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학대 SF로 돌아온 정보라 "데모하러 나가서 새로운 이야기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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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현실에서 별로 힘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학 그 자체로 현실을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현실을 바꾸려면 거리에 나가고 투표를 하고 물리적인 세상에서 행동을 해야 합니다."
정 작가는 "아동 학대 피해 사실이 그저 등장인물들의 어떤 행동을 촉발하는 계기로만 활용되거나 다른 등장인물의 배경으로 남지 않게 하기 위해 특히 신경 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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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충격 받아 소설로 써"

"문학은 현실에서 별로 힘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학 그 자체로 현실을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현실을 바꾸려면 거리에 나가고 투표를 하고 물리적인 세상에서 행동을 해야 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거리에서 투쟁해온 자칭 '데모꾼' 정보라(49) 작가다운 말이다. 소설집 '저주토끼' '너의 유토피아' 등으로 2022년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 2023년 한국인 최초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 2025년 필립 K. 딕상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장르문학의 새 지평을 연 그의 발은 늘 시위 현장에 붙어 있다. 그가 이번엔 공공임대 주택에서 벌어지는 아동 학대 사건을 다룬 SF 스릴러 장편소설 '아이들의 집'을 냈다. 2018년 국회 앞에서 농성하던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을 생각하면서 썼다.
"현실에서 충격받아 소설로 쓴다"
최근 서면으로 만난 정 작가는 "그분들이 저와 연령대가 비슷하고 심지어 같은 동네에서 살았던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끼친다"며 "현실에서 어떤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그 일을 소설로 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그의 소설이 종국에는 사회 비판적 성격을 짙게 띠는 이유일 게다. "데모하러 나가서 현실의 여러 이야기들을 듣기도 하고 엄청난 싸움을 해나가시는 분들을 보면서 또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합니다. 결국 모두 다 소설로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집'은 아이 양육과 돌봄이 공동체의 의무인 근미래에서 벌어진 아동 학대 살해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정 작가는 "아동 학대 피해 사실이 그저 등장인물들의 어떤 행동을 촉발하는 계기로만 활용되거나 다른 등장인물의 배경으로 남지 않게 하기 위해 특히 신경 썼다"고 했다. 소설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끔찍한 실제 사건들을 떠올리게 하는 탓이다.
그는 "제멋대로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로 폐가 될까 봐 사실관계 조사도 열심히 한다"고 했다. 관련 논문, 문헌, 문헌의 참고자료까지 샅샅이 조사한다. 통계와 방송 자료도 거듭 확인해 소설에 반영한다.
아동 학대 사건을 조사하다 영유아 해외입양 문제도 들여다보게 됐다. 그는 "알고보니 영유아 납치나 인신매매였던 경우가 생각보다 아주 많았다"며 "해외입양을 가장한 국가 주도의 해외 아동 인신매매에 대해서도 진실조사가 꼭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공 농성 노동자들 이겨서 내려왔으면"
올해 신작 발표에 앞서 번역서 3권을 출간한 그의 발길은 여전히 시위 현장을 향한다. 그는 세계 최장기 고공 농성 중인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 하이테크 공장 시위 현장에 수시로 간다. 지난 1월부터 540일째(6월 30일 기준) 농성이 진행 중이다. 해고 노동자 박정혜씨 등은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불탄 구미공장 옥상에 올랐다. 정 작가는 지난달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부 지도위원이 제안한 구미역에서 한국옵티칼 공장으로 향한 '희망 뚜벅이' 도보 행진에도 참여했고, 대전퀴어문화축제에도 다녀왔다.
그에게 작가로서 가장 염원하는 것을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이랬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됐으면 좋겠고, 고공 농성하는 동지들, 박정혜 동지와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 고진수 동지가 이겨서 땅에 내려왔으면 좋겠습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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