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청년 예술인 독립 '문화자치' 출발점이죠"

장영환 기자 2025. 7. 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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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사람]석수근 경남메세나협회 전무

"청년 예술인 활동 위한 '씨앗' 꾸준히 심어야"
도내 2176개 팀 결연 공헌… 문화 '공존' 한몫
청년 기회 많으면 경남 10년 후 문화예술 변화
문화 지역불균형 해소 '청년 예술인 생태계' 필요
정치활동·교수 강의하며 '예술'로 활동영역 넓혀
석수근 경남메세나협회 전무가 경남메세나협회에서 환하게 웃으며 "청년예술인은 단 한 번의 만남 단 한 번의 기회 단 한 번의 연주만으로도 자신의 예술 커리어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청년 예술인은 단 한 번의 만남, 단 한 번의 기회, 단 한 번의 연주만으로도 자신의 예술 커리어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이들을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지지하는 것은 곧 미래 경남 문화예술 생태계의 변혁을 가져오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석수근 경남메세나협회 전무가 말한다.

석수근 전무는 경남 문화예술계에서 청년들이 젊음의 열정을 마음껏 펼치도록 뒤에서 묵묵히 돕는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다. 현재 자신을 "문화예술 씨앗을 심는 농부"라고 비유하는 그는 "문화는 결국 사람 간의 일이다"라고 전한다. 그러면서 "나는 잘 심은 '씨앗', 즉 청년 예술가들이 언젠가 거목이 될 수 있도록, 그들이 기성세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 명의 예술가로 성장하도록, 기성세대와 청년, 예술과 행정, 무대와 관객 사이를 잇는 교량이 되고 싶다"고 밝힌다. 지난 27일, 경남메세나협회에서 이러한 작은 꿈을 드러내는, 또 도내 청년 예술가들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석수근 전무를 만나봤다.

음악 통해 소통… 봉사 생활이 삶의 중심

석수근 경남메세나협회 전무와 경남 예술계의 인연은 우연히 이뤄졌다. 미리 말해두자면 그는 행정학 박사학위를 소지할 만큼 행정에 잔뼈가 굵은 사람이지 오랜 시간 예술과 큰 인연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일찍이 국회에서 정책보좌관 활동을 하며 다양한 민원 업무를 경험했고, 이후 대학 강단에서는 행정학 겸임교수로서 지방자치를 가르쳤다. 이런 생활 중 막연히 가지고 있던 예술에 대한 '동경'과 이를 기회로 손에 들었던 하나의 악기가 그의 생활에 변화를 가져왔다. "젊은 시절부터 음악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고 말하는 그는 일을 하며 틈틈이 클래식에 심취했고, 특히 한동안 독일의 음악가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에 빠져 그의 곡을 즐겨듣고 분석하는 데 열중했다. 결국 '본격적으로 취미활동을 악기로 해보겠다'는 꿈이 생겨 색소폰을 접했고, 경남윈드 오케스트라에 입단했다. 동료들과 땀 흘리며 이뤄낸 결과를 관객들 앞에서 선율로 풀어내는 순간은 더할 나위 없이 짜릿했다. 어느새 '음악적 생활'이 시작됐다. CWNU 오케스트라 단장, 장애인 오케스트라 단장, 이런 경험들은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메세나협회와의 인연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또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는 생활이 어느덧 내 내면의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고 그가 전하는 것처럼 이제 음악은 그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일부분이 됐다.
지난해 경남메세나협회가 대학생연합회와 창원 마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연말 나눔 행사를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년 예술가에게 특히 관심을 두는 이유

