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쓰레기 정책과 제주 클린하우스

김소은 2025. 7. 1.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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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제주를 보다] ④ 분리수거, 제주는 앞서가고 있을까?

제주는 '섬'이다. 그래서 지속 가능성을 얘기할 때는 늘 개발과 보존을 놓고 열띤 논쟁이 벌어지곤 한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섬나라 뉴질랜드는 산악, 호수, 해안선이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환경과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 등 제주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 김소은 THE 관광연구소 대표가 안식년으로 뉴질랜드에 있는 동안 '관광 1번지'를 지향하는 제주가 참고할 만한 뉴질랜드의 사례를 가지고 독자들과 비정기적으로 만난다. [편집자 글]

대한민국의 분리수거 체계는 세계적으로도 모범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특히 제주는 '클린하우스' 정책을 통해 쓰레기 배출부터 분리수거,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지구 반대편 뉴질랜드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 있을까? 두 지역의 정책을 비교해 보면 서로 다른 강점과 과제를 확인할 수 있다.

뉴질랜드는 각 지방정부(Local Council)가 쓰레기 정책을 책임지는 구조다. 오클랜드시의 경우, 일반 쓰레기는 빨간 뚜껑, 재활용 쓰레기는 노란 뚜껑, 음식물 쓰레기는 녹색 뚜껑이 달린 쓰레기통으로 구분하여 수거한다. 가구 규모에 맞게 쓰레기통을 구입하고, 그 안에 자연 분해되는 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정해진 요일에 차량이 와서 수거한다. 일반 쓰레기 및 음식물 쓰레기는 주 1회, 재활용은 격주 1회 수거된다. 대부분 오전 7시 이전에 수거가 이루어져, 주민들은 밤에 쓰레기통을 밖에 내놓아야 한다. 쓰레기 수거일에는 도로변에 줄지어 놓인 쓰레기통을 쉽게 볼 수 있다. 다만 위생 관리가 미흡한 가구가 많은 동네에서는 아침마다 쓰레기 냄새로 불편함을 겪기도 한다.
쓰레기 수거일 도로가에 늘어선 쓰레기통. / 사진=김소은
최근에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가 확대되며 유기물 자원화 정책도 점차 도입되고 있다. 마당에서 나오는 나뭇가지, 식물 뿌리, 흙 등도 별도로 분리 수거해 비료 등으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마다 수거 품목과 분리 기준이 달라 국민들의 혼란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재활용 쓰레기의 오염률이 높아 오클랜드에서는 기준 위반 시 재활용 쓰레기통을 압수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를 시행하기도 한다. 실제 배출된 쓰레기통을 확인해 본 적이 있는데 부적절하게 섞여 있는 쓰레기가 많아, 제대로 분리수거가 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에 오클랜드시는 기존 '사용한 만큼 내는(PAYT)' 방식의 쓰레기 수거 시스템을 2024년에 종료하고, 세금으로 운영되는 통합 쓰레기 수거 서비스로 전환하였다. 모든 사람이 쓰레기를 올바르게 배출하진 않기 때문이다.
집 주소를 넣으면 확인할 수 있는 쓰레기 배출일 캘린더. / 사진=김소은,  https://ourauckland.aucklandcouncil.govt.nz/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도 추진 중이다. 뉴질랜드는 2022년부터 플라스틱 스티러(커피 저을 때 쓰는 작은 막대기), 포장재, 면봉 등의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PVC, 스티로폼 등의 사용 퇴출도 계획하고 있다. 다만 일부 품목의 퇴출은 산업계 반발과 시스템 미비로 일정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

최근에는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도입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고, 새로운 폐기물 기본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 개편도 진행 중이다. 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생산자 책임 확대)은 제품 생산자가 폐기물 관리 책임을 확대하여, 제품의 설계부터 생산, 유통, 폐기까지 환경 영향을 줄이고 재활용과 자원순환을 촉진하는 제도다. 생산자로 하여금 쓰레기 분리 및 자원순환에 책임을 지게 하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또한 2020년부터 크라이스트처치시는 재활용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우수 가구에 '골드 스타' 스티커를 부착하고, 참여가 저조한 가구의 쓰레기통을 회수하는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2020년 6월 기준, 재활용 트럭에서 처리 가능한 재활용 물질 비율이 48%에서 80%로 크게 증가했으며, 이 캠페인은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어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골드 스타' 스티커가 붙은 쓰레기통을 가진 가구는 환경 의식이 높은 것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쓰레기통에 금별이라니 재미있는 캠페인이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시의 쓰레기통 금별 캠페인. / 사진=김소은

한국은 볼륨 기반 요금제(VBWF)를 통해 쓰레기 배출량에 따라 비용을 부과하며, 음식물 쓰레기도 별도로 수거하여 자원화하고 있다. 특히 재활용 항목의 세분화가 매우 체계적이어서, 플라스틱, 페트병, 캔, 종이, 유리병 등 거의 모든 품목이 분리 대상이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이만큼 정교하고 효율적인 분리수거 시스템을 찾아보기 어렵다.

제주의 '클린하우스'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 쓰레기를 배출하는 지정 장소로, 품목별 수거함이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스템은 쓰레기 무단 투기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며, 주민 스스로 분리배출에 참여하도록 유도해 재활용률을 높이고 있다. 또한 RFID 기반 음식물 쓰레기 계량제를 도입해 정확한 과금과 자원화가 가능해졌다.

다만 음식물 쓰레기 처리 시설에서는 여전히 비닐봉지, 돌, 식기류 등 다양한 이물질을 분리하기 위해 많은 추가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실제 시설에서 일하는 분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발견되는 예상치 못한 이물질의 종류와 양에 매우 놀랐다. 이는 우리가 모두 동일한 마음으로 분리배출에 임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일깨워 주었으며,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이 절실함을 느끼게 했다.
오클랜드의 제한적인 재활용 품목들. / 사진=김소은, https://ourauckland.aucklandcouncil.govt.nz/

제주는 이미 선진적인 분리수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도 필요하다. 뉴질랜드처럼 지역별 품목 회수율을 분석해 맞춤형 캠페인을 도입하거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변형하여 특정 생산자의 포장재만 제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클린하우스를 중심으로 한 분리배출 문화는 훌륭하지만, 외국인 관광객과 신규 이주민 등 정보 취약 계층에 대한 안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다국어 표기 확대, 모바일 안내 시스템 구축 등 정보 접근성 제고가 더욱 필요하다. 오클랜드시는 포괄적인 쓰레기 및 재활용 안내 홈페이지를 통해 기초적인 배출 방법뿐 아니라 정책 전반을 알기 쉽게 전달하고 있어 참고할 만하다. (https://www.aucklandcouncil.govt.nz/rubbish-recycling)

뉴질랜드는 쓰레기 감축을 위한 장기 전략 수립과 입법 강화를 추진하는 과도기적 상황이고, 제주는 분리배출과 자원화에서 이미 선진적인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서로 다른 제도와 환경 속에서 상호 보완 가능한 정책 적용이 가능하다.

제주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환경 수도'로서 관광 이상의 가치와 책임을 지닌 지역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 이미 잘 다져진 분리수거 문화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고,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자원순환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김소은

제주에서 10여년을 살다 뉴질랜드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다. 지속가능한 관광, 생태관광, 람사르습지 보전, 해양관광 자원 발굴 등과 관련한 정부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으며,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대학때부터 관광경영학을 전공하였으며, 석박사 괴정에서 관광경제, 마케팅, 관광객 행동 등과 관련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현) THE(Think for Human & Earth) 관광연구소 대표, 섬연구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