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령 장관 유임과 타운홀미팅으로 본 이재명 정부의 메시지
[해설] 민주당 정부서 전남 정치인 자리로 인식된 농림부 장관, 공식 깨졌다
타운홀미팅으로 광주·전남 지자체장 한계 드러나…"좌파·우파 아닌 실력파"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유임됐다. 진보 성향의 야당과 농민단체에서는 윤석열 정부 시절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양곡관리법에 대해 반대·비난한 것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농림부 공무원(전국공무원노조 농림축산식품부지부)들은 “새 정부의 개각 과정에서 유일하게 유임된 사례로,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갖는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공무원들이 환영한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동안 공무원들은 해당 정부의 국정방향에 맞춰 일을 하더라도 대통령이 바뀌면 실무를 맡았던 공무원들까지 함께 청산의 대상이 됐다.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게 되는 배경이다. 이번 이재명 정부의 유임 결정은 대통령의 정치성향과 관계없이 유능하게, 열심히 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신호로 전달된 것이다.
물론 이번 유임 결정에도 조건이 달려있다. 강유정 대변인은 지난달 24일 브리핑에서 “장관은 임기제가 아니다”라며 “유임된 분이 어떤 식으로 행보를 하고 '국민주권정부'답게 국민의 불만이나 요구에 어떻게 응하느냐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진보정당과 농민단체의 반발을 설득해내지 못하거나 반발 여론이 확대될 경우 경질될 수 있다는 메시지다.
언론에서는 송미령 장관 유임이 민주당에서 추진하던 양곡관리법의 수위를 낮춰 추진하는 새 정부의 뜻이 담긴 인사라는 해석에 힘을 실었다. 여성경제신문은 27일자 기사에서 “속내엔 '양곡관리법' 원안 처리 부담감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송 장관은 농업 관련 기존 법안에서 수정된 절충안들을 제안했고 '농망법' 발언도 사과했다. 물론 반발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런 정치적 부담을 떠안으면서 기존 민주당의 정책을 수정하기 위해 내란으로 쫓겨난 정부의 인사를 유임했다는 설명은 다소 부족하다.
송미령 장관 유임의 또 다른 효과
송 장관 유임은 정치적으로 또 어떤 효과를 가져왔을까. 그동안 민주당 계열의 정당이 집권했을 때 농림부 장관은 대체로 호남 정치인들의 자리로 여겨졌다. 김대중 정부 시절 농림부 장관 3명 중 2명(김성훈·한갑수), 노무현 정부 시절 농림부 장관 4명 중 3명(김영진·허상만·임상규), 문재인 정부 시절 농림부 장관 3명 중 2명(김영록·이개호)이 전남 출신이다. 전남지역 언론을 보면 전남을 대표적인 '농도(農都)'라며 농림부 장관에 대해 전남출신 자리로 전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 들어서는 그렇지 않았다. 장관 인선 발표 전, 농림부 장관 하마평으로 거론되는 인사들 중 전남 출신 인사가 거의 없다는 언론보도가 나올 정도였다. 호남 지역언론에서 호남 출신 인사들을 하마평 기사에 함께 거론하기도 하고, 이재명 정부에서 시행 중인 국민추천제에 호남 기반 정치인이 자신을 농림부 장관에 추천해달라고 요청하는 사례도 있었다. 송 장관 유임은 농림부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 당선을 도운 전남 민주당 인사 몫'이라는 기존 분위기를 거스르는 인사였다.
대통령과 대화에서 드러난 지자체장의 수준
그 이유는 다소 엉뚱하게 광주시장과 전남지사가 참석한 타운홀미팅에서 설명이 된다. 이 대통령은 지역 최대 현안인 광주 민간·군공항을 무안국제공항에 이전·통합하는 문제에 대해 광주시장, 전남지사, 전남 무안군수와 직접 토론에 나섰다. 생중계로 진행된 이날 토론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실망감을 나타냈다. 광주시장과 전남지사가 지역 현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모습을 드러냈고, 대통령 질문에 맞지 않는 답을 내놔서다. 김영록 지사는 재선 전남지사인데 농림부 장관(2017년 7월~2018년 3월) 출신이기도 하다.
언론에서도 혹평이 나왔다. 지난달 26일 데일리한국은 기자수첩 <李대통령의 타운홀서 사라진 '지방자치'>에서 “대통령이 나서야만 풀리는 지역 현안들과 이를 둘러싼 지방자치단체 간 불신과 책임 회피는 지방자치 30년의 허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며 “이번 타운홀 미팅은 단순한 민원 청취를 넘어 '지방정부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라는 구조적 질문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프레시안(광주)은 지난달 25일 <“산단만 만들면?…구체적 대안 없나” 李 대통령, 강기정 시장·김영록 지사에 '쓴소리'>, 쿠키뉴스(전남)의 지난달 26일자 <준비된 대통령& 준비 안 된 시·도지사>, 오마이뉴스의 지난달 26일자 <'답답' '갑갑' 대통령 토론회 유탄 맞은 강기정> 등에서도 광주시장과 전남지사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30일자 남도일보 보도를 보면 강기정 광주시장은 직무수행 지지도에서 부정 평가가 절반을 넘었고, 광주시장 적합도 조사에서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강 시장을 제쳤다. 속된 말로 '지자체장이 그 지역에서는 왕'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현역 프리미엄이 있는데 적합도 조사에서 큰 차이로 밀렸다는 건 광주시장이 제대로 된 시정을 펼치지 못해 민심이 돌아섰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대선 기간 유세에서 '호남이라고 무조건 민주당을 찍어주는 게 아니라 지난 전남 담양군수에서 조국혁신당 후보가 당선됐듯 민주당도 심판을 받는다'거나 '영남이라고 국민의힘만 찍지 말고 진짜 시민들에게 필요한 정책이면 김대중 정책이든 박정희 정책이든 상관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좌파·우파가 아닌 실력파”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의도와 관계없이 이번 광주 타운홀미팅은 민주당에서 일단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유력한 광주·전남 지역 정치인의 수준을 전국에 드러냈고, 농림부 장관 유임이 '전남 정치권에 대한 경고'로 해석할 여지가 생겼다. 대통령실에선 이 대통령이 갈등 현안이 해결되지 않는 다른 지역에도 방문할 수 있다고 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약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 대통령이 어떤 지역을 방문하고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주목된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성호 “검찰해체 표현 부적절…수사-기소 분리 국민 공감대 있어” - 미디어오늘
- 조선일보가 꼽은 이재명 정부 인사 5대 키워드 - 미디어오늘
- ‘자녀 특혜채용’ 논란의 방송사 간부, 자회사 대표로 승진? - 미디어오늘
-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추억의 MBC 대학가요제 13년 만에 부활 - 미디어오늘
- JTBC ‘최강야구’ 승부수 이종범… 9월 새 시즌 출발 - 미디어오늘
- “TBS 출연기관 해제는 위법” 국민감사청구 추진한다 - 미디어오늘
- 현직 민주당 의원 8명 총리-장관 인선에 “의원 내각제냐” - 미디어오늘
- “6·3 대선 조작” 워싱턴중앙일보 1면에 중앙일보 “법적 대응 검토” - 미디어오늘
- 이재명 대통령, 100일 관례 깨고 ‘취임 30일’ 기자회견 연다 - 미디어오늘
- 구글 ‘AI 요약’으로 뉴스 덜 본다? 영국 규제당국 나선다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