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크는 영양제 먹여야 하나?···"효과 없다, 차라리 운동 시키세요"

변태섭 2025. 7. 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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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성장호르몬 사용량 과한 상황
정상 아이, 2~3년 반짝 효과에 그쳐
유지 위해서 10년 호르몬 주사 고통
부작용 알려진 바 없어 주의 필요해
영양제로는 호르몬 분비 자극 못해
25일 한양대병원에서 만난 양승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성장호르몬 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양대병원 제공

“아빠 키 173㎝, 엄마 키가 160㎝인 가정에서 아들이 태어날 경우 예상 키가 173㎝로 계산이 돼요. 하지만 이 수치는 이런 가정에서 남자아이 100명이 태어났을 때 50번째 아이의 키가 173㎝일 거란 얘기지, 그 아이가 173㎝로 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 아닙니다.”

지난달 25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에서 만난 양승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유전적인 배경은 부모의 키를 말하는 게 아니라, 체질‧호르몬 분비 등 아이가 타고난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연간 사용하는 성장 호르몬의 양은 인구가 훨씬 많은 미국에서 사용하는 양과 비슷하다”며 성장 호르몬 과잉 치료에 대해 우려했다.

양 교수는 “4세 때부터 성장 호르몬 주사를 맞히는 경우가 많은데, 성장호르몬 결핍이 없는 정상 아이가 치료를 일찍 시작할 경우 초기 2~3년 반짝 큰 4~5㎝의 키를 유지하기 위해 10년 동안 매일 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한다”며 “비용도 많이 들고, 나중엔 동기 부여도 떨어지기 때문에 호르몬 치료를 받더라도 사춘기 즈음 시작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키 크는 데 유전적인 요인이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 되나요.

“조사한 방법 등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보통 유전적인 영향을 35~70%로 봐요. 개인적으로 저는 70% 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유전적인 배경이란 것이 부모의 키를 말하는 건가요.

“유전적인 배경을 잘못 이해하면 ‘부모의 키가 크면 아이도 클 거다’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부모의 키가 크다고 해서 자녀의 키가 다 큰 게 아닙니다. 키가 작은 아이도 태어나요. 반대로 키가 작은 부모에게서 키가 큰 아이도 나옵니다. 유전적인 배경은 부모의 키가 아니라, 아이가 타고난 상태를 말해요. 아이의 현재 키가 또래 아이 100명 중 몇 번째인지, 뼈 나이는 어떻게 되는지 등이 유전적인 배경입니다.”

-성인이 됐을 때 아이의 키가 어느 정도 될지 판단할 수 있는 시기가 있습니까.

“정상적으로 태어난 아이는 2세를 그 시기로 봅니다. 태어나기 전 엄마 뱃속에서 받은 여러 영향들이 사라지고, 부족한 부분을 따라잡는 시기가 두 돌까지거든요. 미숙아의 경우에는 그 시기를 4세로 봐요. 이때 저신장(100명 중 하위 3%)에 속한다면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성조숙증이 키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습니까.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 보통 1년에 4㎝ 안팎 키가 자랍니다. 사춘기가 오면 키가 15~20㎝ 정도 훌쩍 큰 다음(급성장기), 추가로 5㎝ 안팎 더 자란 후 성장이 멈춰요. 그래서 사춘기 시작 시점에서의 키가 중요합니다. 사춘기가 일찍 오면 연간 4㎝씩 크는 시기가 줄어드는 것이니 키가 작을 수밖에 없어요. 174㎝까지 클 수 있었던 아이가 사춘기가 2년 빨리 올 경우 166㎝가 되는 것이니 차이가 큽니다.”

-그래서 키가 조금이라도 작으면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으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에는 4세 전후의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많이 오세요. 성장호르몬이 결핍된 아이라면 치료를 일찍 시작하고 오래 치료할수록 효과가 좋습니다. 그런데 정상인 아이는 아니에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사춘기가 올 때까지는 경과를 지켜보자고 하는 편입니다.”

-정상인 아이의 경우 호르몬 주사를 일찍 맞으면 효과가 크지 않은가요.

“일찍 시작해야 효과가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에요. 정상인 아이들은 치료 시작 후 2~3년이면 효과가 한계에 도달합니다.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아도 키가 커지는 게 아니라, 치료 초기 반짝 성장(4~5㎝)한 키를 유지하기 위해 성장호르몬을 계속 써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거예요. 성장호르몬을 써서 인위적으로 키를 키워놨기 때문에 호르몬을 쓰지 않으면 성장 속도가 다시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효과를 계속 볼 수 있는 것이 아닌데도, 2~3년 키워놓은 키를 손해 보지 않으려면 주사를 계속 맞아야 하는 거예요.”

-4세에 시작했다면 언제까지 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합니까.

“급성장기가 끝날 때까진 필요하니 10년은 호르몬 주사를 매일 맞아야 하는 거죠. 효과 보는 건 2~3년이고, 나머지 기간은 그걸 유지하기 위한 기간이니 일찍부터 맞지 않는 게 좋다고 하는 겁니다. 3년이 지나면 효과도 크지 않고, 아이도 힘들어하니 치료순응도가 60~70%로 떨어지거든요. 비용(연간 500만~1,000만 원)은 비용대로 지불하면서 오히려 반짝 키운 키를 유지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죠. 그런데 많은 부모들이 이런 점을 간과하고 일찍부터 쓰면 효과가 있는 줄 잘못 알고 있어요. 경험상 사춘기 즈음 호르몬 치료를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부작용은 없나요.

“키가 작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서인지, 국내에서 연간 사용하는 성장호르몬의 양이 미국에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해요. 워낙 사용량이 많으니 제약사들도 신제품이 나오면 한국에 먼저 적용하려고 할 정도입니다. 문제는 지금까지 보고된 당뇨병 등 부작용은 호르몬결핍 등 이상이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겁니다. 정상적인 아이에게 장기간 성장 호르몬을 썼을 경우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지 알지 못해요. 장기적인 치료를 권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키를 키운다는 영양제가 실제 도움이 됩니까.

“키 크는 영양제에 보통 아르기닌(성장호르몬 분비를 자극하는 아미노산) 등 아미노산 계열 성분이 들어 있어요. 그런데 병원에서 성장호르몬 결핍 검사를 할 때 투여하는 아르기닌의 양이 엄청나거든요. 키 크는 영양제에 함유된 양 정도로 성장호르몬 분비를 자극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봅니다. 운동을 하면 성장호르몬이 나오니까 차라리 운동을 하는 게 나아요.”

-‘어릴 때 찐 살은 키로 간다’는 말은 어떤가요.

“단백질 위주로 잘 먹는 게 중요한 것이지, 많이 먹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어릴 때 살이 찌면 일부 호르몬 분비가 활발해지고 골 성숙(뼈 나이)이 실제 나이보다 빠르게 진행돼 오히려 키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태어날 때 체중이 적게 태어난 아이는 살을 찌워 체중을 따라잡기보단, 마른 상태로 키우는 게 키 크는 데 더 도움이 돼요.”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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