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조 정부 지출 구조조정의 민낯…실상은 예측 실패였다

세종=정현수 기자 2025. 7. 1. 16:5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출 구조조정과 무관하게 세입에 연동된 교육교부금만 1.9조원 감액
수요 예측 실패에 따른 무공해차 보급사업, 국가장학금 사업 등도 4000억원대 감액
감액된 SOC 예산은 지출 구조조정이라기 보단 집행 시기 연기로 봐야
2025년 제2차 추경 지출 구조조정 현황/그래픽=최헌정

추가경정(추경) 예산안의 재원 중 하나인 '지출 구조조정' 상당수가 정부 예측 실패에 따른 감액 예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과 별개로 사업 시기만 연기한 예산도 다수다. 기존 예산의 구조를 조정한 게 아니라, 수요 예측 실패로 불용(不用) 가능성이 있는 예산을 먼저 줄이거나 예산 집행을 내년 이후로 미룬 것이다.

1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제2차 추경 예산안에서 지출 구조조정으로 감액된 예산은 5조2722억원(54개 사업)이다.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으로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경 예산안 재원 중 일부를 충당했다고 설명했다. 지출 구조조정은 기존 예산에서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예산을 덜어내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지출 구조조정과 무관한 감액 예산이 상당수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대표적이다. 교육교부금은 이번 추경에서 1조9273억원 감액됐다. 이는 세수 결손을 보전하기 위한 10조3000억원의 세입경정에 따라 자동으로 감액된 예산이다.

교육청 예산으로 활용되는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로 자동 편성된다. 정부의 의지와 무관한 의무지출이다. 세입 예산을 줄이는 세입경정이 이뤄지면 교육교부금도 자동으로 줄어든다. 따라서 교육교부금 감액은 지출 구조조정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 세입경정을 했다는 것도 정부가 세수 예측을 잘못했다는 의미다.

정부의 수요 예측 실패에 따른 감액 예산도 눈에 띈다. 정부는 이번 추경에서 무공해차 보급사업 예산을 4673억원 줄였다. 무공해차 보급사업은 전기차와 수소차의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전기승용차의 경우 본예산을 짤 때 계획 물량을 23만4000대로 잡았지만 이번에 19만7000대로 줄이면서 예산을 감액했다.

4400억원 감액된 맞춤형 국가장학금 지원사업도 마찬가지다. 정부 재정으로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국가장학금은 수혜 대상자 예측을 잘못함에 따라 예산을 줄였다. 심지어 맞춤형 국가장학금 사업은 제1차 추경의 국회 논의 과정에서 1157억원이 증액되기도 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기초연금 예산은 637억원 줄였다. 본예산을 편성할 때 소비자물가 변동률을 2.6%로 잡았지만, 실제 관측치는 2.3%로 나왔기 때문이다. 기초연금은 전년도 소비자물가 변동률을 반영해 매년 기준연금액을 산출한다. 병사 인건비 예산은 본예산에서 입영 계획 인원을 높게 잡아 이번 추경에서 관련 예산을 597억원 감액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지출 구조조정의 한계를 보여준다. 가덕도 신공항 예산은 5224억원 감액됐다. 수의계약 절차가 중단되면서 일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어서다. 영원히 사라진 예산이 아니라 언제든 부활할 수 있는 예산이다.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포항-영덕 고속도로 건설사업(-1821억원), 부지 확보가 지연된 용산-상봉 광역급행 철도사업(-1222억원)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추경뿐 아니라 본예산을 편성할 때도 지출 구조조정을 강조해왔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지출 구조조정에 나섰다고 밝힌 적도 있다. 하지만 민감한 문제라는 설명만 남긴 채 구체적인 지출 구조조정 항목을 밝히는 건 꺼렸다. 이번 추경안을 편성할 때도 지출 구조조정의 구체적인 내역을 설명하진 않았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출 구조조정 대상 예산은 몇 개월 전에는 필요하다고 해서 편성한 예산"이라며 "지출 구조조정이라는 표현은 정치적 레토릭(수사)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