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재계, 與에 마지막 ‘읍소’… 상법개정 완화 언급에 ‘희망고문’

장우진 2025. 7. 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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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룰’ 등 조정 가능성에 기대
공정 자본시장 형성 이견 없어
“소송남발·배임죄 부작용 막아야”
진성준(왼쪽 일곱번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 추진과 관련해 경제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경제6단체 부회장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일준(〃여덟번째)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김창범(〃여섯번째)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이동근(〃 열번째)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장석민(〃열네번째) 한국무역협회 전무, 오기웅(〃네번째)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이호준(〃열두번째)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정우용(〃두번째) 한국상장사협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경제 6단체가 ‘상법 개정안’을 놓고 지난달 30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만남을 가졌다.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으로 여당을 만나 ‘읍소’하는 자리였다.

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7월 3일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 처리를 예고한 바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기존 개정안보다 강화된 안이다.

여당은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경제계의 우려를 반영해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경제계는 여당의 상법 개정안 강행처리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보완하겠다는 발언에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경제계는 특히, 여당이 외국계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한 소송 남발과 경영권 흔들기와 같은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 고문’까지 하고 있다.

다만 부작용을 막아주면서 동시에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코스피 5000’ 시대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묘안을 짧은 시간에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나오고 있다. 일단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재개정하는 방안, 그리고 시행령에서 부작용을 막아주는 조항을 넣는 방안 등이 유력한 방안으로 떠오른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경제 6단체 간담회에서 “상법이 개정되면 우리 주식시장이 다시 한번 뛰어오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 과정에서 경제계가 우려하는 문제가 발견된다면 얼마든지 제도를 수정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자리에서 상법 개정을 전제로 배임죄 부담 완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법상 ‘경영 판단 원칙’을 명문화해 경영진이 합리적으로 경영상 판단을 내린 경우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배임죄 폐지에 대해서도 추가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의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배임죄 폐지에 관한 질문에 “기업들의 입장에서 형사처벌이 너무 과하다는 비판을 다양하게 듣고, 하반기에 특이사항을 논의하면서 정기국회 과정에서 처리해 보려고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확대를 제외한 상법 개정안 세부 내용에 대해서도 일부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민주당이 재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과 집중투표제 강화, 사외이사의 독립이사 변경 등 기존 개정안보다 강화된 내용을 담았는데, 추가된 내용 중 일부는 향후 논의 과정에서의 조정 방향성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이후 법사위 등에서 추가 논의를 거쳐 오는 3일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경제계는 상법 개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제계는 수년 전부터 상법 개정안이 적용되면 소송남발을 비롯해 인수·합병(M&A), 해외 투자 등 합리적 경영판단에 제동이 걸릴 수 있고 행동주의펀드로부터 고배당 요구나 경영권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기업이 지나친 소송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남용의 우려가 큰 배임죄 문제, 사법적 판결을 통해 정착돼 오고 있는 경영 판단 원칙을 법에 반영하는 문제, 경영권 보장 장치에 대한 고민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계도 공정한 자본시장 형성에 이견이 없지만, 당정 협의 등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마지막까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신다면 국민주권 정부의 경제성장 정책이 더 효과적으로 작동하리라고 본다”고 밝혔다.

경제계에서는 특히 주주대표 소송이 아닌 중복 주주별로 각각의 이사에 대한 개별 소송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들면서 소송 남발에 따른 사회적 비용 낭비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법 개정을 요구했던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비슷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은 물적분할 후 자회사 중복상장 등 소액주주 권익 보호 강화 방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면서도 “경영진의 의사결정 위축 가능성과 소송 남발로 인한 경영 불안정성 증가 등의 우려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율촌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및 기업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재의요구권 행사로 무산된 상법 개정안을 보다 강화해 입법을 추진할 예정으로, 그대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상법상 배임죄 등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보완적인 법안이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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