석수근 전무는 도내 청년 예술가들로부터 '대부'로 일컬어진다. 청년들은 어려움에 부딪힐 때 주저 없이 그를 찾아온다. 최근 예술 활동부터 일상의 사소한 개인 고충까지 망설임 없이 털어놓는다. 동네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상도 그에게 다가가기 쉬운 요소 중 하나이지만, 무엇보다 청년들이 그를 가까이하는 이유는 그가 도내 청년 예술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구조적으로 진단해 주기 때문이다. 그는 일찍이 대민지원 활동과 대학 강단에서 청년들과 소통하며 얻은 특유의 안목을 통해 현재 도내 문화예술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도출해 낸다. 그가 생각하기에 도내 청년 예술가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기성세대와의 사이에 놓인 '벽'이다. 이 벽은 많은 청년 예술가들로 하여금 선배 예술가들의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게 한다. 석 전무는 "솔직히 말하면 청년 예술가들은 기성 예술가들과의 경쟁에서 항상 어려움이 있다"며 "예술계도 시장 등 다양한 논리가 작동한다. 실력, 인맥, 경험 등이 부족한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기성 예술가들과 함께하지 못한다. 활동하는 사람들은 계속 활동하고, 그러지 못하는 사람은 선택받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므로 "일단 청년들이 최소한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이들이 이 경험을 자산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그가 설립한 단체가 '대학생청년연합회'(이하 연합회)다. 연합회는 도내 각 대학의 예술 전공 학생들이 모여 만든 단체로, 지난 2023년 1기를 시작으로 이제 2·3기가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각 대학 예술 관련학과 임원진을 중심으로 소규모 간부 체제로 출범했지만, 올해부터는 일반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석 전무는 연합회 결성을 통해 지역 대학 문화예술계 학생들의 연결망을 구축했다. 연합회에 공연 합주실을 주선하는 한편, 이들을 기업체 및 단체와 연결한다. 이로써 청년 예술인들은 자생력을 키우고, 기성 문화예술계와의 접점을 좁혀가고 있다. 단순한 조직 운영을 넘어, 청년 예술 생태계를 다시 쓰는 '실험'인 것이다. 그는 "기성세대가 청년 예술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움은 그들에게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라며 "현재 민선 8기 경남도정이 청년 정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처럼, 문화예술계 청년들을 지켜내는 것이 나의 책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전한다.

물론 연합회 운영에는 어려움이 많다. 무엇보다도 재정적 어려움 가장 크고, 청년 예술인들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연습장, 사무실, 활동비 등 기반이 필요하다. 한때 연합회는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고유번호 등록을 위한 사무실조차 구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았던 석 전무는 연합회에 자신의 사무실을 흔쾌히 내어줬다. 이후 해당 공간은 연합회의 공식 거점이자 활동 중심이 됐다. 석 전무는 "청년들에게 당장 필요한 모든 것을 해줄 수 없는 한계점이 있지만 최소한이나마 그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석수근 경남메세나협회 전무가 경남윈드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고 있다.

경남메세나협회가 진단하는 '문화자치'

주지하듯이 경남메세나협회(회장 김태한 BNK 경남은행장)는 지난 2007년 광역 단위에서는 전국 최초로 설립된 문화예술후원매개단체다. 협회에서 기업과 예술의 상생을 도모하는 석수근 전무는 지난 2023년 취임해 협회가 2024년까지 누적 2176개 팀과 예술 결연을 맺고, 총 지원금 385억 원을 만드는 데 공헌했다. 이 '메세나 시스템'을 통해 도내 예술단체는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작품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이러한 '매칭'은 '문화자본'을 나누는 것"이라며 "이것이 거대한 예술단체의 '문화독점'을 완화하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문화예술 생태계를 만드는 시작점 중 하나"라고 밝힌다. 결국 이 나눔은 도민의 문화 향유권 증진으로 돌아간다. 한편으로 석 전무는 현재 도내에 형성된 '문화자본'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도 던진다. 그는 "문화예술의 영역 또한 지방자치의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지역의 문화예술은 중앙과 일관된 정책적 흐름을 공유하되 동시에 지역 나름의 정체성과 개성을 지켜가는 방향으로 전개해야 한다", "결국 '문화예술 지방자치'가 원만하게 성장하려면 다양성과 정체성에 기초한 문화예술 생태계의 형성과 더불어, 일정한 재정적 독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로 이 점에서 경남메세나협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역의 고유한 문화예술 생태계가 굳건히 뿌리내리고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민관의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도내 지역별 문화 균등 발전에 대한 견해도 덧붙였다. 현재 도내 문화예술은 중부지방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 창원, 김해 등지를 중심으로 한 지원과 활동은 상대적으로 서부경남과 김해를 제외한 동부경남의 소외를 가져왔다. 석 전무는 "이제는 중부경남의 발전적 토대 위에서 동부경남, 특히 서부경남의 문화예술 자원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를 통해 경남 도민들의 문화향유권을 고르게 신장시키고, 나아가 구석구석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경남을 만들어야 한다"고 힘줘 말한다. 물론 이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며,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그래서 석 전무는 다시 청년을 강조한다.

"청년 예술인들이 서로 연대하며 우리 지역에서 자리를 잡고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시작"이라며 "지금의 청년에게 기회를 주는 일은 단순한 후원 활동이 아니다"고 설파한다. 마지막으로 "이는 10년, 20년 뒤 도내 문화예술 생태계의 존립을 결정짓는 일이다. 지금 청년 예술인이 제자리에 당당히 일어서는 일은 곧 경남도의 미래 예술을 그려내는 일이다", "우리 경남메세나협회는 경남도와 함께 청년 예술인들, 나아가 경남 문화예술인들의 고유성이 살아있는 '문화자치'를 위한 씨앗을 심겠다"는 말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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