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주권’ 없인 산업 미래 없다… ‘컴퓨팅 파워’ 키우기 최우선과제[Deep Read]

2025. 7. 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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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선의 Deep Read - 이재명정부와 ‘AI정책’
한국적 ‘소버린AI’ 위한 컴퓨팅 파워 제고 절실… 엑사플롭스급 갖출 대만 ‘AI팩토리’ 주목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확립, 한국형 AI주권 전용모델 개발, 보안 강화로 산업성장동력 삼아야

이재명 정부의 ‘AI 3대 강국’을 향한 여정이 시작됐다. 행정부 사령탑엔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대통령실 컨트롤타워엔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임명됐다. 두 전문가 모두 ‘국내 AI 자립’을 목표로 하는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앞으로 이 정부는 ‘AI 투자 100조 원’이라는 초거대 프로젝트에 무엇을 어떻게 담아 추진할지에 대한 청사진을 국민 공감대를 얻어가며 함께 미래를 그려 나가야 한다.

◇AI 주권과 컴퓨팅파워

100조 원의 바구니에는 무엇이 담겨야 할까. 무엇보다 AI의 3대 요소인 컴퓨팅파워, 데이터, 전력 가운데 AI 전용 컴퓨팅파워를 어떻게 키울지에 대한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 한국적 ‘소버린(Sovereign) AI’를 위해서도, 벤처 스타트업들의 AI 소프트웨어 서비스 개발을 위해서도, AI 전용 컴퓨팅파워는 ‘AI 고속도로’의 심장과 같은 것이다. 자동차의 엔진파워와 마찬가지다.

현재 대한민국의 컴퓨팅파워를 슈퍼컴 대수로만 보면, 지난 6월 기준 총 15대의 슈퍼컴퓨터가 톱500에 이름을 올려 세계 7위에 랭크됐다. 연산성능 국가순위에서는 삼성전자의 SSC-24가 톱 500대 가운데 18위를 마크하며 종합순위 세계 9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1·2·3위 슈퍼컴을 보유한 미국의 경우 엑사플롭스(1초당 100경 번의 연산기능)급 성능을 갖추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 가장 성능이 우수한 삼성의 SSC-24는 106.2페타플롭스(1초당 1000조 번 연산기능)에 불과하다. 전 세계 1위 슈퍼컴퓨터 대비 16.4분의 1에 해당하는 성능이다.

◇대만을 주목한다

대만은 곧 엑사플롭스급 국가 컴퓨팅파워를 갖는다. 대만 정부는 2018년에 시작된 ‘AI 대만 행동계획’에 따라 AI에 연간 약 10억 달러를 투자해 AI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2020년부터는 엔비디아의 AI R&D센터 프로젝트에 대만 정부가 약 67억 대만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또한 대만 정부는 2029년까지 국가 컴퓨팅파워를 현재의 160페타플롭스에서 약 1200페타플롭스, 즉 1.2엑사플롭스로 7.5배 이상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공공 주도의 AI 인프라 확보 의지가 뚜렷하다.

특히 대만은 2026년엔 FP8 기준 엑사플롭스급 AI 학습·추론을 위한 최첨단 AI 전용 슈퍼컴퓨터를 가동할 예정이다. 엔비디아와 대만 정부가 만드는 AI 팩토리에는 기존의 일반 슈퍼컴이 아닌 AI 전용 슈퍼컴이 구축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엔비디아의 블랙웰이 탑재된 대만의 AI 팩토리에 구축될 AI 전용 슈퍼컴은 FP8 기준 최대 2엑사플롭스급 성능을 갖춘 초거대 AI 훈련용 슈퍼컴퓨터다. 2026년 본격 가동되면 대만은 AI 산업용 슈퍼컴 분야에서는 미국·중국과 함께 세계 3대 강국 반열에 올라선다.

한국이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대만의 AI 전용 슈퍼컴이 갖춰진 AI 팩토리와 견줄 수 있어야 한다. 대만계 미국인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대만의 AI 팩토리에 대해 “데이터를 지식으로 바꾸는 공장”이라고 표현했다.

