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최강야구의 “야구발전 기여”…틀린 말은 아닌데 예능은 예능, 야구계는 솔직히 듣기 불편하다

김진성 기자 2025. 7. 1.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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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2025 신한 SOL뱅크 KBO 리그' KT-두산의 경기. kt 이종범 감독이 1루로 향하면서 이승엽 감독과 인사를 하고 있다./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야구발전에 기여하겠다.”

JTBC 최강야구 제작진이 지난달 30일 이종범 감독 섭외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아울러 제작진도 이종범 감독도 KT 위즈 구단과 야구 팬들에게 공식사과 했다. 이종범 코치가 지난달 27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KT 퇴단과 함께 최강야구 지휘봉을 잡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2025년 3월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KT위즈파크에서 '2025 신한 SOL뱅크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KT 이종범 코치가 두산 조인성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마이데일리

전례 없는 사태였다. 시즌 중 계약을 파기하고 예능프로그램으로 건너가는 당사자와, 업계에서 엄연히 일하고 있는 지도자를 빼간 제작진이나 업계와 구단에 결례를 저질렀다. 특히 제작진은 구단에 일절 언급을 하지 않고 이종범 감독에게만 접근한 것으로 알려져 더더욱 충격을 안겼다. 프로스포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증거다.

제작진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제작진과 이종범 감독은 “야구발전”이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제작진은 “한국야구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는 야구 콘텐츠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이종범 감독은 “한국야구의 흥행과 저변 확대, 은퇴선수의 재조명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또한, 이종범 감독은 “최강야구를 살리는 것은 한국야구의 붐을 더욱 크게 할 수 있다고 본다. 유소년 야구 등 아마야구에 대한 지원도 약속했다. 은퇴선수의 새로운 도전을 이끌고, 야구계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일인데, 예능이라고 해서 프로야구와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우선 최강야구가 KBO리그 1000만 관중시대 개막에 일익을 담당한 건 사실이다. 이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 최강야구를 통해 KBO리그에 관심이 생겼다는 신규 소비자가 많다. 최강야구는 일구대상까지 수상한 경력이 있다.

그러나 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거기까지다. 예능은 예능인데 한국야구 발전이란 말을 반복하는 게 불편하다는 관계자가 한, 둘이 아니다. 이미 1000만 관중을 이룬 KBO리그는 더 이상 흥행과 저변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한국야구의 붐이 여기서 더 커지기 어렵다.

당장 올해 관중 수가 작년보다 늘어날 순 있어도 큰 폭으로 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국의 인구구조, 프로스포츠 시장을 감안하면 1000만~1200만이 맥시멈이라는 분석이 많다. 오히려 KBO리그는 장기적으로 관중 수가 줄어드는 일만 남았고, 거기에 따른 대응책이 중요하다는 게 많은 관계자의 얘기다.

은퇴선수가 어려움에 처한 케이스는 많다. 업계 코치 처우가 열악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강야구가 성행한다고 해서 은퇴선수들의 삶을 진짜로 얼마나 바꿔놓을까. 프로그램에 출연한 일부 은퇴선수의 삶이 나아질 수는 있다. 그러나 예능은 시청률에 따라 언제 종영할지 알 수 없다. 안정된 업이 아닌 건 프로세계와 똑같다. 최강야구가 은퇴선수들의 노후를 보장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얘기다. 모든 은퇴선수를 받아주는 것도 아니다. 은퇴선수들에게 도움을 주는 건 전체 대비 미미한 수준이다.

그리고 한국야구의 발전은 은퇴선수의 삶의 질 개선도 중요하지만, 현역선수들의 기량 발전에 기여하는 게 훨씬 크고 중요하다. 현재 한국야구는 미국, 일본과의 실력 격차가 점점 커지고, 훗날 인구소멸 시대와 맞물려 저변 약화에 대한 고민이 크다. 솔직히 은퇴선수 조명은 한국야구발전에 최우선 순위가 아니다.

이종범 감독이 진짜로 한국야구 발전에 기여하려면 KT에서 코치로 후진양성에 힘쓰는 게 최강야구에서 감독을 맡는 것보다 확실한 방법이다. 이종범 감독이 KT에서 나간 이상 예능인으로 변신한 정도의 의미만 있을 뿐이다. 아울러 최강야구, 불꽃야구에 출연하는 은퇴선수들은 그냥 예능인이다. 야구인의 역할, 의미부여를 과도하게 할 필요가 없다.

몇 주에 한번 녹화하는 예능프로그램이 매일 사투를 벌이는 프로야구 앞에서 야구발전을 운운하는 게 맞는 말일까. 아무리 야구예능이라고 해도 예능은 예능이다. 야구 발전보다 프로그램 시청률과 광고수입이 훨씬 중요하다. 적어도 이종범 감독이나 제작진 고위 관계자들이 최강야구에서 무보수로 일해 은퇴선수들에게 도움을 준다고 선언하지 않는다면, 야구발전이라는 말은 자제해주면 좋겠다.

KT 위즈 이종범 외야 주루 코치./질롱(호주)=심혜진 기자

끝으로 최강야구의 유소년야구, 아마야구 지원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그리고 목적이 정말 순수하다면 박수 쳐줄 용의가 있다. 그러나 그 역시 한국야구 발전에 기여했다며 너무 흥분할 필요는 없다. 이미 음지에서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땀 흘리는 사람이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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