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합성하는 동물의 진화 비밀 [강석기의 과학풍경]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고독한 미식가'라는 일본 드라마를 보고 용기를 얻어서인지 요즘은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
그런데 동물 가운데 광합성을 하는 종류가 있다.
다만 스스로 엽록체를 만드는 건 아니고 먹이로 삼는 조류(수생 생물) 바우케리아의 세포 안에 있는 엽록체를 분리해 자신의 세포 안에 포획한 뒤 광합성을 시켜 영양분을 얻는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고독한 미식가’라는 일본 드라마를 보고 용기를 얻어서인지 요즘은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 그럼에도 막상 그런 상황이 되면 내키지 않는다. 이런 때가 아니더라도 별로 먹고 싶은 게 없으면서 끼니를 때워야 하면 ‘차라리 식물처럼 광합성을 하면 좋을 텐데…’라는 ‘비과학적인’ 상상을 한다. 음식(먹이)에서 에너지를 얻는 종속영양체인 동물에게 광합성으로 당류 같은 영양분을 만들어 생존하는 독립영양체인 식물은 따라 할 수 없는 존재다.
그런데 동물 가운데 광합성을 하는 종류가 있다. 바다민달팽이인 엘리시아(Elysia)로 광합성을 하는 세포소기관인 엽록체를 지니고 있어 식물처럼 몸이 녹색이라 얼핏 보면 나뭇잎처럼 보인다. 다만 스스로 엽록체를 만드는 건 아니고 먹이로 삼는 조류(수생 생물) 바우케리아의 세포 안에 있는 엽록체를 분리해 자신의 세포 안에 포획한 뒤 광합성을 시켜 영양분을 얻는 것이다. 50여년 전 이런 사실이 알려졌지만, 최근까지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학술지 ‘셀’에 엘리시아가 어떻게 조류 엽록체로 광합성을 하는지를 명쾌하게 밝힌 미국 하버드대 주축 공동연구팀의 논문이 실렸다. 엘리시아는 치설이라고 부르는 일종의 이빨로 조류 세포벽을 찢은 뒤 안에 있는 엽록체를 분리해 소화관 주변의 세포에 집어넣은 뒤 논문 저자들이 ‘클렙토솜’(kleptosome)이라고 이름 붙인 독특한 세포소기관 안에 격리한다. 클렙토란 ‘훔치다’라는 뜻의 그리스어다.
원래 엽록체는 식물 세포를 벗어나면 작동을 멈추고 곧 죽지만 클렙토솜은 식물 세포와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 엽록체가 수개월 동안 작동하게 한다. 엽록체 입장에서는 ‘뭔가 이상한데…’라고 느끼면서도 일하다(광합성) 조금씩 쇠약해져 죽는 셈이다.
한편 엘리시아는 엽록체를 비상식량으로도 이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먹이가 없는 환경에 놓이면 엽록체의 광합성 산물로 버티다 결국은 엽록체를 분해한 뒤 흡수한다. 굶주림이 길어지면 엽록체를 희생해 통째로 활용하는 전략을 진화시킨 것이다. 사람도 굶으면 며칠은 닭이 낳은 달걀로 버티지만 어느 선을 넘으면 닭을 잡아먹어야 생존에 유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무튼 이 전략은 꽤 효과적이어서 광합성 능력이 없는 평범한 바다민달팽이인 군소는 먹이가 없는 환경에서 3~4주면 굶어 죽지만 엘리시아는 엽록체 식량화로 4개월 가까이 살기도 한다.
사실 엽록체도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조상은 광합성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다. 약 20억년 전 시아노박테리아를 포획한 단세포 진핵생물이 평소처럼 분해(소화)하는 대신 안에 머무르게 하며 광합성 산물을 이용하는 쪽을 택했다. 이렇게 자리를 잡은 시아노박테리아는 진화를 통해 독립적인 생명체로 살아갈 수 있는 기능을 잃었고 진핵생물의 부품(세포소기관)으로 전락하며 수생 생물인 조류가 등장한 것이다.
20억년 전 조상 시아노박테리아로서는 후손이 엽록체가 된 것도 안타까운데 일부는 동물에게까지 이용되다 여차하면 잡아먹히기까지 하는 신세이니 딱한 노릇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속보] 내란 특검, 한덕수 전 총리 소환…내란 방조 물음에 침묵
- [속보] 국힘 혁신위원장에 안철수…송언석 “과감한 당 개혁 최적임자”
- [속보] 내란 특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소환
- [단독] 윤 관저 유령건물 공사비 1억 공백…자금 출처 국정원 거론
- 송언석 “계엄·탄핵·대선 패배, 국민 뜻 못 받들어…진심으로 사과”
- “친윤 검사들, 이삿짐 다시 풀 듯”…정진우·성상헌 임명에 혁신당 반발
- 김혜경 여사 옆에 이부진…여성 기업인들 만나며 첫 국내 단독 일정
- 임은정·김태훈, 윤석열 정부서 좌천…한직 돌다 검사장 승진 발탁
- 심우정에게 필요한 것 [그림판]
- 트럼프 “상호관세 유예 연장 안 해…일본에 30~35% 부과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