런트맨·이병헌)의 신념이 부딪치는 싸움판이었다. 프론트맨 역시 성기훈처럼 과거 자본주의 사회의 밑바닥을 경험했고, 오징어 게임에 참가해 우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러나 우승 후, 두 인물의 행보는 완벽하게 갈렸다. 피 묻은 돈을 손에 쥔 성기훈을 엄습한 건 죄책감과 양심. 반면 프론트맨은 오징어 게임 속 세상이 불공정한 세상보다 더 낫다는 신념을 얻었다.

어떻게 보면, 프론트맨 입장에서 성기훈은 자신이 가지 않는 길을 걷는 인물이다. ‘아직도 인간에 기대를 거는’ 성기훈이 프론트맨으로서는 가소로웠을 것이다. 동시에, 자신은 포기한 인간성을 부여잡고 있는 성기훈에게 열등감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프론트맨은 게임판으로 돌아온 기훈이 망가지길 그 누구보다 희망하게 된다.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기훈의 실패를 통해 보고 싶었을 테니까. 그렇다면 반란에서 실패한 기훈은 이대로 무너질까. 아니면 또 다른 대안을 찾을까. 시즌3을 추동하는 주요 내용이다.

성기훈은 오징어 게임이라는 서바이벌을 거치며 급격하게 변모해 온 인물이다. 빚을 갚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게임에 참여한 평범한 소시민이었던 시즌1에서의 기훈은 시즌2에선 정의로운 인물로 각성해 게임을 이끈 바 있다. 그러나 거듭된 실패와 가까운 친구 정배(이서환)의 죽음을 목도하면서 기훈은 크게 낙담하고 무기력해진다. 실제로 시즌3의 기훈은 어둡고 비관적이며 좌절감에 빠져 있다. 절망에 휩싸인 기훈을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인가. 황동혁 감독은 이를 ‘다음 세대’에서 찾은 듯하다. 게임 도중 태어난 참가번호 222번 김준희(조유리)의 아이를 통해서다. 게임 주최 측이 아이를 참가자로 설정하면서, 기훈은 아이를 지키기 위해 다시 일어선다.

이야기 해결 과정에서 ‘다음 세대’를 염려한 황동혁 감독의 문제의식은 나쁘지 않다. 문제는 이를 위해 지나치게 과도한 설정을 집어넣은 것인데, 일례로 준희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금자(강애심)가 아들 용식(양동근)에게 칼을 드는 모습은 여러모로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이 서사가 납득되려면, 금자와 용식 모자 사이에 더 촘촘한 사연이 있어야 했다. 용식이 망나니였어서 평소 금자가 아들의 행동을 교정하려 했다거나, 하는 식의 서사 말이다. 그런데 드라마가 그려낸 용식은 효자 아닌가. 그런 아들에게 칼을 든다? 가장 위급한 상황에서 금자가 모성을 배반하는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오징어 게임3’ 속 장면들. 넷플릭스 제공


▮화려해진 캐스팅, 산만해진 스토리

더 큰 패착은 너무 화려해진 캐스팅이다. 주연급 배우들이 다수 승선한 만큼 그들에게 섭섭하지 않은 분량을 부여한 모양새인데, 그 과정에서 이야기가 너무 산만해졌다. 미안한 말이지만, 이 드라마에서 북에 두고 온 딸을 찾기 위해 게임에 뛰어든 핑그 가드 노을(박규영)과 그가 돕는 게임 참가자 경석(이진욱)의 탈출기는 통으로 빼도 무방하다. 실종된 형 인호를 찾아 섬 밖에서 고군분투하는 황준호(위하준)의 수색 부분도 헐겁고 따로 놀아 이야기 진행의 걸림돌로만 느껴진다. 시즌2, 3은 여러모로 가성비 떨어지는 캐스팅이라 할 수 있는데, 선택과 집중에 신경 썼다면 어땠을까. 서브 플롯을 줄이고 시즌2와 시즌3을 하나로 묶었다면, 훨씬 풍성한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추억의 게임을 응용한 방법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시즌1과 2에서는 그래도 게임에 철저한 룰이 적용됐다. 잔인한 경쟁이 치러지긴 하지만, 동심이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에 게임이 더욱 기기묘묘해 보이는 효과도 낳았다. 그러나 시즌3에서는 게임의 규칙이 주최 측 입맛(정확히 말하면 서사 진행을 위해)에 따라 너무 쉽게 변경되고 무시돼 버렸다. 이 과정에서 강화된 건 잔인함 뿐이다. 특히나 시즌3의 첫 번째 게임인 술래잡기는 연신 아슬아슬하게 잔인성의 수위를 넘어버린다. 게임의 재미는 사라지고 살육만 남은 느낌이랄까. 잔인성이 치명적인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이 시리즈가 발 딛고 있던 게임이라는 핵심 포인트의 매력이 희미해졌다는 결함이 생겨 버렸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시즌3은 무조건 비판만 하기엔 마음이 걸리는 작품이다. 시즌2에서 딱지남(공유)은 홈리스들에게 빵과 복권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 바 있다. 대다수의 선택은 복권이었다. 그로 인해 그들은 다시금 굶주렸다. 시즌3에선 프런트맨이 기훈에게 선택의 기회를 준다. 단도를 쥐여주며 잠든 참가자들을 죽이면 아이를 살릴 수 있다고 조언, 유혹한다. 술에 취해 곯아떨어진 참가자들을 찌를 것인가 말 것인가. 기훈은 체스판의 말이 되기보다는, 말이 아닌 사람으로 버티는 쪽은 택한다.

황동혁 감독은 앞서 외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시즌3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이 세상에서 과연 우리가 인간성을 지키고, 그 인간성을 믿고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니까 기훈은 황 감독이 아직 믿고 있는 최소한의 양심과 인간성이 의인화된 캐릭터다.

그리고 감독은 그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확고하게 보여주는 목표는 달성한다.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살벌한 게임 밖 세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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