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민원실’ 45년째 그대로…공공기관 냉방 기준, 이젠 바꿔야

서의수 기자 2025. 7. 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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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온도 28℃ 규정에 시민·직원 모두 불편…“체감 환경 반영한 탄력 운영 필요”
구미시 민원실 전경,경북일보DB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 속에서 각급 기관단체 민원실이 또다시 '찜통'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정부가 1980년대부터 고수하고 있는 공공기관 냉방 기준 '실내온도 28℃ 이상' 규정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철 냉방 온도를 제한하는 이 지침은 기후변화와 건물 여건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민원인과 공무원 모두에게 불편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 냉방 기준은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에 관한 규정 제14조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이 매년 수립·시달하는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지침'에 근거한다. 여름철 실내온도를 평균 28도 이상으로 유지하라는 내용이 핵심이며, 복사기 절전모드, 점심시간 소등, 엘리베이터 일부층 운행 제한 등도 포함돼 있다.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에너지 절감 실적 평가와 연계돼 있어 사실상 준수 의무처럼 작동한다.

이 기준은 1980년대 에너지 위기 당시 도입된 임시 절약조치에서 시작돼 1990년대 일부 완화됐다가, 2010년부터 다시 28도로 상향 조정돼 지금까지 45년째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당시와 비교해 기온과 체감환경은 크게 달라졌고, 기준이 실제 냉방 효율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1일 포항시 남구청에 따르면 민원실 냉방기는 기본적으로 24℃에서 작동을 시작하지만, 인원 밀집과 복사기·컴퓨터 등의 발열로 인해 체감온도는 28도 안팎으로 유지되는 상황이다. 남구청 관계자는 "공식적으로는 28℃ 기준을 의식하면서 조절하고 있다"며 "매년 별도 공문이 오지는 않지만 예전부터의 기준이 그대로 이어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민원실을 찾은 시민 김모(64) 씨는 "밖보다는 시원하지만, 오래 앉아 있다 보면 덥게 느껴진다"며 "민원 보는 데 집중이 안 될 때도 있다. 조금 더 시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부채를 쥐거나 개인용 선풍기를 사용하는 직원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대구 북구청 민원여권과는 실내 온도를 평소 26℃ 안팎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날씨가 유독 더운 날에는 25℃까지 낮춘다. 구청 관계자는 "온도를 너무 낮추면 '왜 이렇게 춥느냐'는 민원도 있지만, 반대인 경우도 있어 적정 온도 유지를 위해 항상 눈치를 본다"고 말했다. 북구청을 찾은 시민 김형수(50대) 씨는 "요즘 같은 날씨에 공공기관은 최소한 더위 해소 공간이라도 돼야 한다"며 "지금 정도의 온도는 적당하지만, 사람이 많아지면 확실히 더 덥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냉방기기를 더 세게 틀 수 없는 사정은 시민 대응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구 북구청 민원여권과 직원은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민원인들이 더운 날씨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고, 업무 응대도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온도를 일방적으로 낮출 수도 없어 내부에서도 실질적인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률적인 수치 기준을 고수할 게 아니라, 공간 특성과 체감 환경에 맞는 탄력적 냉방 운영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관계자는 "건물의 단열을 개선하고, 고효율 냉방장치를 도입하면 동일한 전력으로도 더 시원한 실내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며 "실내 온도를 수치에만 고정할 게 아니라, 이용자 체감이나 공간 밀집도에 맞춰 민원실·회의실은 25~26℃, 일반 사무 공간은 27℃ 안팎으로 조정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다"고 지적했다.이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