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M] "위선이어도 평화를" '건담'과 '상실의 시대' 거장들의 충고

마침 NHK가 일본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라 할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을 창조한 토미노 요시유키를 종전 80년을 주제로 인터뷰해 뉴스를 내보냈습니다. 지난 6월 27일 NHK의 '뉴스위치 9'에서 방송된 '전후 80년 건담에 담은 생각'이란 인터뷰입니다.

일단 '기동전사 건담'이 뭔지 모르는 분이 지금 이 글을 클릭해서 읽고 계실 가능성이 높진 않겠지만 그래도 잠깐 소개하면 1979년 처음 제작된 애니메이션입니다. 이전까지 로봇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로봇을 현실 전쟁 속의 무기로 다루고 전쟁을 거치며 상처받고 성장하는 주인공들을 다룬 이야기로 선풍을 일으키며 이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후속작들과 프라모델, 그리고 뭣보다 팬덤과 2차 창작물들을 만들어 하나의 문화 현상을 일으켰습니다.
NHK기자는 일단 토미노 감독에게 그가 겪은 전쟁 경험에 대해 묻습니다. 토미노 감독은 B-29의 폭격이 있을 때마다 좋아하는 그림책을 들고 방공호로 들어가곤 했다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귀여워하던 집주인 할아버지가 소이탄이 터져 숨졌고 그분을 묻은 광경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회상합니다.
어린이였지만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을 가진 자신은 전투기 등에 관심을 가지고 전쟁 관련 책을 읽으면서도 그때의 참상을 연결시키곤 했다고 말합니다. 그에 비하면 애니메이션을 같이 만든 후배 세대들은 "전쟁을 전부 상상으로 안다"고 전후 세대와의 차이를 강조합니다.

"말하자면 군수산업이 있어서 무기의 대량 생산이 가능한 체제가 있어야 했던 것이고 그래서 역시 국가간의 전쟁이라고 하는 것을 이야기로 그려야 했던 것입니다."
또 전쟁에 회의감을 갖고 탈주한다든가 전쟁고아들을 돌보는 군인이 주인공인 에피소드를 만든 것도 그렇게 전쟁의 비참함과 어리석음을 전달하려는 노력이었다고 NHK도 평가합니다.

토미노 감독은 또 지금 현실의 전쟁이 상상을 초월한다며 상상을 다루는 애니메이션 감독답지 않은 말도 합니다. "인간이 조종하는 무기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고 드론이 흔해졌다"며 "전쟁을 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하게 되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전쟁무기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들면서 전쟁의 참상을 전하는 것이 어찌 보면 모순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기를 애니로 그려면서 어린시절 들은 B-29의 폭격음을 연상하곤 한다는 말을 들으면 일견 이해될 수도 있습니다.
하루키는 최근 미국 작가 Tim O'Brien의 사회비판적 소설 "Land of Lies: American Phantastica"를 번역해 지난 3월 출판하면서 마이니치 신문과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이 미국 소설이 다룬 트럼트 현상에 대한 견해와 함께 인터뷰의 후반에선 전후80주년과 일본의 평화헌법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이례적으로 밝혔습니다.

하루키는 전후 세대가 간접적으로 느끼는 전쟁의 흔적을 다루거나 아니면 직접적으로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서 이야기의 발단을 그려내는('태엽감는 새' 등) 소설을 썼는데요. 마이니치신문 기자도 하루키가 전쟁을 소재로 다뤄온 점을 지적하며 전후 80년을 맞은 일본인들이 전쟁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하루키는 평화를 추구하고 전쟁을 포기할 것으로 규정한 일본헌법 9조를 자신은 중요하게 생각해왔다고 평소의 지론을 얘기합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현재 자위대가 규모를 키우고 있고 일본 대중도 중국의 위협을 의식하며 군사력 확장을 당연시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합니다. 전쟁을 포기한다면서도 막강한 군대인 자위대를 키우고 있는 일본의 모순을 그대로 말한 겁니다.
하루키는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중요하지만 이해하기 쉽지 않을 수 있는 같은 말을 합니다.
"일본의 전후 이데올로기 역사 자체가 일종의 위선에 의해 뒷받침되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고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건 나로선 받아들일 수 없다. 위선이라고 해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위선을 받아들이자는 하루키의 말 자체가 위선처럼 보이기도 하고 깊은 정치적 논리가 깔려있는 것 같지도 않아 보일 겁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재임 시에만 해도 평화헌법이란 모순을 없애고 전쟁할 수 있는 '정상 국가'로 가자는 논리는 크게 힘을 얻었습니다. 지난 2019년 닛케이신문의 여론조사 당시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어 52%가 나온 적도 있습니다. 이후엔 후임총리였던 기시다 총리도 아베의 유업을 이어 헌법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위선을 받아들이자"는 하루키의 말은 그래서 바로 젊은 세대에게 던지는 메시지입니다. 전후의 일본을 지탱해온 '위선'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고 침략전쟁을 일으키고 전쟁범죄를 저지른 나라가 짊어질 의무라는 것, 그건 하루키가 그의 작품과 평론에서 직간접적으로 드러내 온 메시지입니다. 일본의 젊은 세대에게 앞으로도 바꿀 필요 없이 평화 헌법을 굳게 지키자고 그 메시지를 전하는 것입니다.
전쟁무기와 그것을 조종하는 소년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에서 전쟁의 참상을 전하려는 토미노 요시유키, 사실상의 군대가 있더라도 평화 헌법의 존재를 의문시해선 안 된다는 무라카미 하루키.
모두 위선적이지만 그래서 어쩌면 더 복잡한 현실에 맞는 것일 수 있는, 전후 80년 일본 사회에 던지는 거장들의 단순하고도 복잡한 메시지입니다.
《뉴스인사이트팀 전봉기 논설위원》
전봉기 기자(leadship@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731007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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