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허브’ 명성 되찾았지만 ‘자유’는···보안법 이후, 홍콩의 변화 5가지

박은하 기자 2025. 7. 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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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19일 보안법 위반으로 유죄 선고를 받은 헨드릭 루이의 어머니가 법원 앞에서 ‘의인득생 악인필망’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들다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특별행정구가 2020년 6월30일 오후 11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제정한 보안법을 전격 시행하면서 ‘홍콩의 중국화’ 우려가 불거졌다. 5년이 지난 현재 홍콩은 민주주의가 무너졌고 글로벌 금융 도시로서 명성은 되찾았다고 평가받는다. 보안법 이후 홍콩에서 일어난 5가지 변화를 정리했다.

1. 332명 체포·189명 기소…시작 안 한 재판도

홍콩 법원 통계에 따르면 보안법 위반 혐의로 현재까지 332명이 체포됐고 189명이 기소됐다. 61건의 보안법 관련 재판이 접수됐으며 55건의 1심 재판이 끝났다.

마무리되지 않은 6건의 재판 중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 재판’이 국제적으로 가장 유명하다. 2019년 송환법 시위와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은 라이는 이후 외세와 결탁해 반중 활동을 한 혐의(보안법 위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톈안먼 항쟁 지원 단체인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 국가전복·선동 사건의 첫 공판은 오는 11월 열린다. 2023년 광주인권상을 수상한 지련회 활동가 초우항텅은 2020~2021년 톈안먼 항쟁 추모 집회를 조직하다 불법집회 혐의로 투옥됐다. 이후 외세 결탁 혐의에 대한 추가 조사를 거부해 보안법이 적용됐다.

2. 노동 권익활동 중단

1990년 창립한 홍콩 민주파 최대 노조 홍콩직공회는 2021년 자진 해산했다. 노조 활동은 가능하지만 집회·시위·파업 등의 활동 방식은 제한되고 있다.

해외 활동가와의 교류는 보안법상 외세 결탁 혐의가 적용된다. 홍콩 유일 야당이었던 사회민주연맹 구의원들과 연계해 플랫폼 배달노동자 권익 향상을 논의하던 ‘라이더스 권리 우려 그룹’은 최근 해체했다. 이 단체는 해외 플랫폼 노동 파업 지지 성명을 발표하며 교류해 왔는데 외세 결탁 혐의가 있다는 당국의 경고를 받았다. 사회민주연맹도 지난달 30일 해산을 발표했다.

노동운동가 한둥팡이 운영하는 중국노동회보(CLB)는 지난달 재정난을 이유로 활동을 중단했다. 1994년 설립된 CLB는 중국 본토 내 노동쟁의 사건을 기록하는 매체로 전 세계 중국 노동·산업연구자들이 참고해 왔다. CLB 역시 보안법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거론돼 왔다.

3. 행정지도로 시민사회 통제

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지만 당국이 도로교통법, 옥외광고설치법 위반 등 경범죄를 적용하거나 행정지도로 시민사회 활동을 옥죄는 일이 잦게 보고된다.

독립서점 마운트 제로 북스(견산서점)는 가게 앞 공터에 손님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타일을 깔았다가 도로 불법 점유 혐의로 행정지도를 받았다. 서점은 이후 반복적 단속에 시달려 지난해 3월 폐점했다. 민주화 운동 인사들과 가깝다는 혐의를 받는 다른 서점들도 수시로 화재 안전이나 노동 규정 준수 여부를 조사받다가 폐점했다.

1989년 6월4일 발생한 톈안먼 항쟁 유혈진압을 연상시키는 번호판 ‘US 8964’를 단 포르셰 차량 소유주도 2023년 톈안먼 항쟁 기념일을 앞두고 브레이크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차량을 압류당했다.

4. ‘글로벌 금융 허브’ 지위는 부활

국제 금융시장 허브로서 홍콩의 위상은 회복됐다. 홍콩은 지난 3월 발표된 글로벌금융센터지수에서 미국 뉴욕, 영국 런던에 이어 세계 3위에 재진입했다. 올 1분기 홍콩의 기업공개 유치금액은 18억홍콩달러(약 31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배 증가했다.

중국과 홍콩 당국은 자유로운 자본 유출입이 가능하도록 한 홍콩의 제도는 유지했다. 홍콩의 불평등 원인으로 지목받지만 법인세·상속세·부가가치세가 없는 조세 법률 체계도 유지됐다. 중국 기업들이 해외 진출 통로로 홍콩 자본시장을 이용하며 시너지가 커졌다. 중국 배터리업체 CATL은 지난 5월 기업공개를 통해 357억홍콩달러(약 6조원)를 조달하며 올해 세계 최대 기록을 세웠다.

홍콩 특별행정구는 지난달 30일 대변인 명의로 낸 보안법 제정 5주년 논평에서 “지난 5년 동안 보안법이 홍콩을 혼란에서 질서로 전환하는 데 큰 전환점이 됐다”며 “일국양제의 이정표”라고 밝혔다.

5. 보안법 이후에도 생겨난 독립언론

빈과일보, 입장신문 등 홍콩 정부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던 많은 매체가 보안법 시행 이후 문을 닫았다. 그러나 비영리 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몇몇 독립 매체들이 시민들의 후원을 받아 활동하고 있다.

영문 독립매체 홍콩프리프레스(HKFP)는 지난달 29일 창간 10주년을 맞았다고 알렸다. 2015년 홍콩 최초로 크라우드 펀딩 형태로 탄생한 언론이다. 중문 매체인 단전매도 싱가포르로 본부를 옮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보안법 이후 활동을 시작한 독립 매체도 있다. ‘증인’이라는 뜻인 더 위트니스는 보안법 사건 재판을 기록하고 있다. 붐헤드, 리뉴스는 홍콩의 사회운동에 대한 보도를 주로 내보낸다.

그러나 독립 언론 활동은 위태로운 상황이다. 국제언론인연맹에 따르면 홍콩언론인협회와 HKFP, 더 위트니스 등을 포함한 최소 7개의 독립 언론사와 20명의 개인이 2023년 11월 이후 지난달까지 홍콩 세무당국의 타깃이 됐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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