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3년 블랙홀 된 행정체제...제주특별법 제도개선은 감감
자치분권 난항 새정부 마지막 기대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은 민선 8기 제주도정의 1호 공약이다. 오영훈 도지사는 3년 전 취임사에서 '권위적인 제왕적 도지사 문화를 청산하고 권력을 도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취임 직후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행정체제개편위원회'를 모집하고 공론화에 들어갔다. 2023년 최적안 마련, 2024년 주민투표, 2025년 법제화, 2026년 시행안까지 나왔다.
중앙은 물론 지역사회에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행정체제개편은 이미 2011년 민선 5기 우근민 도정, 2017년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에서 무산된 바 있어서다.
중앙정부도 시큰둥했지만 오 지사는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내심 행정구역을 5~6개로 나누고 기초의원 중에 시장을 선출하는 기관통합형을 바랐다. 반면 공론화 결과는 달랐다.
2024년 1월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제주를 3개 구역(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으로 나누고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지방의회를 설치하는 최종 대안을 도지사에 제출했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서 2024년 말까지 주민투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제주도가 말하는 마지노선이 지난해 말에서 올해 6월, 8월, 10월로 계속 바뀌고 있다.
주민투표는 법률상 행정체제개편의 필수 조건이 아니다. 지방자치법 제5조에는 '지방자치단체를 폐지하거나 설치하거나 나누거나 합칠 때는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헌법재판소도 주민투표보다 국회 입법화를 우선시하고 있다. 다만 도민의 삶과 직결된 사안 탓에 의견수렴은 필수적이다. 제주도가 주민투표를 선결조건으로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기존 행정시를 폐지하고 3개 기초단체를 설치하는 법안은 이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동시에 3개가 아닌 2개 기초단체를 설치는 법안도 제출돼 있다.
이른바 쪼개기 금지법 발의의 당사자인 김한규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을)은 여전히 행정구역 조정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향후 법률 개정 과정에서도 논쟁이 불가피해졌다.

제주도는 현재까지 행정체제 모형 용역에 15억원, 조직설계 용역에 5억5000만원, 조정교부금 연구에 1억5000만원을 투입했다. 향후 신청사 용역에도 4억3000만원을 투입한다.
기초단체 부활에 행정력이 집중되면서 특별법 제도개선과 포괄적 권한이양 등 지방분권을 위한 정책은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강원특별자치도와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권한이양과 특례 규정에 대한 경쟁은 더욱 심화됐다. 강원과 전북 모두 재정분권 강화와 특례 규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선 8기 도정은 출범 직후 8단계 제도개선을 멈추고 '포괄적 권한이양'에 집중했다. 이는 필수 국가사무를 제외한 권한을 제주에 한 번에 넘기는 제도개선 방식이다.
이를 위해 취임 동시에 9000만원을 들여 연구 용역을 진행했다. 2023년 5개 분야, 62개 법률을 이양 대상으로 정했다. 반면 지금껏 공론화와 도의회 동의 등 후속 절차는 멈춰섰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변수가 등장했다. 윤석열 계엄으로 촉발된 조기대선에 이재명 정부가 등장했다. 새 정부는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을 지방분권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방분권 정책을 이끌 지방시대위원장(장관급)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위촉했다. 지방시대위는 국가균형발전의 밑그림과 실행 계획을 마련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다.
김 지사는 대선 후보 시절 5대 메가시티 자치정부와 연간 30조원 규모의 자율예산 지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제주의 대해서는 3개 기초단체 설치에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새정부 출범에 맞춰 제주의 행정체제 개편과 포괄적 권한이양 등 자치분권도 변화의 기로에 서게 됐다. 동시에 메가시티 등 새로운 지방분권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절실해졌다.
오 지사는 취임사에서 도민 이익을 최우선 하는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도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해법 마련의 시간이 채 1년도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