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 법관대표회의 ‘빈손’…더 깊어진 고민

권혁범 기자 2025. 7. 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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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소문난 잔치'였지만, 다소 싱겁게 끝났습니다.

지난 5월 1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전부 무죄 판결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유죄 취지로 속전속결 파기환송하면서 촉발된 전국법관대표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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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6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제법 ‘소문난 잔치’였지만, 다소 싱겁게 끝났습니다.

지난 5월 1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전부 무죄 판결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유죄 취지로 속전속결 파기환송하면서 촉발된 전국법관대표회의.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정성 시비가 불붙었고, 이에 한 법관대표가 회의를 제안했습니다. 같은 달 26일 전국의 법관대표는 임시회의를 열었지만,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한 차례 연기했죠.

미뤄진 회의는 30일 법관대표 126명 중 90명이 참석해 다시 열렸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 가까이 흐른 시점이죠. 회의는 2시간가량 이어졌지만, 이번에도 ‘사법 신뢰’ ‘재판 독립’을 포함한 모든 안건에 의견을 모으지 못했네요.

회의에 제시된 안건은 7건, 수정을 거쳐 표결에 부쳐진 의안은 5건. 우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법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재판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사법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에 대해 엄중히 인식한다’는 안건은 참석 법관대표 90명 가운데 찬성 29명, 반대 56명으로 부결됐습니다.

그다음. ‘판결에 대한 비판을 넘어 판결한 법관에 대한 특검 탄핵 청문절차 등을 진행하는 것은 사법권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임을 천명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한다’는 안건 역시 90명 중 찬성 16명, 반대 67명으로 부결.

이 밖에 ‘정치의 사법화가 이 시기 법관 독립에 대한 중대한 위협 요소임을 인식한다’거나 ‘자유민주국가에서 재판 독립은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할 가치임을 확인한다’는 안건도 반대표가 찬성표보다 훨씬 많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법관대표회의가 향후 관련 분과위원회를 통해 제도 개선안에 대한 연구와 논의를 하기로 한다’는 안건도 90명 중 찬성 26명, 반대 57명으로 채택되지 못했습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연합뉴스


정리하자면, 이쪽으로든 저쪽으로든 의견이 모이지 않았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네요. “사법 신뢰가 훼손됐으므로 신뢰 회복을 위해 의견 표명이 필요하다” 또는 “재판 독립 침해 우려에 관한 의견 표명이 필요하다”는 상반된 견해와 “의견 표명은 자제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각각 갈렸다고 법관대표회의 측은 설명했습니다.

어쨌든 법관대표회의 공식 결론은 ‘의견 없음’입니다. 회의 이후 여러 논평이 나왔죠. ‘정치권의 사법부 압박에 법관들이 침묵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회의 결과에서 ‘침묵’ 외에 법관들의 ‘자성’과 ‘고민’도 읽힙니다. 목숨과도 같은 ‘재판 독립’을 때때로 정치가 위협한다는 걸 법관이라면 누구나 인식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에 앞서 법원 스스로 사법의 신뢰를 철저히 지켜왔는가를 두고는 법관마다 생각이 다를 듯합니다. 이를 둘러싼 자성과 고민이 아직 분명한 길을 찾지 못한 게 아닐까요.

이날 회의의 모든 안건은 ‘없던 일’이 됐지만, 법관대표들은 재판제도 분과위원회와 법관인사제도 분과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법관대표회의 측은 각 분과 소관 사항을 자체적으로 논의해 오는 12월 하반기 정기회의에서 사법 행정과 법관 독립에 관한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말 열릴 ‘잔치’ 역시 남은 기간 또 여러 방면으로 소문이 날 겁니다. 그때까지 법관들의 자성과 고민이 지혜로운 길을 찾아낼 수 있을지 기다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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