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해진 체험동물원 규제… 야생동물 만지는 게 '교육 효과' 있나요?

당근, 건빵 등의 동물용 먹이를 손에 든 관람객들이 전시 중인 동물에게 건넨다. 어떤 관람객은 벽에 뚫린 구멍이나 울타리 너머로 먹이를 건네고, 누군가는 동물을 향해 당근을 집어던지고 있었다. 수년 전의 광경이 아니다.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체험동물원 6곳을 방문해 확인한 결과다.
동물을 열악한 공간에 가두고 먹이주기, 만지기 등 오락 목적의 동물체험을 제공하는 이른바 ‘체험동물원’ 문제가 불거진 지 오래다. 특히 코로나19로 사람과 야생동물과의 접촉으로 발생하는 인수공통감염병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2022년 12월 국회에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이 통과되었고 2023년 1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개정된 법률은 ‘공중의 오락 또는 흥행을 목적으로 보유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 공포 또는 스트레스를 가하는 올라타기, 만지기, 먹이주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를 하거나 관람객에게 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모든 동물체험을 제한하는 대신, 제8조에 따라 ‘보유동물을 활용한 교육 계획’을 제출하고 허가권자의 허가를 받은 행위만 예외적으로 허가했다. 환경부는 2022년 11월 체험 프로그램 허가에 참조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운영 시 고려 사항 등을 제시한 '동물원 전시동물 교육·체험 프로그램 매뉴얼'을 제작, 배포했다.

법이 제정되고 시행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안타깝게도 체험동물원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동물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물마다 생리적으로 요구되는 종류와 비율의 먹이가 공급되어야 한다. 체험동물원에서는 당근, 건빵 등의 체험용 먹이를 관람객에게 판매하는데, 한두 종류의 먹이를 과도하게 급여할 경우 소화기 질병이나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매뉴얼은 급여 양, 장소, 시간에 제한이 없는 먹이주기 체험을 지양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럼에도 앞서 언급한 먹이주기 체험은 통제 없이 운영됐다.
동물을 만지는 체험도 사육사의 관리나 시간, 인원의 제한 없이 무분별하게 운영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동물이 별도의 사육장도 없이 관람객 공간에 풀려 있거나, 사육장이 있더라도 사육장 안으로 관람객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다. 울타리가 낮은 사육장은 손만 뻗으면 동물을 만질 수 있는 구조였다.
한 업체는 왈라비, 알파카, 양, 꽃사슴, 오리, 개 등 야생동물과 가축이 별도의 사육장도 없이 관람객이 있는 공간에 풀어놓고 전시하고 있었다. 이러한 환경은 동물에게도 스트레스가 될 뿐 아니라 질병 전파의 위험을 높인다. 한 야생동물 질병학자는 “자연 상태에서 서로 마주칠 일이 없는 종의 동물들은 질병을 공유할 기회도 없었기에 각자에게는 증상이 없는 병원체가 다른 동물에게는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허가받지 않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업체는 사막여우를 사육장에서 꺼내서 관람객에게 안겨주는 체험을 상시로 운영하고 있었으나, 해당 업체가 제출한 ‘체험·교육 프로그램 계획서’에서 사막여우를 사용한 프로그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업체는 개정된 법에 따라 신규로 허가를 받은 업체다. 동물원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동물원 관리 제도를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제도를 강화했지만, 현장에서 관리 감독이 이루어지지 않아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관람객과 동물 간의 경계는 무너지고 동물들이 과도한 접촉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아찔한 장면도 포착됐다. 관람객의 손길을 피해 은신처로 몸을 숨긴 붉은여우는 어린이 관람객이 은신처 구멍에 얼굴을 넣으려 하자 공격성을 보였다. 사육사는 뒤늦게 여우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피부병 증상을 보이는 동물들도 만지기 체험에 동원되고 있었다. 사육사는 피부병에 걸린 것은 맞지만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 수의사는 “야생동물의 몸은 실내 생활에 적응한 적이 없으므로 필요를 충족할 수 없다”라며 “바람이 통하지 않고 자연 채광도 없는 실내 환경에서 다수의 관람객에 접촉당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종의 동물이 피부병 증상을 보이는 것은 예측할 수 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환경부가 내놓은 매뉴얼 내용이 동물 체험을 제한하려는 의도인지, 되려 권장하려는 의도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매뉴얼은 "인수공통감염병 등 동물-사람 간 감염 위험은 직접적인 접촉을 피함으로써 현저하게 감소한다"라고 하면서도, "직접적인 접촉을 제한하기만 한다면 많은 가치 있는 교육적 경험, 동물과 관람객 사이의 직접적인 관계 구축에 있어서 부정적이다. 따라서 적절한 대안은 동물과 직접 접촉하는 사람들이 적절하게 손을 씻도록 하는 등 아래의 사항을 준수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현행법상 동물원 동물의 건강 상태 점검은 육안 검사로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야생동물은 사람에게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병원체를 보유하더라도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즉, 체험동물원에서 동물이 죽거나 임상 증상이 발현되기 전에는 동물이 어떠한 질병 및 병원체를 보유하고 있는지 알아내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손을 씻는 것’만으로는 모든 야생동물 유래 질병의 전파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 심지어 동물에게 먹이를 주거나 만진 후 관람객에게 손을 씻도록 안내하는 동물원도 없었다.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운영해야 할 정도로 동물 체험이 ‘가치 있는 교육적 경험’을 제공한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매뉴얼은 '교육 및 보전 메시지는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적었지만, 동물원에서는 사막여우를 안겨주며 “사람과의 접촉을 좋아한다”라거나 여우에게 “앉아”, “손” 등을 시키며 애완동물로 추천하는 등 생물다양성 보전과 상반되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많은 노력과 사회적 비용을 들여 법을 개정해도 제도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동물원과 수족관은 생태적 습성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공영동물원의 야생동물 보호와 교육 기능을 강화하겠다"라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사람과 동물, 환경과의 건강한 관계가 무너지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우리는 팬데믹이라는 너무나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배웠다. 동물에게는 고통을 주고 공중보건까지 위협하는 체험동물원 문제를 해결하려면 실태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미흡한 제도와 규정은 다시 손을 보아야 할 것이다.
글·사진 =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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