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다는 건, 곧 가까워진다는거야”.. 을지로 폐간판 아래 피어난 작은 감각들

제주방송 김지훈 2025. 7. 1. 17:3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재개발 한복판, 불 꺼진 조명가게에서 팝업 전시
작지만 선명한 언어로, 국내외 작가들 예술의 밀도 그려
7~16일까지, 서울 을지로 ‘스페이스유닛플러스’에서


# 한 손에 쏙 들어올 법한 작은 작품들은 오히려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낯설고 무게감 있는 예술이 아닌, 손 내밀면 닿을 듯한 거리에서 속삭이는 예술.
그 거리감에 대한 섬세한 실험입니다.

작지만 단단한 작업들, 각기 다른 장소에서 작업해온 예술가들이 모여 ‘서울’, ‘을지로’라는 도시의 결 안에 또 하나의 층을 쌓습니다.


7일부터 서울 을지로 ‘스페이스유닛+(Space Unit+)’에서 열리는 ‘스몰리쉬+(Smallish+)’.
‘스페이스유닛+’는 2025년 여름부터 기존 ‘스페이스유닛포(Space Unit4)’의 철학을 계승해 새롭게 문을 연 복합예술공간으로, 을지로 143을 거점 삼아 미술뿐 아니라 건축, 공연, 디자인, 공예 등 다양한 장르 간 협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제목의 ‘+’는 강조 혹은 반복이 아닌, 새로운 공간에서 예술이 만들어내는 감각의 지형이자, 축적된 시간의 다른 이름입니다.

2025년 1월, 서울 인사동 갤러리온도에서 시작된 ‘스몰리쉬(Smallish)’가 일본 히로시마를 거쳐 다시 서울로 되돌아왔습니다.
지리적 이동이 아니라, 작가 개개인의 내밀한 언어가 각기 다른 공간을 통해 다시 호흡하고 확장되는 여정을 만납니다.

‘스몰리쉬+’가 열리는 을지로는 한때 산업과 인쇄의 심장이었던 공간이자, 지금은 재개발의 물결 속에서도 예술과 창작이 틈새를 비집고 스며드는 도시입니다.

전시 공간은 을지로 한복판, 폐업한 조명 가게를 개조한 ‘스페이스유닛+’.
장소 자체가 전시의 일부이자, 작품과 긴장감 있게 호흡하는 구조입니다.

이번 전시는 사실 미국에서 출발해, 일본과 한국을 거쳐 ‘스페이스유닛+’에서 새로운 형태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된 'Smallish'전.


제주갤러리 창립 큐레이터 출신이자, ‘스페이스유닛+’ 운영자이기도 한 강지선 디렉터는 “‘스몰리쉬’는 여행 가방에 넣을 수 있을 만큼 작은 작업에서 시작해, 공간을 옮겨 다니며 기획자가 현지 작가들과 관계를 맺으며 밀도 있는 층위로 진화하는 전시”라고 설명합니다.
이어 “그저 소형 작품을 모은 전시가 아니라, 이동성과 응축된 개념이 만나서 소품이라는 편견을 뒤집는 예술 실천”이라며 “‘작지만 강렬한 것’이란 말이 무엇을 의미할 수 있는지 실험하는 기획”이라고 전했습니다.

■ 작가들의 언어, 작지만 선명한 감각

‘스몰리쉬+’는 제주 아일랜드 아티스트 콜렉티브(Jeju Island Artist Collective, JIAC)와 뉴욕 기반 기획자의 공동 기획으로 성사됐습니다.
‘JIAC’는 김연진, 김경진, 최은선 세 명의 작가가 결성한 아티스트 그룹으로, 공동 창작과 국제 협업의 지점을 넓히는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 일본, 미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참여했습니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된 'Smallish'전.


작가들 면면은 다양합니다.
김경진, 김연진, 최은선, 필승, 진나래, 김은진, 김희광, 노해율, 박근영 등 국내 기반 작가들부터 Monica Carrier, Joel Carreiro, Brian Wood, Ashley Garrett, Kari Varner 등 다양한 국가에서 활동 중인 작가들이 한데 모여 드로잉, 회화, 키네틱 오브제, 사진, 혼합매체, 설치 등 서로 다른 매체로 각자의 언어를 발화합니다.

일상적인 소재를 회화로 변환해 이미지의 간극을 탐색하거나(김경진), 조형적 절제와 색의 밀도를 통해 정서적 긴장을 유도하고(최은진), 일상의 파편들을 키네틱 오브제로 전환하며 감각과 운동의 경계를 넘나듭니다(진나래).
또 풍경에 대한 시적 사유를 비디오 드로잉으로 확장하거나(필승), 반복과 겹침을 통해 기억의 층위를 드러내며(김은진), 인물과 배경 사이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긴장감을 조형화합니다(박근영).

해외 작가들의 언어도 뚜렷합니다.
콜라주적 회화 구조를 통해 현대성과 고전의 미묘한 결합을 꾀하고(Joel Carreiro), 타이포그래피와 오브제의 결합으로 언어의 재배치를 실험하거나(Monica Carrier), 미세한 색감의 중첩을 통해 감각적 풍경을 제시하고(Kari Varner), 붓질과 여백의 밀도를 통해 심상의 회화를 구현하는 작업(Ashley Garrett)까지.
각자 고유한 방식으로, 작지만 밀도 높은 감각을 전시장에 축적해냅니다.

■ “스몰리쉬에서 스몰리쉬 플러스(+)로”.. 반복 아닌 진화

강지선 디렉터는 “‘스몰리쉬’는 이동 가능한 형태의 작은 작업을 통해, 오히려 더 큰 감각과 해석의 지형을 확장하는 실험”이라며 “을지로에서의 ‘+’는 반복이 아니라 공간에 따라 접촉면이 확장되고, 예술이 피어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진화”라고 말합니다.
이어 “을지로는 물성의 기억과 레이어가 살아 있는 공간이다. 그 안에서 작은 작업들이 만들어내는 밀도는 오히려 더 크게 와닿는다”며 “사라지는 도시의 틈새에서, 이 작은 전시가 또 다른 균열이자 감각의 접촉면이 되기를 바란다”는 바람도 덧붙였습니다.

이번 전시는 공간과 작품이 서로의 층을 확장한다는 점에서, ‘스몰리쉬+’의 ‘+’는 부호에서 나아가 예술의 생존 방식이자 실험으로 읽힙니다.

전시는 16일까지 서울 을지로 ‘스페이스유닛+’에서 진행되며, 오프닝은 9일 오후 5시입니다.
관람 시간은 오후 1시부터 7시까지이며,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다음은 참여 작가 명단.
Ashley Garrett, Alisha Brunelli, Brian Wood, Claire Trasorras, Department for Cynical Delight (Woojin Lee + Joseph Burwell), Eiko Nishida, Frank Chang, Iviva Olenick, Joel Carreiro, Kari Varner, Matthew Garrison, Minshik Shin, Monica Carrier, Peter Gerakaris, Ronald Gonzalez, Tivon Rice, 김경진, 김연진, 김은진, 김희광, 노해율, 박근영, 진나래(인이), 최은선, 필승, 손영인, 신아현, 이수진, 김석호, 김성진, 이다솔, 김윤희, 이현정, 김영현.

'스페이스유닛플러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Copyright © JI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