◇소버린 AI와 데이터 주권

이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SK의 울산 데이터공장 출범식에 참석해 소버린 AI 반대론자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챗GPT가 있는데 왜 소버린 AI를 개발하는가. 낭비다’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베트남에 쌀 생산이 많이 되는데 왜 농사를 짓는가. 사 먹으면 되지’라는 이야기와 똑같은 것”이라면서 위험한 발상이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소버린 AI의 ‘밥’과 같은 역할을 하는 한국만이 갖고 있는 데이터를 공개하고 활용 가능하도록 분류하고 축적하는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를 우선 확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만이 가진 데이터를 우리 손으로 학습시키고 통제할 수 있어야 AI 주권이 확립된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와 제조·의료·교육 등 산업별 데이터의 익명화·표준화·분류 체계, 즉 ‘데이터 주권 체계’가 먼저 갖춰져야 하는 것이다. 이 작업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부처 간 협업과 민관 협치가 필요하며, 그 조율을 이끄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소버린 AI는 데이터를 먹고 자라며 그 성공 여부는 데이터 주권 확보 및 활용 수준에 정비례한다.

◇대한민국 AI의 미래

SK텔레콤이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울산에 103㎿ 규모로 짓는 AI 데이터센터는 투자 규모 7조 원대로,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6만 장을 수용하는 국내 최대 데이터센터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두 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첫째, 대만의 AI 팩토리는 AI 모델을 직접 설계·훈련·배포하는 생산 시스템이다. 이는 AI 반도체-AI 전용 슈퍼컴-데이터 수집-모델 훈련-디지털 트윈-추론·응답 서비스까지 ‘에이전틱(agentic) AI’ 시대에 통합된 AI 생태계로 AI의 전진기지가 되겠다는 의미다. TSMC·폭스콘·엔비디아와 대만 정부가 전략적으로 결합된 이 구조는 세계 최초의 엔비디아 소버린 AI 모델이기도 하다. 반면 울산 데이터센터는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의 인프라 모델을 기반으로 한국에 투자되는 AI 활용을 위한 하이퍼 스케일 AI 전용 데이터센터다. 한국이 AI 경쟁력을 가지려면 울산 데이터센터와 함께 최근 유찰된 과기정통부 주도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어떻게 ‘한국형 소버린 AI 전용 모델’로 만들지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둘째는 보안 문제다. 최근 잇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단순한 해당 기업의 보안 문제가 아니며, AI 기술의 신뢰성과 연결된다. 고품질 AI 모델은 양질의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데이터 유출이 반복되면 기업은 점점 더 엄격한 규제를 받게 되고, AI 개발 비용과 속도 모두 제한된다.

◇AI 강국을 위한 과제

따라서 ‘데이터 수집-저장-활용-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의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가 필수적이다. 동시에 정부는 AI 기반 보안 솔루션에 대한 연구·개발을 적극 지원해 보안 자체를 새로운 산업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결국 AI의 미래는 컴퓨팅파워와 데이터 주권을 얼마나 국가전략으로 체계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AI는 데이터로 자라고, 전용 슈퍼컴으로 구현되며, 보안으로 완성된다. 한국이 명실상부한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AI를 스스로 설계·훈련·운영할 수 있는 독립형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 마치 산업혁명이 증기기관 기반 공장으로 인프라 전환을 이뤘듯 AI 시대는 지능생성공장이 모든 산업 분야의 기반 인프라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서강대 멘토링센터 공동센터장,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 용어설명

‘플롭스’는 컴퓨터의 성능을 수치로 나타낼 때 사용되는 단위. ‘엑사플롭스(EF)’는 1초당 100경 번의 연산 기능을, ‘페타플롭스(PF)’는 1초당 1000조 번의 연산 기능을 가짐.

‘소버린 AI’는 주권이 있다는 뜻의 소버린에 인공지능을 의미하는 AI를 붙여 만든 조어. 자체 인프라와 데이터, 인력 및 네트워크를 사용해 AI를 구축하는 국가의 역량을 말함.

■ 세줄요약

AI 주권과 컴퓨팅파워: 한국이 AI 3대 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AI 전용 컴퓨팅파워를 어떻게 키울지에 대한 논의가 우선돼야. 이와 관련, 조만간 엑사플롭스급 국가 컴퓨팅파워를 갖는 대만의 ‘AI 팩토리’에 주목함.

소버린 AI와 데이터 주권: AI 주권 확립을 위해서는 공공기관 보유 데이터와 산업별 데이터의 익명화·표준화·분류 체계, 즉 ‘데이터 주권 체계’를 갖춰야. 소버린 AI의 성공 여부는 데이터 주권 확보·활용 수준에 정비례.

한국 AI의 미래: 한국이 AI 경쟁력을 가지려면 울산 데이터센터와 함께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한국형 소버린 AI 전용 모델’로 만들어야. AI의 미래는 컴퓨팅파워와 데이터 주권을 얼마나 국가전략으로 체계화하느냐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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